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형제 비룡소 전래동화 20
김용택 지음, 염혜원 그림 / 비룡소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 옛이야기글로 잘 알려져있는 '의좋은 형제'를 읽었다.

 

우선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끈다.

 

첫째. 섬진강의 작가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글 이라는 점이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교사가 된 후 나고 자란 고장에서 분교아이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신 분으로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오는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자연과 아이들이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 였던 만큼 <콩, 너는 죽었다> <학교야 공차자>등 여러 편의 동시집을 발표해 왔으며 몇 편의 시들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등 아이들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이다. 

그가 이번 비룡소의 전래동화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동안의 그의 작품의 방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사뭇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내용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실제배경인 충청남도 사투리를 사용하여 입말로 옮겨온 것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충청도 사투리를 최대한 실감할 수 있도록 들려주려 노력했다.

또한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적으로 표현한 것 등이 좋았다.

(예를들면 '제비 날던 여름이 가고 기러기 날던 가을이 되었어'등)

 

둘째, 글의 내용과 이 그림책에서 사용된 판화의 그림기법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배경이 된 농촌의 논과 농촌 사람들을 표현하기에 판화의 거칠고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찍어내기 기법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되며 무엇보다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을 사용하여 글의 내용인 형제의 우애, 사랑 등의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정서적인 배경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몇 번 이 책을 되풀이하여 읽고나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의 권장연령을 5세~9세로 분류한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설레는 맘으로 첫 번째 책을 받아들고 나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주어야지 마음을 먹고 책의 표지를 읽어주는데 처음부터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올 해 여섯 살이 되는 아들녀석이 대뜸 "의좋은이 뭐예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무섭게 질문이 계속 쏟아진다. "형제가 뭐예요?" "형제는 가족이예요?" "형은 형아고 아우는 동생이예요? 엄마 아빠는 가족이고 찬홍이랑 나는 형제고 가족은 아니예요?" 등등..

"형제란 형과 아우를 말하는데 남자아이들은 형제라고 하고 여자아이들은 자매라고 한단다." 등 일일이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 일이 계속되다보니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이 같이 따라가지를 못하고 끊기는 일이 잦았으며 더불어 어렵다는 느낌을 갖다보니 재미있어 하기보다는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생소한 어휘들이 여러 개 나왔는데 '김을 맨다'든가 '낟가리' '볏단'  '논두렁' 등 고유한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단지 설명만으로 이해를 돕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또 '아침에 형이 물을 보러 가면 저녁에는 아우가 논에 나가 벼들을 살폈어' 처럼 어려운 어휘는 없지만 농사에 대한 기본적인 과정을 알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에선 계속 막히는 일이 생겼다. "엄마 논에 물을 보러 가는게 뭐야? 논이 바다야?"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생겨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 부분에서도 여러가지 설명이 필요했다. 우선은 우리나라 지도를 놓고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해야햇으며 각 지역마다 사용하는 언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그걸 사투리라고 한단다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려줄 때 느릿느릿 뒷말이 늘어지는 충청도 사투리를 맛갈스럽게 사용하니 걀걀걀걀 재미있어 하기는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국어책에서 배웠고(읽은게 아니라) 그래서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이었지만 이번 미션을 위해 자세히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어른으로서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형제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 어렸을 적 기억속 이 이야기엔 형과 아우만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각각 일가를 이룬 형님네와 아우네 가족의 이야기였다. 인상적이었던건 형과 아우의 우애가 단순히 형과 아우 형제만의 우애가 아니라 형님과 동서의 동의를 구한 가족적인 차원의 우애였다는 점이었다.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부부관계에 대한 인식과 평등한 가족관과 더불어 진정한 형제애를 구현할 수 있는 어떤 방법론적인 제시가 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형제는 마땅히 우애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일방적인 교훈이 아니라 형제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루어지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중간과정에 대한 해학적이고 재미있는 힌트였다.

 

그 외에 이 책에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숨어있다. 동물을 가족의 일환으로 보아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숫자에 포함시키는 농촌의 생활상이라든가 농사를 짓는 일련의 과정을 이 책 한권으로 충분히 알 수 있게 한 점.  더불어 그에 따른 자연의 변화까지 그림으로 함께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농촌에서 농사짓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흐름이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은 참 좋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최소한 7세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농사를 짓는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 생소한 농촌관련 어휘라든가 사투리에 대한 이해, 형과 아우의 형제가 각각 일가를 이루어 확대된 가족으로 재생산 되는것들을 이해하고 그 상태에서 형제가 서로를 배려하는것의 중요성등을 이해시키려면 그 이상의 나이에서도 쉽지 않다고 보여진다. 이 이야기를 가르치는 입장으로 접근하지 않고 감동과 재미로 느끼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연령을 말하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형제란 사이좋게 지내야하고 나보다 형이나 아우를 더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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