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장르소설을 그중에서도 미스터리스릴러소설을 읽다보면 사회의 추잡한 현실과 어두운 이면의 범죄들을 허구의 세상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대단히 극악스럽고 가차없이 잔인한 이야기의 틀속에서 독자로서 저는 항상 이 소설속의 이야기는 허구이자 비현실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곤 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읽는동안 나름 허구적 세상의 비릿한 피내음을 참아내고 오히려 즐기면서 재미지게 읽을 수 있을테니까요.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과 그 이야기의 공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빗댄 허구의 세상에 대한 자기만족인 것이죠, 아무리 지저분하고 추잡한 인간의 극악한 행동과 상황들이 그려져도 '아니야, 아니야 이건 그냥 만들어낸 이야기니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상황적 적응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허구의 세상의 이야기가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발생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을 기저에 깔지않고 현실속에서 있는 그대로 나의 삶과 주변과 생활의 모든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의 이웃이, 나의 지인이, 나의 가족이 절대 벌어져서는 안될 허구의 세상속의 극악한 상황속에 놓여진다면 정말 어떨까요, 그래서 누군가는 이러한 모진 현실속의 이야기를 빗댄 허구의 세상속 이야기를 그토록 저열하고 저속한 통속소설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외면하곤 하는것일까하는 생각도 언듯 드는군요, 가능하면 자신의 주변과 영역속에서는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불안요소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아님 말구요


    2. 굳이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없지만 지금 현실속의 뉴스와 범죄의 세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자각에 대한 문제를 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잔인하고 악한 범죄들이 안방의 TV를 통해서 하루종일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소설속에서나 일어날법한 그러한 범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주변의 생활속 현실의 모습으로 버젓이 튀어나오고 있죠, 그동안 감추어져 있고 일반 대중들이 무시하고 무관심하고 자기와는 상관없는 듯 외면했던 그런 사회적 문제와 인식적 차별이나 범죄적 극악의 실체들이 드러나는 걸 갑자기 불거진 것처럼 충격과 사회적 이슈로 몰고 더이상은 간과하면 안될것인냥 떠들어댑니다.. 앞선 독후감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주절댄 바가 있지만 알면서 외면하고 사회적 어둠속으로 밀어놓았던 주변의 인간들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들, 그냥 아무 생각없는, 하릴없는 대중소설 독자들이 탐독하는 범죄와 악독한 인간들의 몹쓸 짓거리들과 범죄행각들은 소설속에서만 존재했는데 갑자기 현실속으로 툭하니 던져진 듯한 충격적 현실속에서 순간적으로 타오르다가 또 어느순간 망각처럼 잊혀버리려고 노력하고 지워버릴려고만 합니다.. 나의 일, 나의 가족, 나의 주변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머리 아프게 인식하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을테니까요, 난 그런 범죄와 악독한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려지는 세상이나 주변과는 다른 평화로운 삶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살고싶다는 위안과 안정이 바라는 마음 이해합니다.. 그래도 되요, 하지만 수많은 대중소설과 사회를 빗댄 허구의 세상속의 이야기들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이면과 어두운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고민과 경각심과 관심을 가진다면 흔한 대중소설의 저속함이 주는 경고와 그 판단의 잣대를 보다 확장해서 우리의 삶에서의 상호관계에 대한 나름의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응.. 뭔 말을 하려는거야.... 시작과는 다르게 내용이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떠났군, 죄송 패쓰


    3. 여하튼 재미진 대중소설이 저속하고 가치가 없는 작품들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알아서 판단하시고, 이번에 읽은 작품은 근래들어 새롭게 재간된 노리즈키 린타로 작가의 "요리코를 위해"라는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노리즈키 린타로는 소설속 화자와 동일한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예명이겠죠, 소설속의 탐정이자 사건을 해결하는 당사자인 린타로라는 인물이 그의 소설을 집필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요리코를 위해"라는 작품은 작가가 대학교때 만든 작품을 장편으로 옮긴 것으로 작가가 후기에 적었더군요, 작가의 25세때 집필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이 작품속에서 그려지는 대단히 비극적이고 아픈 가족사에 대한 감상은 무척이나 진중하고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이야기는 소설의 초반의 화자인 자신의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수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 니시무라 요리코는 어느날 죽은 체 발견됩니다.. 아내인 우미애는 14년전 임신한 체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반신불구가 되었고 유일하게 남은 딸 요리코는 니시무라 유지에게 있어서는 생명과 같은 존재인 것이죠, 17년간 모든 것을 보살피며 살아온 유지에게 요리코의 죽음은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남겨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요리코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악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딸의 죽음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딸이 숨겨운 진실을 알게된 유지는 딸의 죽음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수기에서 그 살인자를 찾아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딸과 함께 죽음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준비하죠, 그렇게 니시무라 유지는 딸아이의 살인범을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4. 대단히 매력적인 시작점을 가진 추리소설입니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공감이 일어나는 서두이자 가장 중요한 소설의 중심적 이야기기도 합니다.. 한 아이의 죽음앞에 고통으로 점철된 부모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내용이니까요, 그리고 아이의 죽음에 대한 부모로서의 행동과 복수에 대한 독자적 공감이 끝없이 일어납니다.. 사건은 아주 단순합니다.. 한 여자아이가 죽음을 당하고 그 죽음을 행한 살인자를 경찰이 아닌 부모가 찾아내 아이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자신도 죽음으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자하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 내용은 전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긴하지만 모든 것은 아니죠, 이 소설은 살인자와 범죄자와 피해자를 특정해놓고 시작하는 추리소설입니다.. 전혀 틈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이 주는 불협화음을 1차적으로 드러냅니다..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드러난 진실로 피해를 당하는 누군가에 대한 사회적 눈돌리기가 우선적으로 표면적인 진실을 감추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1차적 사건의 진실은 또다른 이면을 내세우려고 하는거죠, 현실에서도 다르지않은 그러한 기법으로 소설은 복수를 한 아버지의 수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됩니다.. 이 상황에서 소설가이자 소설속 화자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진실은 보여지는 전부만이 아닌 감춰진 거울의 뒷면이 있음을 감지하고 유리가 균열이 가기 시작함을 눈치챕니다.. 조각속에 놓여진 진실의 파편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는거죠


    5. 다시금 소설은 요리코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나서면서 한가족의 내면을 둘러싼 감춰진 아픔과 주변의 시선, 그리고 사회적 권력자들이 보여주는 위선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그 와중에 린타로는 진실을 찾아가며 인간이 보여주는 근원적인 본성과 분노를 비롯한 오랫동안 방치되고 가려진 사랑의 상처와 아픔까지 자연스럽게 독자의 호기심과 추리속에서 드러나게끔 끌어내는 기법으로 추리를 이끌어나갑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말이죠, 추리소설임에도 이 작품은 여러방향으로 꼬으고 어설픈 복선과 암시를 심어두진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가장 현명한 방법의 주도면밀함의 상황적 미스터리를 처음부터 독자들의 눈을 돌려놓았음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후반부에 묵직한 반전과 충격으로 몰고 갑니다.. 여느 본격추리물처럼 구성상에서 배치적 의구심과 논리적 추론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구요, 상황이 주는 틈과 어색함의 틀을 교묘하게 끄집어내면서 린타로를 중심으로 하나씩 그 진실의 맥을 찾아나가는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인간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부모와 자식간의 시선과 가족들간의 숨겨진 진실에 대한 나약함을 작가는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이용합니다.. 이러한 작품의 내용과 감성을 아직은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들춰내고 즐거움을 전달하였다는 점에 매우 만족스러운 추리소설이라꼬 전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전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를 처음 만나본 입장에서 단점은 거의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6. 솔직하게 다른 스릴러소설이나 미스터리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본격물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서사나 줄거리에 대한 매력을 더 가지고 감성적인 내면의 심리와 인간에 대한 독자적 공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본격 미스터리물처럼 추리라는 방법론에 집중하는 상황적 논리에 대한 작가의 노력과 고민에 대해서는 그닥 흥미로움을 가지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만, 이 작품 "요리코를 위해"라는 작품은 본격물로서의 기본적인 방법론을 중심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주는 비이성적 나약함과 외로움과 고통과 이중적 감성의 비밀에 대한 고민을 대단히 섬세하게 그려내는 점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또한 초반 이루어진 서사의 수기의 방식은 이 작품이 주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자 독자적 공감의 반 이상의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경각심과 묵직함을 보여주기에 독자들은 훅하니 작품의 이야기속에 금방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길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한순간에 마지막까지 작품의 상황적 흐름에 빠져들어 어느순간 끝까지 작품을 손에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독자로서 대단히 흐뭇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해보이는 서사적 흐름이지만 작가는 초반의 수기를 이끌어내기위해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하고 구성적 노력을 기울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야 처음 접해본 노리즈키의 작품이니 단순히 이 한 작품으로 작가의 매력을 칭송하고 난리를 칠 필요는 없을터이나 그럼에도  이 작품의 매력은 그동안 얼마 되진 않지만 일본미스터리소설을 읽어온 독자로서 아주 큰 즐거움을 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부모가 모든 자식을 사랑하지만 모든 부모가 모든 자식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가족에게 있어서의 사랑은 줘도줘도 모자라지만 사랑을 받는 당사자들은 받아도 받아도 부족하기만 할지도 모르니까요, 만약 지금 이순간 우리들은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 받음에 있어 상대방이 충분히 알 수 있게 그 의미와 의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면서 보여주는 무지몽매한 본성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싫음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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