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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들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게 되면 훗날 이런 기억들이 애네들의 추억으로 자리 잡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의 기억이 그렇게 많이 나지 않기도 하거니와 요즘 초딩들은 옛날만큼의 추억스러운 생활을 딱히 하지 않는 듯 해서 그렇습니다.. 뭐 아직 저희 집 아이들은 초딩중에서도 저학년이라 고학년들의 추억담을 쌓기에는 조금 어린 면이 있긴 합니다만 분명한건 예전처럼 방과후에 노는 학교 운동장과 동네 언저리에서 친구들과 마구 뛰어놀던 그런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거죠.. 학교와 학원과 집으로 이어진 쳇바퀴가 요즘 초딩들의 모습들이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모르죠, 조금 더 커보면 스스로 추억을 만들어 나갈 지, 부디 그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웬 초딩 이야기냐구요, 이번에 접한 히가시노 게이고 센세이의 작품이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서 그렇습니다.. 이게 최근 작품인지, 예전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으로는 최근작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제법 가볍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리세상 같은 스토리인지라 과거의 어느 시점에 게이고 슨상이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 만고 제 생각입니다.. 여하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보여지는 "비정근"이라는 의미에 걸맞는 정규직 교사들의 부재에 대신 몇달간 교사업무를 하는 이른바 아르바이트 초딩교사인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인 "나"가 주인공이죠.. 나는 좀 시니컬한 존재입니다.. 교사이긴 하지만 딱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없는 존재이고 그들의 세상속에서 함께 숨쉬는 것에 대한 교육자적인 공감이 상당히 부족한 그냥 살기 위해 조금씩 때때로 정규직 교사를 대신해 아이들을 몇달간 봐주는 그런 존재성을 가진 인물이죠.. 나름 그래도 추리소설 작가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 그런지 그가 맡게 되는 반에서는 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추리작가를 꿈꾸는 게으른 비정규직 교사답게 추리와 해결도 상당히 잘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다룬 연작 단편집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총 몇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닐곱 편 정도 되는 단편들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순수하고 아동틱스러운 그런 이야기적 추리소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초딩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니 더욱 그 순수성이 잘 느껴집니다.. 뭐랄까요, 추리소설에서 순수함을 논한다는게 조금 우습기도 한데 초등학교와 학생을 배경으로 한 범죄사건은 추악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나름의 순수성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뭐 그런 느낌이 듭디다.. 그래서 상당히 편안하고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지 않나 싶네요... 아시잖아요, 게이고 아저씨가 어떤 식을 이야기를 이어 나가시는지, 소설이 좋다 싫다를 논하기 전에 일단 읽고 페이지를 넘기는데에는 게이고 슨상의 초능력은 가히 최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능력은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습니다요..
가장 자극적인 살인이 담긴 이야기 - 하지만 여느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 가 초반에 등장합니다.. 여교사가 살해당하고 해결되는 [6×3]이나 담임선생의 의문의 자살사고인 [10×5+5+1]을 다룬 단편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섬짓하기도 합니다만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인 듯 싶구요, 그외에 1/64, 우라콘, 무토타토, 신의 물같은 단편들은 아이들의 집단에서 일으킨 문제들을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 추리를 해나가는 구성이고 해결도 상당히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에피소드 두 편은 조금은 특이하게 어린 초딩 고바야시 류타라는 5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따숩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이야기인지라 편안함이 단편 저변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두편의 작품은 상당히 유머스럽고 아이의 입장에서 흐뭇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는 편집으로 이루어져 나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드렸죠, 게이고 센세이의 작품은 좋고 나쁘고 상관없이 가독성 하나만은 가히 최고라고 말이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뭔가 충격적이라거나 독특한 감성으로다가 독자를 감싸 안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 평범하고 무난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부분은 순식간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좀 더 나쁘게 말씀드리면 단편집이니 두 세편의 에피소드를 넘어서면 굳이 읽지 않아도 그러려니 싶은데도 끝까지 눈을 두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말입죠.. 사실 전 보통 작품을 읽기 전에 사전 지식을 두고 읽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 "비정근"은 제가 아는 게이고 센세이의 사회파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과 사건을 다룬 뭐 그런 류의 추리소설이라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읽고 생각해보니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저쪽 방사능 이빠이임에도 불구하고 희안하게 올림픽을 개최를 따낸 나라보다는 우리에게 주요한 문제인지라 착가이었다 싶습니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접하실 분들에게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이 작품 "비정근"은 한 기간제 비정규직 교사가 여러 초등학교에 정규직 교사 대신에 몇달간 담임으로 부임하여 발생하게 되는 일반적인 사건들을 다룬 아주 간결하고 편안하고 누구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추리소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마도 이런 작품들을 조아라 하실 독자분들 꽤 되실 듯 싶습니다.. 물론 딱히 남는 건 없으니 그건 감수하시면 될테구요.. 뭐 게이고 센세이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그닥 기억에 남는 작품도 몇 없긴 합니다만, 하여튼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다시 물 오른 필력을 보여주시는 입장이시라면 - 근래 집필하신 몇 작품이 제법 독자들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 분명 이 작품은 조금 예전에 이런저런 작품들 마구 집필하실때나 초기에 만드신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 아, 그걸 꼭 알 필요는 없을 듯 싶네요.. 그냥 무난했습니다.. 게이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챙겨보시라능..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