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신사의 경내에 있는 삼나무 앞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용의자는 바로 잡혔지만 용의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치명상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무의 저주일까.
진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현장을 찾아간 고토형사는 그곳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는 사이토 야쿠모와 만난다. 야쿠모는 고토 형사가 담당한 사건과는 별개의 건으로 이 곳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사건은 기묘하게 겹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고토 형사의 파트너인 이시이 형사가 이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리뷰 시작>
앞서 읽었던 야쿠모 번외편이 고토 형사가 메인이 되는 이야기 였다면, 이번 번외편은 이시이 형사가 메인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큰 씁쓸함을 남겼다.
이야기는 신사 경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인 살인사건이었지만 경찰인력이 매우 부족했던 관계로 미해결사건전담반인 고토와 이시이가 맡게 되었다. 살해당한 사람이자 피해자는 모치즈키 토시키 라는 남성. 이시이는 피해자를 보고 엄청난 동요를 하고 만다. 고토는 이시이가 워낙 겁쟁이었기에 그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시이는 피해자를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에 대해서 고토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반면, 한 대학 건물 안에 있는 '영화연구동호회' 동아리방. 이곳에서 하루카는 야쿠모에게 사건 의뢰를 한다. 하루카의 친구가 신사에 갔다 온 이후로 귀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가서 하루카의 친구는 그 귀신에게 빙의되고 만다. 야쿠모는 하루카의 친구가 어째서 빙의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사로 향하였다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고토형사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렇게 사건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건 흔히 있을 법한 스토리였다. 작가님이 워낙 자기복제를 많이 하셔서 (^^ㅋㅋㅋㅋ) 이번에도 그렇겠구나 싶었다. 헌데 왠걸, 사건을 파면 팔수록 드러나는 이시이 형사의 과거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신사 경내에서 살해당한 모치즈키는 피해자였던 동시에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 이시이 형사는 학교 폭력(그리고 따돌림)의 피해자였다. 이시이와 살인사건의 피해자 모치즈키, 그리고 하루카 친구에게 빙의 된 귀신. 이 세 사람 간의 과거가 사건 해결을 위한 Key 였다.
언제나 사건 해결을 도와주는 조력자 마코토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야쿠모의 부탁을 받았다. 그녀 또한 이시이의 과거가 사건 해결의 열쇠라는 사실을 았았기에, 본인 역시 과거에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마코토) 소설 '암굴왕'을 읽어본적이 있나요?
이시이) 복수를 하는 이야기였죠, 확실히..
마코토) 그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극한의 불행을 경험한 사람만이 극한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살아가는 것 이외의 즐거움을 깨닫기 위해서는 한 번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해요.
마코토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고 정말 괴로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본인은 그런 마음을 극복해냈다고. 외려 이시이는 그러한 마코토를 부러워하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이시이 입장에서는 마코토를 부러워 할 수 있다고 본다. 본인은 아직까지도 괴로웠던 과거를 잊을 수 없어 괴롭고, 그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을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부끄러워 해야할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마코토의 이런 이야기에도 이시이는 본인의 과거를 털어놓지 못했다. 말 그대로 부끄러운 과거이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마음의 문을 견고하게 닫아두었던 이시이도, 야쿠모 앞에서는 과거를 털어놓는다. 야쿠모 역시 붉은 눈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괄시, 멸시를 받았고 심지어 모친 손에 죽을 뻔 한 적도 있었다. 학교 폭력 무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마코토 보다는 야쿠모의 이야기가 이시이에게 더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하루카는 야쿠모에게 물어보았다. 학교 폭력, 즉 따돌림은 왜 일어나는 것이냐고. 그리고 야쿠모는 대답했다.
야쿠모) 외관 상 눈에 띄는 특징이 있거나, 운동을 못한다거나.
아무튼 자신과 다른 타입의 인간을 찾아서 그것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이지메의 기본 구조지.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틀리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와 다르단 이유 만으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학교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폭력은 사회 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직장 내 따돌림, 직장 내 폭력 등등으로...
이시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볼 때마다 거슬린다고 때리고 찼습니다. 그는 나를 노예 취급 했어요.
아니, 노예가 훨씬 낫죠. 나를 사람으로써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야쿠모) 싫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이시이) 간단하게 말씀하시네요. 저항하면 더욱 심한 일을 당해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같이 비웃어요.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얼마나 괴롭든, 억울하든 그저 견딜 수 밖에 없어요.
적어도 나는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에게 "왜 싫다고 말하지 않았어?" 라던가, "니가 잘 못한게 있으니까 그렇겠지" 라는 등의 폭언을 가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피해자에게 2차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는 질문이니까. 대체 왜 항상 가해자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가해자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것일까. 요즈음 뉴스를 보면 더욱 절감한다. 우리나라는 학교 폭력 및 따돌림에 대해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