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평점 :
하루키 소설을 읽어본 적 없더라도 흥미, 충분하다
12_0116_하루키_이영미_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_****
하루키의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이 쉽고 친근하게 읽힌 건 그의 문장력때문이라기보단 ‘잡문’의 속성때문인 것 같다. 하루키의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 충분하다.
또한 “잡문”을 뒤적거리다 보면(왠지 읽는다는 표현보단 뒤적거린다는 게 어울린다), 순간 “캬~”의 탄성이 나오는 순간도 등장한다. 하루키의 팬이 아니더라도 감동, 충분하다.
첫 번째 글인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 법>은 단연 탁월하다. 굴튀김을 먹어 본 적 없더라도 읽고 나면 입 주변에 튀김가루가 남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어이야기>를 읽고 나면 군침이 돌 것이다. 그의 글에서 맛이 난다.
7년 정도 재즈 카페를 운영하다가 서른 다 되어서야 생각지도 않던 소설이란 걸 쓰기 시작한 그의 이력도 흥미로운데 음악, 특히 재즈에 관한 글은 재즈 문외한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가 않다. 짐 모리슨, 비틀즈…잠시 책을 덮고 음악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의 글에서 소리가 들린다.
<도쿄 지하의 흑마술>은 실제로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 후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하루키의 깊은 시각이 묻어있는 글이다. 또한 직접 예루살렘에 가 수상 소감을 밝힌 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인 <벽과 알>에서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91쪽)는 그의 단언은 소름이 돋을 것이다. 그의 글에서 힘이 느껴진다.
하루키란 소설가는 잘 몰라도 하루키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그의 소설도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