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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 간만에 출시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서는 대체적으로 이런 서두로 시작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이 작품은 사와자키시리즈라는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일본의 작가님이신 하라 료 슨생께서 집필하신 작품인데 말이죠.. 꽤 오랜 기간동안 국내에서 보이질 않다가 이번에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전작들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와 "내가 죽인 소녀"가 2008년과 09년에 국내에 출시된 후로 한 4년만인게지요.. 근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하라 료 작가님이 작품을 4편 정도 집필하신 시간이 거의 15년이 훌쩍 넘는답니다.. 실제로 전작 두편을 집필하신 후에 이번에 출시된 "안녕, 긴 잠이여"를 출간한 시점도 국내에 발간 시점과 엇비슷한 듯 싶더군요.. 참 과작(寡作)을 하시는작가님이시라 이 작품 시리즈의 희소성이 제법 있어보이는거지요.. 근데 재미도 없는 작품이 희소성만 있으면 독자들이 여태껏 기다리겠습니까, 아무래도 목을 빼고 기다리시는 수많은 독자님들의 입장을 보더라도 이 사와자키 시리즈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는게 분명한 것이죠.. 동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하드보일드의 전형을 제대로 맛 보실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니까 말이죠..
하라 료라는 작가의 사와자키 시리지를 평할라 치믄 어쩔 수 없이 필립 말로 시리즈를 엮을 수 밖에 없다지요.. 약간의 장르적 지식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이신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탐정소설 작가의 작품집이 필립 말로 시리즈입니다.. 대단히 유명한 작가님이시고 이 작가님의 화려한 문체와 메마른 감성에서 묻어나는 문장의 필력은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하네요.. 심지어 일본에서는 노벨상이 분명히 주어질꺼라고 미리 신문에까지 넣었다가 못타게 되자 언능 삭제했다던 무라카미 하루키 선쎄이도 이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했으니 엄청 유명한거죠..
물론 챈들러를 모르고 필립 말로를 모르신다고 해도 이 작품을 읽으시는데 전혀 무리는 없습니다만 필립 말로 시리즈를 단 한권이라도 읽어보시면 아, 사람들이 왜 필립 말로와 사와자키를 비교하는지 대강 짐작은 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필립 말로 시리즈에 정통한 것도 아니고 예전에 한 두권을 읽어본게 전부라서 그냥 그 감성이 어떤지만 짐작할 뿐이죠.. 한마디로 이런 하드보일드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담배"에 대한 애환이 너무 강하다는 겁니다.. 물론 '만고'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담배가 뭔 장점이냐고 하시믄 개인적으로 금연을 한 입장에서 담배가 주는 느낌이 무척이나 강하게 감정 대입이 되어서 좋아서 그렇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피어대는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사실이 자신의 건강은 둘째 치고라도 부러웠으니까요.. 담배가 주는 씁쓸함도 하드보일드스럽죠.. 암요,
사와자키는 소설속에서 그언 일년이 지나서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옵니다.. 숨이 막힐 것같은 도쿄의 도심으로 부터 훌쩍 벗어나 400여일이 지나서 돌아온거죠.. 오자마자 이 소설의 발단이 되는 의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노숙자가 의뢰인의 명함을 들고 사와자키의 사무실을 기웃거리고 있는걸 본거죠.. 하지만 의뢰를 한지 오래되어 더이상 의뢰인과 연락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사와자키는 의뢰인과 미리 계약을 하기전에 사건에 대한 파악을 위해 명함에 적힌 스포츠용품점에 먼저 파악을 하게 되지만 우연찮게 한 판매사원이 죽음을 당한 것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사건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실제 의뢰인인 우오즈미 아키라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죠.. 아키라의 의뢰는 자살을 한 자신의 누이인 우오즈미 유키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입니다만 그런 진실을 찾기도 전에 아키라는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게 되고 사와자키는 아키라의 의뢰를 받아들여 유키의 자살과 관련된 스포츠 도박과 유키의 자살속에 담긴 진실을 조금씩 찾아나가게 됩니다..
지금도 기억이 새록새록한게 제가 처음으로 일본 미스터리를 접한 시점이 사와자키 시리즈의 첫 편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라는 멋진 제목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그때 무척 애를 먹었던게 아무래도 생경한 일본 지명과 이름들이었죠.. 그 이름이 그이름 같아서 무척 고생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하라 료는 저의 일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인지라 조금 객관성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분명한건 예전에 제가 보았던 영미권의 하드보일드 소설의 느낌이 일본적인 감성과 더불어 제대로 혼합된 장르의 느낌이라 무척 매력적이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작들과의 시간적 텀이 무척 큰지라(4년이 넘음) 그때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그런 하드보일드와 일본적 감성의 적절한 배합이 조금은 독후감적 융통성이 생기게 된 요즘에 와서 보게되니 그 매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상당히 꼼꼼하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첫 시작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적 진행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제법 긴박한 흐름을 보여주는 도입부와 함께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독자가 자연스럽게 탐정이 이끄는 방식대로 따라가게 만드는 이야기적 구성은 전작에서 조금 인식하지 못했던 하라 료 방식의 하드보일드적 방법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희석시켜 주더군요.. 아마도 그땐 정말 일본미스터리에 적응을 못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법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따라가다보면 전혀 헷갈리지 않을 것 같구요.. 중간중간 사와자키의 허세 아닌 허세들도 즐거움을 주기에 적합합니다.. 사실 전작들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은 점에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 뭐 기회가 되면 다시 읽으면 될텐데, 전작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찾아봐도 없더군요 - 이번 작품 " 안녕, 긴 잠이여"는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사랑하시는 많은 독자분들에게는 즐거운 책읽기가 되실 듯 싶습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반전도 기다리고 있구요.. 인간의 얄팍한 본성과 이기적 만행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여타 탐정소설류보다는 이야기의 긴박감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구요, 하드보일드스러운 과거의 시점에서 집필된 내용인지라 빠른 진행과 상황적 전환이 빠른 유기성에 적응이 된 젊은 독자분들에게는 더딘 책읽기가 되실 수도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건 읽고 난후에는 진득한 재미의 모양새가 제법 잘 갖춰진 작품이라고 여기실 듯 싶은데, 아님 말구요.. 앞으로 하라 료 작가의 작품을 다시금 새롭게 만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 아마 "어리석은 자는 죽는다"라는 사와자키 시리즈가 한 권 더 남아있는 듯 싶긴 한데 말이죠 - 상황적 현실감과 이야기적 섬세함이 하드보일드를 만날때 느껴지는 매력을 전작들과 함께 다시 되새겨볼 필요는 있을 듯 싶습니다.. 하라 료 할아버지, 아직 정정하신데 마흔 넘어서 작가 데뷔하시고 느무 작품 집필이 뜸하시다아, 그죠.. 신경 좀 써주세요.. 독자들 목 빠집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