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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ㅣ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평점 :
- [유미나게의 절벽을 보아서는 안 된다] 하쿠타쿠시와 가마쿠라시를 잇는 해안도로변의 유미나게 절벽을 바라보면 죽음이 찾아올거라는 미신이 있답니다.. 야스미 구니오는 그런 절벽을 외면한 체 해안길을 따라 가마쿠라 동터널을 들어서는데 마침 차 한대가 눈에 들어오게되죠, 주행차선을 침범한 체 도로를 마주하고 달리던 중 갑자기 정차한 차가 움직이고 구니오는 놀라 핸들을 꺽지만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온 남자들은 그의 사고를 당한 구니오를 죽음의 상황으로 몰고갑니다.. 그렇게 사고 후 홀로남은 구니오의 부인 유미코는 자신의 가족이 당한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런 그녀를 이용하여 사이비종교단체 십완홤명회에서 죽은 이가 환생할 수 있다며 그녀에게 접근을 해오죠, 그리고 사건을 담당한 구마지마는 과거 유미코와 젊은 시절 연인관계로 그녀의 상 황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유미나게 절벽 사건이 벌어진 후 5년이 지난 시점,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민을 온 커는 또래의 아이들 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혼자인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하며 마트에서 고추를 훔치고 이어 아이들이 부러트린 색연필도 문방구에서 훔치려고 합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거죠, 그런 그가 문방구로 들어서지만 그곳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들어선 커를 바라보는 것과 방안에 노인이 드러누워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커는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서 색연필을 포기하고 문방구를 벗어나지만, 문득 자신이 본 광경이 살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고......
[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서는 안 된다] 문방구 사건이 벌어진 후 3개월여가 지난 시점, 앞선 첫 단편에서 나온 십왕환명회의 간부였던 미야시타 시호가 죽은 체 발견됩니다.. 자신의 집 방 문고리에서 멀티탭줄에 목을 맨 체 발견됩니다.. 그리고 야스미 구니오 사건을 담당했던 구마지마와 파트너였던 다케나시는 이제 미즈모토라는 신입형사와 사건을 담당하게 되죠, 신입인 미즈모토는 첫사건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십왕환명회의 간부 모리야 다쿠미를 의심하게 되는데.....
[거리의 평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 세개의 단편의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은 편지를 간직한 체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과 사건과의 관계를 편지에서 드러내고 고해를 하면서 진실을 드러내려고 하죠, 하지만 진실은.......
1. 우선 이 작품에서 마지막 역자의 해설은 절대 미리 펼쳐보시면 안됩니다.. 소설의 단편 제목들의 첫 문구들을 '역자의 해설'로 바꾸시면 이해가실겝니다.. 모든 재미와 진실의 측면에서 해설상의 미스터리의 해소방안은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독자들의 의문점을 해소해주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읽기 전에 보시게 되면 절대적으로 소설의 재미가 밑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하튼 미치오 슈스케는 이러한 연작 단편들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추리와 반전의 매력을 물씬 그려내고 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그 사건들에 걸맞게 이어가고 조금은 꺼림칙하지만 각각 나름의 마무리를 맞게 됩니다.. 물론 이 꺼림칙한 마무리는 후반부의 마지막 장에서 그 의도가 충분히 설명되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겝니다.. 이런 추리적 짜임새와 반전의 묘미는 각각의 단편에서도 역시 보여지고 한데 뭉쳐 마지막의 연작의 흐름의 끝까지 매력적으로 마무리하는 즐거움이 있죠,
2. 소설은 하나의 절벽이라는 해변을 공유하는 두개의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일본의 전형적인 미신의 형태가 어떻게 생활속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밀고 들어오는 지에 대한 사회적 의미도 다분합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해안을 끼고 있는 지방 소도시의 삶속에서 각각의 인간들이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와 고통과 아픔과 상실에 대해 작가는 인물들의 감성과 심리를 적절하게 엮어내고 그 상황을 추리적 방향성을 덧붙여서 미스터리하게 그려나가고 있죠, 각각의 단편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해안의 절벽이라는 공간적 공통점을 그대로 두고있죠,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여전히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자살의 명소인 한 절벽이 의식을 어떻게 지배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신적 행위가 주는 인간적 모순 또한 이 작품은 담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같잖은 이유로 절대 들어서면 안되는 공간을 벗어나기위한 자기 합리화를 만들어내는 뭐 그런 상황이 절로 생각나네요, 전혀 뜬금없지만,
3. 각 단편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와 그 연관성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대단히 인간적이면서도 딜레마와 상황적 혼란에 갇힌 인물들의 영역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첫 단편의 구마지마와 유미코가 그러하고 두번쨰의 주인공인 어린이 커와 친구 야마우치의 입장도 다르지않고 무엇보다 세번째 단편속에서 형사로서의 자신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아픔을 간직한 경찰들의 이야기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작품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무엇보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고해의 방식 역시 인간적 아픔과 따스함을 차가운 절벽의 끝에서 자신이 또는 누군가가 이어나게 만드는 것이죠, 장르적 재미뿐만 아니라 공감과 이해와 용서와 단죄의 감성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짧지만 깔끔하니 정리되는 부분들도 나쁘지 않았구요,
4. 미치오 슈스케는 이러한 인간의 공감적 반응과 일본적 특유의 미신과 감성적 미스터리를 아주 잘 다루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로 인해 작품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상당한 것이지요, 읽는 재미와 집중하는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슈스케의 작품이 상당히 많이 사랑받고 있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읽어본 몇 작품의 독후감에 대해 대체적으로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 "절벽의 밤" 역시 이러한 감정적 동조는 변함없이 즐거움을 주더군요, 인간적 내면과 짜임새있는 추리적 묘미와 함께 반전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상당히 흥미로운 몰입감과 상황적 매력이 다분한 작품으로 일본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분들이시라면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떙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