전쟁의 진실 - 증언으로 본 일본의 아시아 침략 건국대 중국연구원 번역학술총서 2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홍상현 옮김 / 정한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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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 즈음, 이 책의 1권 격인 우리는 가해자 입니다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이후 바로 2권인 본 책 전쟁의 진실을 다 읽었으나, 책 리뷰가 워낙 밀려 있는 바람에 이제서야 쓴다. 이 책 역시도 전쟁의 가해국이었던 일본, 강제로 조선을 식민지배 했던 일본, 그 일본을 국적으로 둔 기자들이 두 발로 직접 뛰어 취재한 결과물이다. 피해국이었던 조선, 현재 한국 사람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쟁의 진실이다.

 

2019, 올 해는 정말 뜻 깊은 한 해다. 3.1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지 딱 100주년이 되는 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딱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정부 & 지자체에서도 100주년을 기념하여 많은 행사를 진행하였고, 앞으로도 진행 예정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념행사의 초점 대부분이 '독립'에 맞춰져 있다는 거다. '독립' 자체를 기념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고, 백 번 맞는 일이지만.. 잊어서는 안될 슬픈 역사도 같이 조명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랄까? 하지만, 이런 암울한 역사도 같이 조명을 하면 '100주년' 기념 행사의 취지가 자칫 흐려질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마음이 꽁기꽁기하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각 주제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만행',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응시하며', ' 평화에 산다' 로 나뉘어 있다. 이 세 주제 중 나의 마음을 울렸던 건 역시나 1'식민지 지배의 만행' 이었다. 특히 일본의 만행은 과거에서 끝난게 아닌, 현재진행형ing 이니까.

 

2'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응시하며' 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의 연속이었다. 나에게 일본은 그저 가해국이었는데, 그 가해국 안에서도 피해자인 일본인이 있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닌 정말 많은 수의 일본인이었다.

 

3'평화에 산다' 에서는 이 책을 집필한 아카하타 신문 기자들을 포함하여,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반대했던 유일한 정당, 일본 공산당의 활동 내역을 담았다.

 

 

이 책에는 일본의 만행으로 인해 피해를 본 여러 국가가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내용을 다 알리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까. 우리와 밀접한 사건들 위주로만 리뷰를 해볼 까 한다. 무엇보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얼마 전 기사 하나를 보았다. 2015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체결된 위안부 협상문서 공개 2심 판결이었다. 당시 1심에서는 해당 협상문서를 공개하라고 했었는데, 몇 일전 2심 판결에서는 비공개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낸 것이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2015년 위안부 협상문서. 이른 바 밀실 협상이였고, 당사자였던 할머니들 조차 그 내용을 몰랐다. 일본은 이 협상 이후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맞서고 있다. 이때 합의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나 역시도 실제로 공개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개똥같은 협약을 했으면, 얼마나 일본에 굽신거리는 협약을 했으면, 2심 재판부에서 공개를 했을 경우 얻는 이익보다 비공개를 했을 경우 얻는 이익을 더 크게 본 걸까 싶었다.

 

합의에 의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종류의 일을 진정한 것은 아니다.

'화해/치유재단'10억엔의 출자가 완료되면

'합의'에 기초한 일본 측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20161,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총리가 한 말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를 리 없는 일본이다. 실제로 그들은 유럽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사죄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일본은 서양권에는 언제나 저자세였다. 반면 아시아권에서는 언제나 고자세를 유지했다. 특히 한국 및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아마 피해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국에만 조금 저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은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에겐 열씸히 사과도 하고 배상도 하고 했으니까.

 

"'위안부'는 병사들에게 물건처럼 던져졌다"고 말씀하시는 이옥선 할머니. 일본군 위안소에서 하루 40~50명을 상대할 것을 강요받는 날도 있었고, 저항하면 어김없이 폭력이 가해졌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이옥선 할머니의 눈앞에서 성행위를 거부한 14세 소녀를 죽였습니다.

"우리는 눈물을 감추고 견딜 수 밖에 없었다"는 이옥선 할머니. 길가에 버려진 시신은 들개에 뜯어 먹혀 유골조차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베 정권은 이번 합의에서 '군의 관여'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 후 국회에서 "성노예라는 사실은 없다"고 답변, 여성들이 군위안소에서 성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위안소' 문제의 본질을 부정했습니다.

전쟁의 진실 P39 ~ 40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전쟁 범죄다. 가해국/피해국, /일 역사 관계를 전부 다 떠나서,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범죄 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러한 시선에서 보려 하지 않았고, 모든 논점을 흐트려 놓았다. 문제는 일본이 저렇게 도망칠 수 있도록 한 것이 2015년 당시의 한국 정부라는 것이지만..

 

어느 날 일본군 세 명이 저를 '오케다'라고 불리는 군인의 숙소로 끌고 갔습니다. 옷을 벗기자 저항하는 제게 병사는 "머리를 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저는 오케다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막사에서는 저를 끌고 온 3명의 병사들에게 윤간을 당했습니다. 당시 저는 아직 초경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중략) 오케다와 일본 병사들은 저항하는 아이가 있으면 인접한 면직물공장에서 모친을 불러내 눈앞에서 강간했습니다. 어떤 병보는 일본 병사로부터 "여동생을 취직시켜 줄 테니 데려오라"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동생을 데려오자 오케다가 강간해버렸습니다. 그녀가 "왜 나한테 이렇게 참혹한 일을 당하게 했느냐"라고 절규하자 오빠는 괴로운 나머지 그 자리에서 피스톨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했습니다 - 인도네시아, 틴다 렌게.

전쟁의 진실 P46

 

 

우리는 흔시 실험대상을 일컫는 '마루타' 라는 말을 익숙하게 쓰고 있다. '마루타'라는 말이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731 부대에서, 인체실험 대상자를 부르던 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루타: 껍질 벗긴 통나무)

 

731부대는 페스트균과 탄저균 등의 세균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기관이었다. 좋은 말로 연구/개발이었지 실상은... 포로들을 상대로 세균 주입등의 인체실험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731부대에 가담한 사람들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의학계 & 의료가 전체가 가담하고 있었다.

 

일본은 원자폭탄 두 방을 맞은 뒤에야 항복을 선언했다. 이후 미국의 주도로 전범재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731부대 관계자들은 예외였다.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 많은 인체실험으로 얻은 방대한 자료, 미국은 이 자료를 원했다. 자료를 받는 대가로 731 부대 관계자들은 대거 처벌을 면했다. 이후 731부대 관계자들은 의학대학, 제약사 등등 의학계의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현재, 일본은 731부대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인체실험 등의 가해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감출수는 없었다.

 

부친이 과거 731부대원이었던 가미야 노리아키.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둔 나이가 되어서야 숨겨왔던 진실을 공개했다. 그렇게 731 부대의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었고, 아들 가미야 노리아키는 같은 일이 반복 되지 않기를 바라며 부친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다.

 

군화소리가 다가오는 요즈음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731부대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헌법 9조야 말로

진정 평화로 가는 길임을 꺠닫기 바랍니다.

가미야 노리아키

 

전쟁이 끝난 지금도 731부대에 의한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당시 731부대에는 독가스 실험실과 독가스 저장실, 독가스 무기를 취급하는 516 부대 등이 있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 이에 대한 처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20038월에 치치하얼에서 사상자 44명이 나온 유기 독가스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진앙지는 516부대 탄약고에 방치되어 있던 독가스액이 든 드럼통이었다. 아직, 얼마나 많은 독가스 탄약이 그 곳에 묻혀있을 지.. 알 수 없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피해 사실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나타나던 군부에 의한 양민 학살 사건이, 당시의 일본에서도 있었다. 정말 많이 있었다. 심지어 일본 군인은 자국의 민간인들에게 수류탄을 쥐어주며 '집단자결'까지 강요했다. 특히 오키나와인은 일본인이었으나 일본인이 아니었기에, 제일 많은 피해를 입었다.

 

지금은 영화 '박열'와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 한반도편' 덕분에 많이 알려진 관동대학살에 대한 내용도 있다. 관동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포스팅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의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 퇴위 & 나루히토 왕세자 즉위로 들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키히토 일왕이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서 택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숨겨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루히토 왕세자가 부친인 아키히토 일왕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것이랄까. 아무리 현실 정치에 힘이 없는 일왕이라도, 그래도 정상적인 사람이 일왕으로 있는 게 그나마 우리에게는 나은 일일테니........... 제발 아베 좀 몰아내자 ㅜㅜ

 

 

"‘위안부‘는 병사들에게 물건처럼 던져졌다"고 말씀하시는 이옥선 할머니. 일본군 위안소에서 하루 40~50명을 상대할 것을 강요받는 날도 있었고, 저항하면 어김없이 폭력이 가해졌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이옥선 할머니의 눈앞에서 성행위를 거부한 14세 소녀를 죽였습니다.

"우리는 눈물을 감추고 견딜 수 밖에 없었다"는 이옥선 할머니. 길가에 버려진 시신은 들개에 뜯어 먹혀 유골조차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베 정권은 이번 합의에서 ‘군의 관여‘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 후 국회에서 "성노예라는 사실은 없다"고 답변, 여성들이 군위안소에서 성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위안소‘ 문제의 본질을 부정했습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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