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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질 못해서 비행공포에 대한 느낌이 확실하게 다가오진 않습니다만 비행기가 뜰때 느꼈던 뭔가 쏴아한 공포감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비행기를 타본 적이 아마도 팔 년정도 되었으니 뭐, 국내에서 비행기타고 댕길만큼 바쁘게 서두르는 일을 하지도 않는데다가 외국나갈 일이 전무한 직종이기도 하고 여유를 가지고 여행 한번 편하게 갈만한 시간도 없어서 비행기는 그저 아이들 눈에 신기한 하늘에 떠다니는 반짝거리는 장난감정도로 여기지는 판국입니다.. 여하튼 비행기를 타는 일은 아무래도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좀 있어보이기는 합디다.. 게다가 뭔가 조금은 똑똑하고 전문적인 글로발스러운 일들을 하시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그런 교통편인거죠.. 무식한 지역 촌넘 입장에서는 최큼 뽀다구나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전 복지부동을 사랑하니까,
초장부터 헛소리 최큼 지껄였습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쉽게 이해가 되는 자전적 소설이면서도 아주 어려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무방한 듯 한데 읽다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의 여러가지 인간적 정체성에 대한 고퀄리티적인 메타포와 비유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수많은 문학작품들과 사상가들과 문학가에 대한 이야기가 대입되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러니 한마디로 이 소설은 대단히 똑똑해 보이는 척하는 그런 작품인 듯 싶습니다.. 아니 척이 아니라 똑똑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에리카 종이라는 여성이구요, 제목은 "비행공포"입니다.. 솔직히 제목의 의도는 이사도라라는 소설속 여주인공이 가지는 수많은 공포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제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여하튼 그녀는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합니다.. 시작부터 이사도라의 비행공포가 나오죠.. 그녀는 남편 베넷과 함께 정신분석의들의 세미나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이사도라는 조금은 별스러운 여성입니다.. 시대에서 통용되는 사회적 편견과 일반적 관습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여성이지요..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합니다.. 일단은 자신의 남편을 따라 정신분석의들이 모이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상상속에서 바라고 원하는 일종의 자유로운 삶의 영혼적 정체에 어울리는 새로운 남성과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일종의 바람을 피우는겁니다.. 베넷에 대한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나름의 고통을 생각하고 예전에 자신이 상상하고 추구하고 원하던 현실속에서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그런 성적 상상을 만들어줄 그런 남자에 준하는 또다른 정신분서의인 에이드리안을 만나게 되는거죠.. 그렇게 그들은 관습이 만들어준 굴레에서 벗어나려합니다.. 물론 이사도라의 남편인 베넷도 그들의 관계를 압니다.. 그리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그녀를 탓하지만 그녀는 쉽게 멈출 수가 없는 듯 싶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이사도라의 자전적 이야기는 쭈욱 이어지죠.. 과연 그녀는 에이드리안과 베넷사이에서 어떤 결론에 도달할까요,
뭐 이런 작품속에서 내포된 주제의식이 일종의 페미니즘에 걸맞은 이야기인가요, 사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지도 그렇다고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제가 줄거리의 첫부분에서 별스럽다고 한 이유는 그녀가 너무 똑똑하고 예민한 심성을 지닌 아주 뛰어난 지능을 가진 여성이라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녀가 원하는 삶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별스럽지 않습니다.. 그녀가 추구하는 섹스적 판타지 역시 저에게는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물론 그 시대에서는 그런 직설적인 성적 표현과 묘사적 단어의 제시가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아주 대단하고 획기적인 일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러려니 싶네요.. 그녀가 원한 인생의 자유로운 삶 역시 관습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는 매듭이긴 하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상처를 입더라도 허용이 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사도라는 그런 인생에 어울리는 지능과 예민한 감성을 지닌 여성이니까 말이죠.. 끼리끼리 어울리는거죠..
사실 지금도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까놓은 이야기는 일종의 이슈가 되긴 하더군요.. 아무래도 남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은 언제나 주눅이 들기 마련인 모냥입니다.. 특히나 보수적 사회상이 반영된 1970년 이전의 삶속에서는 더욱더 심화된 남성편향적인 세상이었겠죠.. 그러다보니 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성이 자신의 내면과 인생과 삶에 대해 자유로운 영혼에 대해 직설적으로 떠들어대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페미니스트로 받아들여지는가 봅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어쩔 수 없이 해설을 참조하게 되는데 해설의 첫머리에도 헨리 밀러나 존 업다이크가 극찬을 했다는 말을 보고 뭐야, 쟤네들(할배들인데 예의가 없네요, 제가)도 남자잖아라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나 여성으로서의 사회속에서의 자유로움과 중심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 내면의 혼란을 자신의 자전적 삶을 중심으로 드러내놓은 작품이라서 남성의 입장에서 전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수많은 똑똑한 척하는 문학적 재능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식하고 영미 고전문학에 대해 전무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된장, 너무 똑똑한 척 하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부유하고 삶이 자신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정체성이나 인격적 성장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있을 정도의 경제적 터전이 보장이 된 여성이라는 것이 제가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으로볼때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공감되는 부분이 적었습니다.. 그 시대에 그런 삶과 행동과 인생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길지 않는 시간동안 이사도라는 에이드리안을 만나고 베넷을 떠나고 그녀의 과거의 삶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여태껏 상상해온 정체성과 자유로운 여성적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그녀 나이 이제 스물아홉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홉수였겠죠.. 열 세살부터 시작된 그녀의 삶의 혼란은 서른 즈음에 새로운 안정적 삶을 다시 살아가게 될까요, 수많은 공포의 삶속에서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고 자유롭고 싶었던 그녀만의 삶을 앞으로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비행공포"로 시작했던 그녀에게 빈으로 향했던 그 시점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생각은 듭디다..
소설속의 모든 이야기는 자전적 실화에 근거를 둔 에리카 종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듯 싶습니다..나름 읽는 재미는 있죠.. 그렇다고 아주 집중이 되는 그런 문장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고전이라 칭하는거겠죠.. 아님 말고,, 아무래도 자신의 내면과 사생활을 너무 까발려서 좋을 것은 없을 듯 싶은데(물론 제 생각이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워낙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선보여주시는 작가님이셔서 전세계에서 에리카 종의 오덕후들이 많이 양산되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이후에도 수많은 자전적 작품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자신만만한 당당함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계시니 뭐, 멋진 분이긴 하네요.. 사실 전 이 작품만으로는 훅하니 다가오는 공감이나 느낌이 덜했지만 모르죠, 또 많은 여성분들이나 시대적으로 앞서간 한 여성작가의 사상적 내면에 대해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는 분들도 계실지... 결론은 에리카 종, 멋지구리..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