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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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였다. 

공무원이시던 아빠는 가끔 사무실로 물건을 팔러 오신 상인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여러가지 것들을 사오셨다.  

그 중 세계문학전집과 전혜린 번역의 '루이제린저 전집'6권짜리가 있었는데 

공부보다는 책읽기에 열심이던 감수성 민감한 사춘기 소녀였던 내게 

루이제린저의 전집 중 특히'생의 한가운데'는 특별하고도 특별한 책으로 다가왔다. 

그 때는 '전혜린'이라는 여자를 알지 못했고 그녀의 번역이 주인공 '니나 붓슈만'을 

잘 살려냈다는 지금의 생각까진 해내지 못했지만  

여주인공 '니나'는 그 후 내 삶의 모델이 되어 나의 가슴 한구석 깊숙히 자리잡았다. 

영민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자의식이 강한 '니나'의 말과 행동, 생각들이  

곧 나의 것으로 흡수되고 나의 여성상의 롤 모델이자 지향점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던 그 책을 성인이 되고 나서 다른 번역가의 책으로 접했지만 

소녀시절의 그 느낌이 일지 않았다. 

물론 한참 자란 나의 성장과 변화가 그 시절의 감수성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겠지만 

번역가가 다른 점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게 있어 전혜린과 니나는 동격이다. 

전혜린의 삶과 니나의 삶이 항상 오버랩되어 다가들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이 메마른 계절에 다시 니나를 만나고싶다. 

니나의 안타까운 사랑을 가슴 절절하게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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