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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만나는 그림책  

 

어린이가 만나는 첫 책은 대부분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때때로 어른들은 당황합니다. 쏟아져 나와 있는 그림책 가운데 지금 우리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어야 할까요? 모두들 좋다고 하는 그림책인데 왜 우리아이가 집중해서 듣지 않는 걸까요? 이 같은 질문의 대부분은 아이의 연령에 따른 발달과 그림책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합니다. 그만큼 연령에 따른 유아기의 발달특성은 그림책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될 부분입니다.

유아들은 자신의 연령에 맞는 그림책일 때 흥미를 보입니다. 연령이 높아 너무 어려울 때는 잘 몰라서 재미없고 자신의 연령보다 낮은 단계일 때는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한두 번쯤 보더라도 되풀이해 읽어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유아들 개개인의 차이도 있고 세밀하게 나누어 일반화시키는 과정에서 예외가 많을 수 있지만 어린이의 발달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책과 견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독서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질 것입니다.

1. 태아기와 신생아기 - 이제 막 태어났어요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엄마는 온통 아기에게 집중합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엄마와 아기는 뱃속에서부터 연결되어있고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엄마는 사랑과 관심으로 아기를 돌봅니다. 아기가 뱃속에서 엄마의 감정에 영향을 받으며 불안감과 행복감을 모두 느낀다는 사실, 엄마가 먹는 것을 그대로 맛보며 미래의 음식취향까지 만들면서 태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할까요?”하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대답은 “촛점 맞추기가 되고 어른의 도움을 받아 앉아있기도 하는 7개월부터”이지만 나의 대답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입니다. 이때 아기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든가 옛날 말 노래를 들려주면 뱃속 아기가 안정되고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이 때 리듬감이 강한 아기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아기의 정서에 안정감을 주겠지요. 처음 태어난 아기들은 눈 보호를 위해 조명조차 어둡게 해주는 것이 좋으니 뭔가를 보여주려 애쓰기보다 ‘들려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지요. 태어나서 4개월까지는 하루 14시간이상 잠을 자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깨어있을 때는 아픔과 두려움, 불편함과 외로움을 호소하기 위해 자주 울기도 합니다. 곁에서 엄마가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걸어 위로해주고 안정시켜 주는 것이 중요한 때죠. 뱃속에서부터 익히 들어 익숙해진 리듬감 있는 말과 노래로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엄마가 직접 옛날 말 노래를 들려주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지만 어려울 경우에는 CD보다는 테이프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때 전자음으로 반주를 한 동요는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2. 2개월에서 6개월까지 -보고 관찰하기를 좋아해요

보통 학자들은 생후 약 2개월부터 두 돌까지를 영아기로 분류합니다. 걷기와 언어발달, 수유가 이루어지는 때로 가장 큰 특징은 오감을 사용하여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빨고 냄새 맡으며 세상에 대해 배워나갑니다. 영아를 위한 그림책에는 잠자기와 배변, 먹기 들을 소재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아기가 먹고, 자고, 싸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시기라는 것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아기들은 깨어있는 동안 그저 누워있지만은 않습니다. 끊임없이 뭔가 보고 관찰하며 함께 놀기를 원합니다. 아직 기어 다니지 못하는 아기들은 뭔가 더 새로운 것을 보기위해 자꾸 안아 달라 보챕니다. 옛날에는 버릇이 나빠진다며 자주 안아주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많이 안아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아이의 두뇌가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는 시기에 더 많이 자극을 주고 관심을 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와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기가 3,4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누워서 두 팔을 흔드는 모습이 “뭔가 보여주세요, 안아주세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누워있는 아기에게 그림책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아기를 안아서 내 책꽂이 앞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경시켜주고 그림책을 빼내어 보여주곤 했습니다. 자장가도 많이 들려주었지만 옛날 말노래책을 찾아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아기는 즐거움과 위로받은 마음을 미소와 옹알이로 표현했고 나는 수많은 자장가와 말노래, 그림책들이 이미 세상에 준비되어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3. 8개월부터 12개월까지 - 그림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요.

이제 아기는 기어 다니고 뭔가를 잡고 혼자 서기도 합니다. 입과 손가락으로 탐색하기를 즐기고 “엄마”“아빠”하고 처음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지요. 아기가 어른의 가슴에 등을 대고 앉아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보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언어발달과 인지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접촉과 따뜻한 관계를 통해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아기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시기입니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빨강, 초록, 흰색의 구별이 가능하고 2-3개월부터 사람의 얼굴을 오래 응시합니다. 대조적인 색 패턴을 좋아해서 배경과 대조되는 단순하고 밝은 색깔의 그림책을 즐기지요. 배경이 어수선하거나 파스텔조의 그림보다는 흰색 바탕에 까만 글씨같은 대조를 좋아합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은 아기들의 이같은 특징과 잘 들어맞는 대표적인 아기그림책입니다. 하얀 바탕에 청색을 띈 짙은 하늘, 밝고 둥근 달의 얼굴이 아기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듯합니다. 아기들이 둘레의 사람얼굴을 둟어져라 살피는 것은 얼굴에 대한 변별력을 통해 안전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내게 안전할까? 나를 보호해주고 내 요구를 들어줄까?’ 따지듯 바라보곤 하지요. <달님 안녕>에 등장하는 달의 얼굴을 마치 엄마의 얼굴처럼 밝고 편안한 느낌으로 아기에게 다가갑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구름아저씨의 등장으로 드라마틱한 사건까지 일어나고 결국은 달님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끝나 아기들은 안심하고 그림책을 즐깁니다. 실루엣으로 처리된 지붕위의 고양이나 밤 마실 나온 엄마와 아기는 그림에 변화와 움직임을 주면서 아기를 즐겁게 합니다.

아기는 돌이 되면서 <달님 안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 달라 요구하고 그림책을 보여줄 때마다 얼굴에 손을 갖다 대고 소리를 지르며 즐거움을 표시하자 그림책을 읽어주는 나의 기쁨도 커졌습니다. 산책을 나가 하늘에 뜬 달을 보여주면 “안녕”하고 말하는 듯 아기는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아기는 자신만의 첫 책을 갖게 된 것이고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가 세상을 보여주고 있음도 알고 느끼는 것입니다.

 

4. 12개월부터 두돌까지 - 좀 더 다양하게 보고 몇 권은 반복해서 즐겨요.

걷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책꽂이에서 책을 빼내 읽어달라는 듯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때 아기 그림책만 모아 아이의 손길이 닿은 곳에 아기만의 책꽂이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지요. 이런 저런 그림책에 관심을 보이지만 연령이 높은 그림책은 표지나 처음 몇 장만 보고 덮어버리고 저쪽으로 밀어버리기까지 합니다. 또 좋아하는 책은 몇 번씩 반복해서 즐기기도 합니다. 이때에도 그림책은 책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장난감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또 책 읽어주는 사람과의 교감이 더 중요하지요. 그러니 부모의 요구보다는 아기의 요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좋습니다. 책꽂이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그림책으로 채워놓되 아기가 원하는 만큼만 읽어주고 아기가 원하면 계속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두 돌까지의 영아들은 아직은 기승전결이 강한 이야기를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리듬감 있는 언어와 반복 구성의 단순한 그림책이 좋겠지요. 한 펼침 면에 여러 장면이 있는 경우도 영아들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아기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오는 사물그림책이나 까꿍 놀이, 잠자고 먹고 싸는 이야기 등 아이의 일상이 담긴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영아들은 저와 닮은 아기가 나오는 그림책이나 자신의 곁에 있는 사물들, 곰 인형이나 나무 자동차의 등장에도 큰 반응을 보입니다. 또 아직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토끼나 호랑이처럼 특징이 강한 동물들에 대해서도 정감을 갖고 봅니다. 까꿍놀이를 특히 즐기는 이 시기에 맞추어 시중에는 까꿍놀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책이 나와있기도 합니다. 기고 걷고 곤지곤지 잼잼 놀이를 즐기는 이 시기에는 몸놀이도 활발해져서 <꼬마야 꼬마야>같은 몸놀이 책을 읽어주면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며 성취감을 만끽합니다.

태어나서 두 돌까지는 평생토록 이어질 취향과 습관이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음식을 먹는 습관이나 배변습관, 잠자는 습관처럼 독서습관도 영아기에 이미 형성됩니다.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아기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엄마는 더욱 그렇습니다. 변화가 급격한 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힘이 들지요. 엄마들은 출산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기의 요구대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기가 제 마음에 드는 좋은 그림책을 만난다는 것은 평생 간직할 좋은 책 경험과 독서 습관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아빠나 가족들 모두가 그림책 읽어주기에 함께 힘쓰면 좋겠습니다.

 

추천도서

달님안녕(한림출판사/달님안녕시리즈)

나랑 놀자(웅진주니어/잼잼곰시리즈)

누구야 누구(보리)

잘자요,달님(시공주니어)

까꿍! 찾았다(아이세움/옹알옹알 아기그림책시리즈)

꼬마야꼬마야(다섯수레/쑥쑥 몸놀이시리즈)

무엇이 있을까요?(시공주니어/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시리즈)

열두띠 동물 까꿍놀이(보림 /나비잠 시리즈)

사과가 쿵(보림)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보림)

아기 어르고 재우는 자장노래(파랑새어린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보리/ 어린이노래마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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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이 읽어야 한다.

많이 읽어라. 이 말은 누구나 하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일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지요. 여러 번 자꾸자꾸 반복을 하다 보니 잘 하게 된 것이지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종류의 글을 자꾸 읽어서 그 경험이 나중에는 어느 글이나 능숙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 많이 읽어야 하는 까닭으로는 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많이 만들어 둔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알아갈 때는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고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무엇을 좀 알아야 자기가 모른다는 것도 알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말은 들어와서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많이 읽고는 싶은데 읽을 책이 없었어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것은 다른 말로 평소에 책을 읽지 않았으니 읽고 싶거나 읽어야 할 책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읽은 게 있어야 읽고 싶은 것도 생기게 마련인데 저는 열심히 읽은 책이라곤 만화책 밖에 없으니 글자로 된 책을 읽어내기가 처음에는 그렇게 힘이 들었지요. 읽을 책이 마땅치 않은 사람이라면 쉬워 보이거나 내용을 잘 알아서 친숙한 책부터 시작해서 기본 독서량을 채워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읽고 싶다는 마음이 거기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 글이나 많이만 읽는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담아 적어 놓은 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상업적이고 말초적인 호기심만 자극하는 책들에까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지요.

물론 처음부터 책 읽은 권수를 채우려고만 하면 읽은 분량은 많은데 머리 속에 남거나 가슴속에 기억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 독서만 하기 쉽답니다. 독서의 체험은 늘리고 넓히되 독서자체를 즐기도록 이끌어주는 것,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요.


2. 스스로 읽고 싶어서, 주체가 되어서 읽도록 해야 한다.

제가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은 것이 잘난 척 하고 싶다는 조금 불순한 동기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었던 데서 책과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책을 읽기가 조금 어려워도 참아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지요.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말이 요즈음 많이 쓰고 있지요?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한마디로 학습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학습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배우는 사람이 자기의 수준이나 관심에 기초해서 스스로 수업목표를 설정하고, 중요한 학습전략을 선택하여 실행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공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거기까지는 다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따지고 생각해 보는 정도라도 해 보면 좋겠지요.

책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기가 독자와 글의 만남이라면 독자는 능동적으로 글을 읽어야 읽는 보람도 있고 그 뜻을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 옛날에야 지금처럼 독서를 지도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저 자기가 좋아서 읽으면 다행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좋은 점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강권에 의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끌리고 필요해서 읽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요즈음은 독서지도 프로그램도 많고 독서지도를 받을 기회도 많은데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주인이 되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 너무 많은 기회 때문에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서 이끌려 가는 경우가 더 많지요. 자신의 경험과 지식, 생각이나 관심 등을 바탕으로 해서 상상하고 추측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읽기를 능동적으로 하지 못하는 또 다른 까닭은 글읽기와 삶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읽기 자체가 보람 있는 일로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데,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든가 독서인증제 같은 제도를 통과하기 위해서 읽는다면 읽는 일이 자신의 생각이나 생활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적게 되고 글은 이렇게 현실과 좀 떨여져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당신의 책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셔요. 감옥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열심히 읽어도 도무지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어떤 때는 책을 3,40쪽 정도 읽은 뒤에야 아이고 내가 전에 읽은 것이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감옥에서 책을 읽는 것이란 그저 무릎 위에 책 한 권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책을 읽는 일이 ‘독서 이후’와는 완전하게 단절된 그저 독서일 뿐이어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실천과 유리된 관념의 소요’라고 표현하십니다. 조금 쉽게 ‘삶과 동떨어진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글읽기가 아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삶의 일부분이 될 때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책을 읽고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3. 읽어주라, 읽어주라!

어린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요. 그러다가 아이가 글자를 익히고 나면 어른들은 얼른 책 읽는 수고를 아이스스로 해치우기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너 글자 읽을 줄 아니 네가 읽어라.’하면서 책을 내어 줍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것은 글자를 몰라서 읽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나 엄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요 하는 의사표현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지금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더라도 책을 읽어주는 일을 종종 봅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도 초등학교 5학년 때인데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이 읽어주시다가만 책을 서로 읽으려고 싸움이 나기도 했거든요. 읽어주지 않았다면 그런 보물이 거기에 있는지 알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 관장님으로 계시는 허순영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허선생님 아들이 책읽는 것을 별로 즐기기 않더라는 것이에요. 도서관장님도 어떻게 하면 아들이 책을 좋아하게 할까 이런 것을 고민하시기도 하는가봅니다. 그래서 아들이 중학생 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셨대요. 하루에 정해진 시간 만큼씩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셨답니다. 그때 읽어준 책 가운데는 이은성 선생님의 ‘소설 동의보감’ 3권짜리도 끼어 있었지요. 그리고 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장래희망을 ‘한의사’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한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더욱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북경에서 아주 유명한 대학에 가서 한의사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자기 꿈에 한걸음 다가가게 된 것이지요. 읽어 주는 힘은 이렇게 크지요.

제가 고등학생 때 일입니다.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은 윤리과목을 담당하셨는데 그리이스 로마 철학에 대해서 우리에게 아주 쉽게 설명을 해주시곤 하시던 생각이 납니다. 그것보다도 더욱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선생님이 읽어주시던 책들이에요. 조회나 종례 시간에 들어와서 짧은 글들을 읽어주시곤 하셨어요. 그때 읽어주신 내용 가운데는 ‘탁상시계’이야기라는 것이 있어요. 아주 짤막한 글인데요. 법정 스님이 숙소에서 탁상시계를 잃어버리셨어요. 도둑이 든 것이지요. 그래서 허름한 것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하고 시계 가게를 가셨는데 어떤 중년의 사내가 스님의 시계를 들고 와서 한참 흥정을 하고 있었다고 하지요. 스님은 놀라셨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시게를 도로 돈을 주고 사오셨다는 일화에 끝에 ‘영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 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라는 말로 끝을 내고 있는 글이었어요. 선생님이 그 구절을 읽어주시는데 마치 섬광처럼 그 말이 가슴속에 들어와 박히는 거에요. 그리고 나서 제가 어른이 되고 주머니에 책 한권 정도 살만한 돈이 있을 때 서점에서 무소유가 눈에 띄자 얼른 사들었지요. 그 책은 제 재산목록 1호가 되어 있어요. 독서지도라 하면 책 읽고 시험보는 무엇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바로 이런 것이 독서지도의 모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싶다는 자극을 주고 그 자극이 오래오래 머릿속에 남아 결국 책을 읽은 행위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 말입니다.

아이가 책을 즐겁게 읽도록 해주려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면 읽어주세요. 그게 가장 강력한 도구입이다.

♣ 책을 읽어주면 좋은 점

ⓛ 직접 읽지 않고도 이야기의 매력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② 누군가가 읽어준 책은 나중에 다시 펼쳐보기 쉽습니다. 읽어 주는 것이 결국은 아이들이 직접 책을 읽고 싶어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줍니다.
③ 좋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판단하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④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읽어주는 사람과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제 독서 여행의 출발은 세계 명작동화 30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을 다시 말해서 읽을 만한 환경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겠지요. 물론 집에 책이 없어도 멀리까지 가서 빌려서 읽은 분의 이야기 도서관에 가서 늦도록 까지 책을 읽고 왔다는 분의 이야기들도 있지요. 하지만 그 분들에게도 집에 책 읽은 환경이 마련되었더라면 더욱 책과 친해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오늘날은 정말 세상 좋아졌다 싶을 만큼 책이 넘쳐 나지요. 아기가 태어나면 책부터 사들여 놓고 보는 엄마들도 많거든요. 아이들이 책이 많이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만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일, 책장을 가끔 정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책은 한번 구입하면 그것을 오래오래 볼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자라나는 단계에 따라서 새로운 것을 자꾸 장만해야 하는 책도 많이 있지요. 자라나는 아이들의 책이 대부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번 사사 책꽂이에 꽂은 책은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 말아요. 아이는 자라서 3학년 4학년이 되어 있는데 책꽂이에는 여전히 ‘병아리 유치원’이라 처음읽는 세계 명작 같은 책들이 주욱 꽂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아이에게 그때그때 알맞은 책을 권해 주려면 책장을 정리해 보세요. 아이 옷이 작아지면 아깝지만 물려 입거나 버리지요? 책도 일정부분 그렇게 해야 하는 때가 많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에 대한 외경심이 있어서 책을 버리려면 왠지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책장이 적절한 때 비어 있어야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책이 공급될 수 있습니다. 지금 책장을 한번 훑어봐 주세요. 아이는 자랐는데 아직 ‘어린’책이 그대로 있다면 잘 정리를 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랍니다.
아이들이 책과 친한 생활을 하려면 집에서든 학교에서는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 빼 놓을 수 없는 조건이겠지요.
독서교육의 필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강조되어 왔지만 절실한 필요는 최근에 더욱 커졌다. 물론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도 나날이 세련되게 갖추어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5. 칭찬해주세요.

제가 교실에 있는 책들을 거의 다 읽을 다 읽을 수 있었던 힘은 선생님의 칭찬에서 나왔습니다. “이거 봐라. 이렇게 책을 읽은 사람도 있잖아? **는 책도 잘 읽고 정말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도 좀 배워.”라고 해주시는 말에 얼마나 으쓱으쓱했는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행복감과 열정이 살아나는 듯 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난 뒤 무엇을 읽었는가 제대로 읽었는가 참 궁금하지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자꾸 물어보게 되어요. 확인하고 시험보고...하지만 그것 보다 더욱 좋은 방법, 칭찬해 주세요. 와 그책을 다 읽었어요? 정말 대단한데....이 한마디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굴뚝 만하게 만들어 놓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칭찬해 주세요.

6. 적절한 독후활동은 책 읽기의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읽기는 책을 읽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기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책을 읽은 다음의 활동 덕분에 그 책이 새롭게 내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을 선생님이 다시 읽어 주신 것도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독후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활동에서 책의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읽었던 것을 선생님이 다시 읽어주신다는 그 흥분(그 때는 아마도 내가 안다는 것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랬겠지요)이 오래오래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적절한 독후활동이 책 읽기의 자극이 되고 그것이 또 다른 책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합니다만 '책 읽고 시험 보는 장치'로만 작용해서는 절대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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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

 

감독 : 밀로쉬 포먼

주연 : 잭 니콜슨, 루이스 플레처, 윌리암 레드필드, 마이클 베리먼, 피터 브로코

장르 : 드라마

등급 : 18세 이상

상영시간 : 129분

제작년도 : 1975

개봉일 : 1975년 01월 01일

국가 : 미국

 

우리들의 다섯번째 영화로 고른것은 정신과의 고전으로 불리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였다. 우리가 보기 이전에 환자들이 우리보다 먼저 보게 되었는데  우리들중엔 이 영활 이미 본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않은 사람도 있었기때문에 보여줘도 괜찮을지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우리들중 여럿이 환자들과 같이보자는 의견을 냈고, 영화보기 시간에 결국 같이 보게되었다.

환자들과 같이보는 정신병동에 관한 영화. 물론 시대상황이 약 30여년전이긴 하지만 큰 틀에선 별반 그다지 달라보이지않는 비슷한 생활환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위해 상황을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되게 그려내곤 있었지만,

생각할꺼리 들은 충분히 섬세하게 제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가 다소 지루하고 진행이 느릿한 점이 있어 혹 환자들이 졸지는 않을까, 재미를 못느끼지않을까 자주 그들을 둘러 보았는데 영화보기후의 관전평은 '정말재밌다와 정말재미없다'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영화보기 이전에 이 영화의 영화적인 측면에서의 의미와  현재의 정신과병원과의 상황을 잘 비교해보길 바란다는 사전설명을 드렸었다. 설명을 듣고 얘길 나누었던 분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았다. 영화보기 후의 나눔의 장은 치료진만 함께였는데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병원과 기성체제의 대표역할로 부각되는 수간호사의 비인간적인 치료모습에는 같은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관심을갖고, 스텝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접근하는 치료자의 인간미나  그들을 대상자로만 인식하는 틀에박힌 태도에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으며 , 과거에는 체벌의 의미로도 전기충격요법에 사용되었음에 잠시 긴장하기도 했다.

수간호사의 목졸림장면이 너무 리얼해서 정말 졸랐던것 아니냐 (청색증이 분명했다)라든지,

식물인간 상태로 되어버린 잭니콜슨의 머리에 초반에없던 수술자국이 보였는데 뇌수술을 한것인지 과연 그런 수술이 과거에 실제로 감행되었었는지(그게 가능한지) 갸웃거리기도하고,

영양사는 왜 배식장면은 안나오는지 참 안타깝다고 해서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영화중에서 치료진 미팅장면이 나오는데 다들 반사회적인 인물인 잭니콜슨을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교도소로 돌려보내자는 의견을 내는데 수간호사역의 인물만 그가 병원에 남길바라는 장면을놓고 그녀가 환자에대해 대결하려는 심리를 보인것,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것을 인정하지않고 환자와 대결해 반드시 이겨보려는 마음을 표현한것으로 간주되는 장면에대한 지적도 있었다. 다른때보다 더 길어진 영화후모임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여기에 몇자 적어본다.

여유를 갖고 다듬을때까지 우선은 여기까지다.

 

  줄거리

 

범죄자인 맥머피는 교도소에서 정신 병원으로 후송된다. 형무소의 강제 노동을 피하기위해서는 정신 병원이 감옥보다는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해 정신병자로 가장해 들어왔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맥머피는 정신 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하딩, 마티니,체스윅, 빌리,데버, 시멜로, 추장, 프레데릭슨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정상적인 인간이지만 보이지 않는 병원내의 압력에 의해 짓눌려 사는 죽은 사람들임을 간파한다. 그리고 그러한 압력의 주범이 레취드 간호원임을 알게 된다.

맥머피는 환자들을 함께 병원을 빠져나가 낚시를 다녀오거나 파티를 여는 등 의도적인 반항을 시도하지만 레취드 간호원으로 대표되는 병원내의 시스템이 너무나 막강하다는 것을 꺼닫고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벙어리인줄 알았던 추장이 말문을 열자 그와 함께 캐나다로 도망가려던 맥머피는 이를 저지하는 레취드 간호원에 의해 전기치료실로 끌려간다. 다시 돌아온 맥머피를 본 추장은 그가 완전히 무력한 식물인간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더 이상 인간으로 살 수 없게 된 맥 머피를 베개로 질식사 시키고 추장은 자유를 향해 탈출한다.

진정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

 작품배경

제도와 개인, 권력 대 피압박자의 갈등과 기성체제의 위선을 풍자한 이 영화는 이색적인 소재와 잭 니콜슨의 놀라운 연기, 그리고 밀로스 포먼의 정교한 연출력이 어우러져 탄생시킨 걸작 인간드라마다.

미국의 소설가 켄 키지가 1962년 발표한 장편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오스카에서 그해 주요상을 휩쓸었다.

원제목 '한 마리는 뻐꾸기의 둥지 위로 날아갔다'는 인디언의 전래동화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정신병원에 들어온 환자가 그 인간성이 억압되어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 사실에 격분하여 병원 관리체제에 대하여 과감히 도전한 한 청년이 결국 로보토미(Lobotomie)의 희생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하는 혼혈 인디언의 시각은 강자가 지배하는 기업합동적 사회체제 속에서 항상 비참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약자, 백인들에 의하여 궁지에 몰린 인디언들의 가련한 상황을 극명하게 포착하였다. 이 소설은 1963년 D.바서먼 각색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상연되었고, 1975년에는 밀로스 포먼 감독이 영화화하여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관련기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 온 잭 니콜슨을 만났을 때 매우 감격했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스타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정권을 잡기 전에는 거의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것은 70년 동안 할리우드의 영화를 전 소련에서 금지했기 때문인데, 고르바초프 이 후 몇몇 배우들이 전 소련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통령이 감격의 말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푸친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고 말했으며, 자신이 피터스버그 대학을 다니던 스물두 살 때 이 작품을 비밀리에 봤다고 말해 더욱 화제를 일으켰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5)는 잘 알다시피 체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공산권 국가에서 이 작품을 보려면 비밀리에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으로 잭 니콜슨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및 뉴욕 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는데, 푸친 대통령은 이 작품으로 알게 된 잭 니콜슨이 그 이후 매우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아마 이 자리 이후 잭 니콜슨도 푸친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올해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장에 밀로스 포먼


밀로스 포먼 감독이 제 57회 베니스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캐나 다의 아톰 에고이얀 감독은 데뷔작들을 대상으로 하는 루이기 드 로렌티스 상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또한 샤론 스톤은 올해 영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상을 건네는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샤론 스톤은 31일 열리는 AIDS에 반대하는 영화 행사에도 참여 한다.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은 밀로스 포먼 이외에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 감독으로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와 이탈리아의 주세페 베르톨로치, 프랑스 의 끌로드 샤브롤, 작가로 타하르 벤 젤런, 그리고 비평가로 독일의 안드레아 스 클리프가 선정되었다. 아톰 에고이얀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루이기 드 로렌티스 상의 심사위원 으로는 배우 키아라 마스트로이얀니, 미모 칼로프레스티 감독, 배우이자 감독인 페테 뮬란 그리고 미국 평론가 빌 크론이 선정되었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두 사람은 유럽에서 태어나서 북미대륙 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체코 출신의 밀로스 포먼 감독은 <소방수의 무도회>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헤어>, <아마데우스>, <레리 플린트> 등을 만들 었고 아르메니아 태생의 아톰 에고이얀은 캐나다에서 활동하며 <패밀리 뷰잉><어져스터><엑조티카> 등의 영화로 명성을 쌓아왔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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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뷰티풀 마인드

시사실/뷰티풀마인드

Story
프린스턴 수학과 대학원의 존 내시(러셀 크로)는 ‘수려하고 오만하고 괴짜인’ 천재로 유명하다. 자기 확신이 넘치고,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내시는 수업에는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오리지널 아이디어’에 집착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발견하겠다며 유리창에 비둘기의 행동 패턴이나 사람들의 이동을 수식으로 바꾼 복잡한 공식을 적어대며 시간을 보낸다. 아리따운 여인을 유혹하기 위한 친구들간의 게임을 지켜보던 내시는 마침내 ‘균형이론’의 단서를 찾아낸다.

균형이론을 발표한 논문이 인정을 받고, 내시는 석학들이 모이는 윌러연구소에 들어가게 된다. 암호 해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코드 브레이커’ 내시는 비밀요원인 윌리엄 피처(에드 해리스)의 제안으로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내시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도 엘리샤(제니퍼 코넬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듯하지만, 행복과 성공의 나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Review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의 삶은, 찰나의 비행기 추락처럼 극적이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모든 영광을 손에 넣은 듯했지만, 한순간에 어떤 잘못 없이도 모든 것이 날아가버린다면, 그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 아니 그것이 자신의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결과라면. 정신분열증, 순수한 ‘정신’으로 진리를 꿰뚫어보던 존 내시의 이성은 순식간에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져버린다. 허상이 보이고, 망상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이룩해온 모든 것을 파괴시켜버린다. <뷰티풀 마인드>은 그 참혹한 고난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뷰티풀 마인드>는 일반적인 전기영화와는 좀 다르다. 실존인물의 삶을 그리기는 하지만, 스토리와 플롯은 영화적 요구에 따라 수정되고 새로운 사건들이 추가되었다. <뷰티풀 마인드>는 존 내시의 인생이면서, 동시에 아니다. 그러나 존 내시 인생의 정수와 한없는 추락의 아스라함만은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 ‘진위’에 상관없이 <뷰티풀 마인드>는 한없이 떨리는 여운을 안겨준다. 20대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경이적인 이론을 발표하고, 무려 30여년간을 정신분열증으로 암흑 속에서 보낸 뒤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복권된 한 천재의 삶은 감동적이다. 다른 무엇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정신분열증이 조금씩 치유되어가던 존 내시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에, 그의 ‘정신병 이력’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만나러 온 것이다. 교수클럽에 들어가 차를 마시던 내시에게, 다른 교수들이 자신의 펜을 놓고 간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펜을 주던 고귀한 전통을 지킨 것이다. 아마도 눈물은 그 순간에 흘려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유배되었던 자가 끝없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드디어 자신의 고향에 발을 디디는 바로 그 순간(영화에서는 이 정도로 묘사되지만 전기에서는 교수클럽에 들어가기 전 내시가 “내가 들어가도 될까요? 나는 교수가 아닌데요”라고 망설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바이불은 ‘이 위대한, 위대한 학자가 자기 자신을 교수클럽에서 식사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너무나도 부당한 사태’라고 생각했고 열렬한 대변자가 되었다).

<뷰티풀 마인드>의 촬영방식은 약간 색달랐다. 러셀 크로는 조금씩 분열하며 붕괴하는 존 내시의 내면과 정서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감정이입과 집중력 유지를 위해서 시간순으로 찍어가는 촬영을 제안했다. 이미 <아폴로13>에서 부분적으로 3개의 시퀀스를 이어서 찍었던 경험이 있는 론 하워드는 러셀 크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3개월간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며 촬영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뷰티풀 마인드>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너무나도 단순하게 존 내시가 프린스턴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노벨상을 받는 순간까지 시간순으로 쭉 따라가기만 한다.

그 평이한 플롯이 미스터리 구성으로 약간의 탄력을 받고, 무엇보다 러셀 크로의 탁월한 연기 덕에 장면마다 불꽃이 튄다. 고집스러운 러셀 크로는 자기만의 존 내시를 창조하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 존 내시가 직접 프린스턴대학의 촬영현장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러셀 크로와 호흡을 맞추는 제니퍼 코넬리와 에드 해리스의 연기도 ‘거의’ 완벽하다.

밀로스 포먼의 <아마데우스>는 천재를 질시와 찬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살리에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세계와의 관계에 서툴지만, 누구보다도 그 세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어린’ 천재. 그 모순이 그를 정신분열증으로 이끌었고, 또 스스로 치유했다. “내 사고방식의 주된 특징이었던 망상적 경향을 띤 생각을 지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냉소와 풍자를 따뜻한 마스크 속에 감춰버렸던 <그린치>가 증명해주듯, 론 하워드는 ‘인간주의’의 전도사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그렇다. 영화 속에서는 존 내시의 야비하고 속물적인 면이 아주 희미하게 내비치지만, 실제 내시의 삶은 이중적이었다. 이중적인 삶에서도 얼마든지 인생의 교훈이나 감동, 깨달음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론 하워드의 길은 그것이 아니다. 그는 논쟁적인 요소는 일찌감치 들어낸다. 그리고 순수하게 그의 ‘정신’에만 집중한다. 그것도 일관되게 ‘아름다운 정신’에만. 그 점이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론 하워드는 할리우드식으로 재편한 존 내시의 삶을 통해서 가뿐하게 감동을 안겨준다. 그것이 <뷰티풀 마인드>의 미덕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존 내시의 실제 생애
영화보다 추했던 삶

<뷰티풀 마인드>는 실제 인물의 생애를 그리고 있지만, 모두 사실과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인 아키바 골드먼은, 실비아 네이사가 쓴 존 내시의 전기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스토리를 전개한다. 미스터리 구성을 가미하고, 실제의 사건들을 조금씩 바꾸거나 삭제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존 내시의 정신적 붕괴와 극복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영화 속에 담긴 존 내시의 삶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실제의 삶은 그 이상이었고 때로는 추악하기까지 하다.

존 내시는 윌러연구소에 가지 않았다.
내시가 국가기관의 임무를 수행했던 곳도 윌러연구소가 아니라 샌타모니카에 자리한 랜드 코퍼레이션이었다. 랜드 코퍼레이션은 미국의 최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실전에 활용가능한 핵전쟁과 게임 이론을 연구하던 곳이다. 내시는 50년부터 54년까지 일했다. 영화에서는 존 내시가 MIT까지 이르는 과정이 비교적 순탄한 것으로 그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존 내시가 프린스턴에 간 이유는 하버드에서 받아주기 않았기 때문이고, MIT에 간 것도 프린스턴 수학과 교수 임용이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재능은 인정했지만, 성격 때문에 탈락된 것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을 받지 못한 것도 평생 상처로 남았다. 내시가 랜드 코퍼레이션에서 밀려난 이유는, 동성애 때문이었다. 영화에는 일체 등장하지 않지만, 내시는 잘 알려진 양성애자였다. 수학과의 동료나 후배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공공장소에서의 외설죄로 체포된 뒤 랜드에서 쫓겨난다. 당시에는 ‘동성애자는 기밀을 취급할 수 없다’란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 내시에게는 사생아가 있었다.
존 내시는 엘리샤를 만나기 전에 간호사인 앨리너와 사귀었고, 첫째아들인 존 데이비드 스티어가 태어났다. 그러나 속물적인 존 내시는 하층계급이며 문법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앨리너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상류계급 출신에, 머리도 좋았던 엘리샤는 존 내시가 원한 배우자감이었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이 심각해지자 결국 엘리샤는 이혼신청을 냈고, 63년 이혼이 성립된다. 엘리샤와의 사이에서 낳은 둘째아들 존 찰스 내시는 고등학교 시절 정신분열 증상을 보인다. 그뒤 아버지처럼 수학과에 들어가지만 계속해서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 존 내시의 정신분열증은 영화 속의 환상이나 피해망상만이 아니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를 들고 외계의 불가사의한 권력자들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세계 정부를 세우겠다며 유럽으로 가서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고, 음모가 진행중이며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존 내시는 30여년간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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