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여름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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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년 5월 독일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합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일본은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을때입죠, 하지만 유럽의 전황은 독일의 패전으로 인해 조금씩 전쟁의 참상을 씻겨내고 있을 쯔음입니다.. 소설은 전후의 패망한 독일의 베를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17세의 소녀 아우구스테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을 모두 잃고 홀로 삶을 버텨내고 있는 와중입죠, 그녀는 전후 독일을 점령한 소련, 영국, 미국이 베를린을 분할 통치하는 상황에서 미군의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않은 베를린은 폐허의 잔재가 도시 곳곳에 펼쳐져있고 전쟁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암시장이나 생필품을 찾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독일인으로 살아남은 아우구스테는 여전히 전쟁의 가해자의 취급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입장이죠, 그런 그녀를 누군가 찾아옵니다.. 미군으로 인해 압송되어 그녀는 소년의 관할구역을 향합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을 돌봐주던 로렌츠 부부의 남편 크리스토퍼가 독약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게되죠,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부인인 프레데리카가 아우구스테를 용의자중 한명으로 이야기를 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심문을 받게 되고 소련군인 도브리긴대위의 심문에서 자신이 암시장에서 팔았던 치약속에 독약이 주입되어 크리스토퍼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우구스테는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도브리긴은 아우구스테가 살인을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용의자가 될만한 인물인 에리히 포르스트를 찾게 합니다.. 이렇게 아우구스테는 로렌츠 부부의 조카인 용의자 에리히를 찾아 나서죠, 그리고 그녀를 안내할 동반자로 카프카라는 유대인이 도브리긴에 의해 지정됩니다.. 아우구스테는 카프카와 함께 살인 용의자이자 친족인 에리히 포르스트를 찾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바벨스베르크로 향합니다.. 


    1. 일단 소설을 읽어가면서 자꾸 드는 생각은 도대체 이 작가가 일본작가인 이유가 뭐냐는거죠, 그만큼 이 소설은 전후의 독일의 상황을 아주 리얼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전혀 일본스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상황적 배경이나 공간의 묘사가 대단히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부여된 설정적 의도가 너무나도 전후의 독일의 서사에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아주 대단한 다큐적 감성마저 들 정도의 역사적 고찰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말그대로 그 시대의 그 상황들속으로 들어가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소설은 단순합니다.. 한 여성이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위해 진실을 찾는 여정을 다루고 있죠, 전후의 폐허가 된 베를린의 지역적 특색을 중심으로 이틀간 자신이 지나가는 지역과 인물들의 이야기속에서 우린 전쟁이 안겨다준 참상을 있는 그대로 머리속으로 느끼게 해주죠, 무엇보다 패전국의 당사자로서 승전국의 압제가 시작된 베를린의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한 한 국가의 통치가 아니라 관련된 영국과 미국과 소련이라는 나라의 공동 통치가 주는 혼란속의 사회적 두려움을 중심으로 소설은 시대의 모순과 한 인간으로서 감내하고 살아가야할 패전국의 벌거벗은 국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2. 또한 중간중간 소설은 전후의 독일과 함께 전쟁이 벌어지기전 독일의 삶과 그 내면의 세상을 아우구스테의 가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미친 인간의 인종 말살의 정책과 대중을 선동하여 하나의 극우적 방향성으로 세뇌를 시켜가는 상황들이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그려지죠, 이 과정에서 소설의 주제인 추리적 요소는 희미해져버립니다.. 누군가의 살인이 발생하고 그를 살해한 살인자를 찾는 형태의 흐름은 어느새 머리속에서 지워지고 한 인간의 삶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인간말살의 전쟁의 모습들이 독자들의 모든 감상을 잠식해버립니다.. 그게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전쟁이라는 광범위한 살인행위와 인종말살의 제노사이드의 세상속에서 버텨낸 인간의 이야기와 그 내면의 삶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이 작품을 읽는 주된 즐거움으로 자리잡는 것 역시 행복한 독서의 매력이기도 하죠, 일종의 모험적 요소를 설정하여 짧은 여정을 통해 공간적 상황의 시각화가 너무나도 상세하게 그려지는 점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죠, 그것도 일본 작가로서 그 시대를 살아본 경험이 없는 인물을 통해서 겪는 문장의 현실감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인물들의 엮어내는 감성적 피폐의 모습들과 전쟁후에 살아남은 각각의 인물들에게서 보여지는 잔존하는 과거의 정신적 혼란과 유대인과 관련된 수많은 고통과 죽음의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소설은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진짜루요,


    3. 추리소설이지만 일종의 전쟁후의 상황속에서 모험을 하는 모험소설같은 느낌도 듭니다.. 한 여린 여성이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찾기위해 수많은 난관속에서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돕는 인물들의 삶의 이면과 그 연결고리들이 이전에 봐왔던 많은 모험소설의 설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공간과 시대가 전후의 베를린이라는 전쟁의 참상속에서 그려진다는 점이 현대의 독자들에게 와닿는 부분이 크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이러한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스스로조차 지켜내기 힘든 한 연약한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여전히 어린 한 여성의 담대한 정신을 담아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중스러우면서도 매력적입니다.. 아직 소녀이기를 바라는 여성의 삶이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자신이 보는 가운데 자살을 택한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주변의 인물들이 한순간에 사그러져버린 세상에 놓인 아직 성인이 되지못한 여인이 바라보는 지금의 세상은 여전히 전쟁이 끝난 후라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하는 것이죠, 스스로가 원하지않은 가해자로서의 국민이 되어버린 아이는 피해자로서의 고통속에서도 그 아픔을 이해받고 인정해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우린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4. 하지만 이 소설은 분명히 추리소설의 범주에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작가가 바라본 또다른 전쟁의 가해 당사자인 독일의 삶을 대변한 모습으로 작품은 그려지지만 그리고 그 내면의 이야기를 독일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으로 대체해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여기에서 우린 굳이 일본의 삶과 그들의 전쟁의 가해적 행위와 그 국민의 삶을 투영해내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냥 이 작품은 독일이라는 나라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로 인지하게 되더군요, 그러니까 이 작품은 추리소설인데 추리적 요소나 진실적 해결의 방법은 장황한 소설의 여정속에서 극히 미미하게 정리하고 마무리가 됩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전후의 독일의 상황들을 중심으로 펼쳐내는대 중점을 두고 있을 뿐이죠, 또 그러니까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살인의 진실을 찾아 마무리른 짓는 마지막의 결말부분은 어떻게보면 무미건조하기까지 합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영역에서 이 작품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작품으로 봐야 작품적 매력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듭디다..


    5.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독일이라는 나라, 그중에서 베를린이라는 공간속에서 전후의 삶과 피폐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역사적 디테일과 그 고찰적 묘사는 찬사를 하지않을 수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아니하지 않는 정말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느끼게 되는 전쟁의 상흔이 겹겹이 감성적으로 쌓여들게 되죠, 교과서에서 배우고(물론 일본은 이런걸 배우지 않겠지만...) 영화속에서 봐온 전쟁의 이야기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의 독일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칭찬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노력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소설의 기법에 기인한 작품적 선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전쟁이라는 상황속에 내몰린 한 어린 여성의 삶과 그 여정을 다룬 대중소설로 판단하시며 읽어보심이 어떠실까 싶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추리라는 장르가 대중적인 흥미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구요,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작가의 작품적 노력과 그 헌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 한 권의 소설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가 일궈낸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 문장들은 단순한 대중적 감성뿐만 아니라 과거의 침략과 가해적 살인들이 주는 아픔을 기억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단지 이런 가해를 기억하고 단절하고 거부하는 것이 과거나 현재의 권력자들이 노력이어야함도 주의 사실이지만 특히나 일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성향의 작품들과 작가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능하면 야스쿠니 신사 앞에 부스라도 설치해서 이런 작품들을 홍보, 판매라도 좀 해보세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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