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평을 쓸 책은 이문열 작가님의 <젊은 날의 초상>이다. 출판사는 알에이치코리아이다.
이문열 작가님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삼국지’로 굉장히 유명한 작가님이라 한 번쯤은 모두 들어보았을 것 같다. 이 젊은 날의 초상은 예전에 출판되었고, 이번에 새로 다시 출판 된 작품이다. 젊은 날의 초상은 1990년대에 영화로도 나왔었기 때문에, 책이든 영화든 이미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이번 기회에 이 책은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젊은 날의 초상은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로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날’에 대한 이상과 현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총 3부작으로 장편소설로 분류되고,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문장부터 참 와닿았다.
“흔히 나이가 그 기준이 되지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가리켜 특히 그걸 꽃다운 시절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이 항상 그렇듯, 꽃답다는 것은 한번 그늘지고 시들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처참하고 황폐하기 마련이다. 내가 열아홉 나이를 넘긴 강진에서의 열 달 남짓이 바로 그러하였다.”
작가님의 자전적인 부분이 많이 느껴지는 첫 문장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문장에서 멈춰서 계속 꼽씹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을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공감가는 문장이 참 많았던 책이었다. 메모를 잘해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하구’에서의 내용은 대학 입시를 위한 영훈의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삶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대학에 들어가게 된 영훈의 이야기이다. 그 안에서의 희노애락이 참 잘 담긴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희망, 사랑, 우울, 죽음 등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이렇게 내가 구구절절 적는 것보다는 꼭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그해 겨울’은 무전여행을 시작한 영훈의 이야기인데,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렇게 짧게 줄거리로 설명하기가 조금 힘든데, 아주 간략한 이야기만 적어 놓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읽고 나니 영화로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과 어떻게 같고 다를지 궁금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놀랐던 부분이 있는데, 어딘가에서 봤던 문장이 바로 이 책에 나온 문장이라는 것이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아무튼 그 문장을 적어보자면 이것이다.
“너는 말이다. 한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 것 없는 호승심에 충동되어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
P.24
자기에게 끊임없는 성찰의 눈길을 던지는 것, 자신을 정신적인 무위와 혐오할 만한 둔감 속에 방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너는 지금 어떠한 일의 와중에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이며 또 그러한 네가 현재에게 지불해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항상 눈떠 있어야 한다. 일체가 무의미하다는 것, 혹은 우리 삶의 궁극은 허무일 뿐이라는 성급한 결론즐의 비논리성에 유의하라. 근거 없는 니힐리줌은 조악한 감상주의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저급한 쾌락주의, 젊음의 일회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따위, 일상적인 삶의 과정을 경멸하도록 가르치거나, 그것을 위한 성의와 노력을 포기하도록 권하는 모든 견해에 반역하라.
P.69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말아라. 지금 그 한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한번 흘러가버린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 사람은 아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 없다. 더구나 너는 이제 더 이상 그 초침 소리에 관대할 수 없으니. 하여된 최대치는 이미 낭비되고 말았으니.
P.296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의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니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이문열 작가님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0여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이문열 작가님의 <젊은 날의 초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이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이 책에서 각자 본인의 어떠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