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평점 :
1.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범죄의 모습을 지금 우린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르진 않았을진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그런 극악한 범죄의 모습의 세상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딸, 누구의 자식, 누구의 아이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맞닥뜨리는 방관자로서의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세상을 제대로 알려줘야될 어른으로서 지금 보여지는 극악무도한 범죄의 모습은 치가 떨리도록 역겹기까지 합니다.. 이건 인간의 문제인것 같아요, 그리고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이런 빌어먹을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권리조차 빼앗겨버린 피해자들의 문제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를 한 범죄자들은 떳떳해보입니다.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고 자신의 삶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래서 무엇보다 지금의 이 현실이 공포스럽고 두렵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서 그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일겝니다.. 허나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악한 세상의 악마적 행동을 저지르고 누군가에게 지옥보다 더 처참한 삶의 고통을 안겨주었는가는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개10쓰레기같은 족속들이죠, 그러한 다크웹을 만들고 그러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그러한 악마적 행동을 부추긴 빌어먹을 범죄자들이 버젓이 나만 그런게 아니야, 지금도, 예전에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러한 범죄는 수도 없이 벌어질거라는 그런 류의 합리화되는 세상의 부조리, 사회의 법조차 그러합니다..
2. 법을 관할하고 집행하고 정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우리의 사법체계, 그중에서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들, 참 기가 찹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한 놈은 음란물 유포 및 제작으로 인해 받은 처벌이 벌금 고작 2천여만원과 징역 1년이었답니다.. 그것도 검찰이 2년을 구형하고 1심에서 1년이 구형되자 항소를 포기하였고 저 빌어먹을 새끼가 항소를 해서 징역형을 더 줄이려고 하는 와중에 사건이 발생한거죠, 이거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강력하고 모든 것을 다 처리해줄 것처럼 나대는 검찰이라는 족속들이 하는 이 희한한 짓거리, 정치고 나발이고 다 떠나서 참 지랄같죠, 그래요, 항상 이야기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래요, 늘 타인을 자신처럼 여기지 못하는 존재이죠, 이성을 가지고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경험하고 옳고 그름을 깨우치는 존재이건만 어떻게 우리들중 누군가는 개만도 못한 빌어먹을 존재로 살아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타인을 해하고 타인을 조종하고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는 존재가 끊임없이 우리의 주변에서 어슬렁되는 한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좋은 미래와 희망과 긍정을 믿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서 이번의 이 범죄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특히 진짜, 솔직히, 남자로서 부끄럽고 남자들과 인간들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는 나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조금이라도 생각을 비우고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라고 부추기니 변함없이 책을 읽습니다.. 재미난 책을요, 히가시노 게이고 슨생님이 2004년쯤에 발간한 작품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게이고 월드의 딱 중간쯤되겠군요, "환야"라는 작품인데 이번에 다시 재간되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읽었습니다.. 그러니 아주 좋았습니다.. 팜므파탈이라는 설정입죠, 악녀라는 개념이 더 쉬울라나, 여하튼 대단히 매력적인 미스터리스릴러소설입니다..
3. 일본은 자연재해에 있어서는 조금 불안한 나라입니다.. 심각한 지진이 발생하여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죠, 이 소설의 시작점도 그러합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터져버리고 내수는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져내리죠, 많은 사람들이 도산과 부도를 막지 못하고 경제적 아픔을 겪습니다.. 그리고 미즈하라 마스야의 공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버지는 그동안 진 빚을 갚지 못하고 자살을 택합니다.. 빚잔치를 끝내고 나면 아버지의 보험금도 남는게 없습니다.. 장례를 위해 온 고모부 역시 자신의 돈을 받는게 목적입니다.. 그렇게 허무한 아버지의 죽음을 마무리하는 발인을 앞둔 날 한신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베 대지진입니다.. 마스야의 집도 무너져버립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마스야는 집밖으로 나서고 주변의 아수라장을 보게 됩니다.. 그때 잔해에 깔린 고모부의 모습도 보게되죠, 순간적인 충동으로 마스야는 고모부의 이마를 내리쳐 죽여버립니다.. 하지만 수많은 죽음이 순식간에 벌어진 곳에서 아무도 그걸 알리가 없습니다.. 그때 마스야는 누군가가 그를 보고 있음을 눈치채죠, 한 여인이 그가 저지른 모든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녀 역시 지진으로 부모님과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마스야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그녀가 봤다는 생각에 그녀 주위를 맴돌다가 우연히 그녀에게 폭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저지하고 그녀와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마스야를 찾아온 고모부의 딸이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것에 대한 의심을 사게 되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찍은 비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여인인 신카이 미후유는 마스야에게 증거를 찾아서 넘깁니다.. 그렇게 이들 마스야와 미후유는 운명적인 만남으로 엮이게 되죠,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지진의 지옥속에 묻어두고 함께 도쿄로 향합니다.... 새로운 그들만의 삶을 찾아서 말이죠, 하지만 과거가 없는 미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미후유와 함께 시작한 삶은 마스야에게 있어서 드러내지 못한 어두운 진실속의 미로였을 뿐, 과연 이들의 삶은.....
4. 팜므파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악의가 가득한 한 여성과 주변의 인물들을 보여주는 매우 전형적이고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미스터리스릴러소설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중성이 담보한 작품의 내면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농밀한 본성은 게이고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이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범죄와 행동에 대해 얼마나 잔인해지고 극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라고도 보여집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미스터리보다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상당히 긴 장편의 서사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단면단면들이 주는 스릴러적 감성과 인간의 이중성은 대단히 섬세하고 집요하고 끈질기죠, 특히나 이 작품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사회적 시대상을 토대로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끼치는 악한 영향력에 대한 경고를 거부감없이 드러냅니다.. 인간이 필히 가져야할 죄의식과 사회적 정의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지고 파괴되는 것을 한 여성의 모습에서 여지없디 보여지는 것이죠, 이 소설은 신카이 미후유라는 한 여성 인물의 입체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이끌어내면서 누구라도 당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미약한 심성과 소유욕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신카이 미후유라는 악녀의 이미지는 대단히 강렬하고 밈팩트가 강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일반적인 악녀의 성향과는 질적으로 차이를 둡니다.. 과거속에서, 사회속에서, 관계속에서 상처받고 버리지고 그리고 이로 인해 극악한 사회적 존재등으로 변질되어버린 악한 인간같은 대중적인 합리성을 전제로 둔 인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악한 존재의 감성으로 똘똘 뭉친 여성의 반사회적 성향을 끝없이 이끌어내는 것은 게이고 슨생이 설정부터 고민한 흔적이 절실히 느껴지는 것들이죠, 흔하고 전형적이 대중적 인물의 감성에서 보다 극한의 인간의 잔혹함을 끌어내는 것에 대한 게이고적 캐릭터의 구성에 칭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근래 들어서 게이고 슨생의 작품은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드러움이 가미된 작품들이 조금씩 느껴진다면 이 작품이 출시되는 시점의 게이고 월드의 중간지점의 작품들은 인간의 이중성과 극악한 사회적 거부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전 그렇게 봤습니다.. 솔직히 사놓고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백야행'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과 함께 연결이 많이 되는 듯 합니다.. 이 시기의 게이고 슨생의 작품적 성향은 인간과 사회적 범죄의 극악한 현실에 대한 영향에 대해 보다 농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여집니다.. 이러니까 뭔가 게이고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가진 독자같긴하지만 이 시기의 작품들을 몇권 읽어본 느낌으로는 뭐 그렇습니다.. 아님 말구요, 여하튼 "환야"는 이러한 인간에 대한 사회적 고립과 자본주의적 경제사회속에서 자신의 자리른 놓쳐버린 관계의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애착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속에서 누구하나 희망과 즐거움과 행복과 편안함을 가진 인물을 단 한명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단 한명의 여인을 제외하고 이 작품속의 인물들은 소소한 행복과 단순한 사랑과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인간의 평범한 사랑을 원할 뿐입니다.. 그게 불륜이 되었든, 욕심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이들을 조종하고 가지고 노는 누군가에 의해 사람들은 죽음보다 더 참혹한 일상과 지옥을 만나게 되죠, 이들에게 있어서 세상은 희망을 전제로 다가오질 않습니다.. 현실도 그렇구요, 언제나 가진 자와 가지길 원하는 자와 가지고 싶은 자들의 간악함과 권력적 폭력과 이성적 지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수많은 시대적 아픈 영혼의 마지막 희망마저 가져가버립니다.. 이들에게 사회적 정의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포기라는 상자속에서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지는거죠, 그렇게 섞은내가 나기 전까지 포장된 상자는 다소곳하게 사회속에서 전시되어갑니다.. 헐, 내가 뭘 적은거지,,,,,
6. 흔한 전형적이고 대중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임에도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적지 않습니다.. 게이고만의 인간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죠, 게다가 대중적인 서사로 인한 가독성과 재미는 아주 뛰어납니다.. 게이고가 아닌 다른 작가였다면 첫 문장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지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특히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진실들과 그 상황들과 함께 마지막 한장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 서스펜스의 감성과 반전의 매력은 독자로서 만족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범죄적 처벌의 기준이 살인일진데 단지 신체를 죽이지 않았다고 인간의 영혼을 죽여버린 이들이 죗값이 가벼워야되는가라는 것 말이죠, 앞서 떠들어댄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현실속에 드러난 범죄의 모습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해자라는 쓰레기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가볍게 느껴질 지 모릅니다.. 법이 그러하고 사회적 인식이 그러하고 세상이 그러하다는 것을 그들은 정의의 틈새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누군가의 영혼과 정신을 짓밟아버린게 뭐 대수이겠냐라는 것이지요, 기본적인 죄의식조차 가지지 못한 이들은 세상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야기가 이 작품속에서도 그려집니다... 독자로서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적 공감자라서 아픈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전형적이고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악녀의 드라마틱한 대중소설속의 이야기에서 현실을 봅니다.. 그리고 읽는 동안 소설적 즐거움을 한껏 누려봅니다.. 이전에 읽었든, 지금 처음 읽든 이 작품은 매력적인 히가시노 게이고풍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발 철없는 남자들아, 느무 본능과 욕구에 집착하지 말고 조금만 자신은 내려놓고 한발만 선밖을 나와서 주변을 바라봐봐,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다.. 잠시 욕망에 허덕이다가도 금새 현타오는 인생, 집착하고 조급하게 살지말고 기본적인 배려 좀 하고 살자, 젠장...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