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오소리네집 꽃밭』『몽실 언니』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정말 뛰어난 작품은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서 스며서 넘쳐 나는 것이라는 것을 자꾸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요즈음 아동문학의 호황기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빼어난 문체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작가나 작품들이 많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어쩌면 선생님은 단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키는 적이 없으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제작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의 본문을 잠시 살펴봅니다. 아기 너구리는 산길을 걸으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은행나무야, 넌 올해는 더 예쁜 잎이 가득 필 거야. 왜냐 하면, 내가 이렇게 기운 바지를 입었거든.” 아기 너구리 또야는 엄마가 기워 준 반바지 엉덩이를 허리를 구부리며 보여 줬어요. “우리 엄마가 그러셨단다. 궁뎅이 기운 바지를 입으면 산에 들에 나무들이 더 예쁘게 꽃이 핀다고.” 그리고는 동동 뛰어갔어요. 가다가 시냇물 다리를 건넜어요. 또야는 또 멈춰 섰어요. “시냇물아, 이것 봐. 내가 이렇게 기운 바지를 입었으니 고기들이 아주 많이 살 거야. 우리 엄마가 그러셨단다. 알았지!” 기운 바지를 입으면 왜 더 예쁜 잎이 피고 더 많은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요즈음은 저학년 어린이들의 책이 그림 동화책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서 그림과 익숙해 졌고 아직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정다움을 느끼는 점을 잘 파악한 것이겠지요. 밝고 넉넉한 화풍의 그림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