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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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리얼 시트콤 한 편

09 0124 에프라임 키숀/최경은 <개를 위한 스테이크> 마음산책 2006 ***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이 좌충우돌 뒤죽박죽 가슴 따뜻한 유머가 넘쳐나는 시트콤이 된다. 사고치는 가족. 저자가 일부러 만든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사실 그대로 자연스럽게 술술 써내려 간 느낌이다. 포장하지 않은 유머.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재미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키숀 가족이 되어 이들의 정신 없는 하루에 빠져있는 듯 하다. 아, 오늘은 또 누가 사고를 치려나.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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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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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창녀가 됐다, 돈만 있으면 산다

09 0122 아룬다티 로이 <9월이여, 오라> 녹색평론사 2004  *****

인도에선 댐 건설로 수천만 명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한국에선 재개발로 수많은 철거민들이 길거리로 내쳐졌다. 인도에선 경찰의 총에 맞은 시위군중들이 무장폭도라고 불려졌고, 한국에선 경찰의 진압작전으로 사망한 철거민들이 도시 테러리스트 내지는 불법 폭력시위 가담자로 불려지고 있다. 간디를 배출한 평화의 나라 인도는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됐으며, 전두환을 내쫓은 민주의 나라 한국은 다시 이명박이란 괴물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저자가 제기하는 일련의 진실과 주장이 어쩜 그렇게 한국의 그것과 유사한지 신기할 정도다. 인도든 한국이든, 자본의 위력에 우리의 일상은 무장해제된지 오래이며, 거대한 국가 개발 프로젝트에 의해 일반 서민들은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으며 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곧바로 국익의 반역자로 취급되는 일이고, 형님 미국의 나와바리 안에서 귀염 받기 위해 갖은 아양을 떨고 있는 형태까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문제는, 일단 그것을 본 다음에는 안 본 것으로 할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그것을 본 뒤에는, 침묵을 지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기에 대해 발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 됩니다. 순수라는 것은 없습니다. 어느쪽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녀는 부드럽지만 날카롭고, 쉽게 말하면서도 행간의 뜻이 깊다.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이면서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어 작가들이,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한다.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상식적인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 있습니다. 사건들간의 연관성을 밝혀주고, 그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사람들은 작가, 시인, 예술가, 가수, 영화제작자들입니다.”

BBK 동영상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진실이 가려지고, 국제 엠네스티가 당황할 정도로 경찰들은 촛불집회를 폭력진압하고, 대통령은 미국 소고기 수출업체가 판타스틱하게 느낄 정도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올인하고, 시간 나는 대로 강부자들의 똥꾸녁을 쉴 새 없이 핥아주고, 자기 편이라면 나라를 절단 내든 말든 무조건 챙겨주고, 철거민쯤은 옥상에 특공대를 투입해서 죽여서라도 제압해버리는 이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상의 퍼레이드! 저자는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한듯 이렇게 말한다.

“이제 민주주의란, 내용물이나 의미는 모두 사라진 그저 예쁜 조개껍데기, 공허한 단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무엇으로든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민주주의는 자유세계의 창녀가 되어 시키는 대로 기꺼이 옷을 걸치거나 벗기도 하며, 또 기꺼이 모든 취향을 만족시키고, 그리고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되고 욕보여도 괜찮은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창녀가 되었다. 돈만 내면 순간의 욕정을 충분히 채워주는 창녀가 되었다. 혹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지갑을 꺼내라. 그리고 수표를 그녀의 가슴골에 쥐어 주어라. 그러면 그녀는, 아니 민주주의는 원래 자신이 어떠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체위로 끝까지 만족시켜 줄 것이니!

국가의 공권력이 무참히 시민을 살해하고서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뻔뻔할 수 있는 나라,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그 작전을 승인한 자가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배회할 수 있는 나라, 철거민들의 사망이라는 충격에서 불법 폭력 시위의 문제점으로 여론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청와대가 말하는 나라, 이런 위대한 민주주의의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라크 해방작전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라리 지금부터 달리기 시합을 하자, 그러나 먼저 당신의 다리부터 분질러 놓고 하자, 는 작전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리리 지금부터 개에게나 줘버리자, 그러나 그러면 사람들이 놀랄 테니 개밥그릇이 아닌 국민밥그릇 위에 놓여져 있다고 치자, 는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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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죽음 1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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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죽은 뒤가 더 두려울까

09 0113 진중권 <춤추는 죽음>1,2 세종서적 1997 *****

처음 죽음을 생각하게 된 곳은 목욕탕이었다. 탕 한에 덩그렇게 홀로 있으니 혹 이곳이 생물시간에 배운 엄마의 양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양수는 생명의 물이거늘 왜 죽음이 생각났는지 알 수 없다. 출렁이는 물결에서 묻어나는 두려움 한 조각. 죽음은 공포지만 생애 딱 한 번만 찾아온다. 다행일 것이다. 한 번 이상 죽게 된다면 그것도 엽기적일 테다.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고, 그것을 그림에 어떻게 표현했으며, 그 생각과 그림들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따라가보는 진선생의 이번 미학 코스는 아리에스의 도움을 받아 가는 여정이지만 진선생만이 단독 구성할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누구나 죽게 되는 ‘우리의 죽음’은 심판의 두려움을 미끼로 중세 가톨릭의 장사 밑천이 되었다가, 점차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는 먼 얘기보다 ‘나도 죽는다’라는 가까운 사실에 관심을 가져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개인주의화된 죽음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쳐 점점 ‘공포’스러워지면서 죽음은 승리자가 된다. 그후 낭만주의 시대에서 죽음은 아름다움과 타협하여 사랑하는 당신, ‘너의 죽음’으로 몰입되면서 나의 죽음이 살짝 잊혀지는 속임수를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죽음은 다시 사나와져 공포의 대상이 되었으며 현대의 아포칼립스가 되었다.

요한계시록의 네 기사가 아니더라도 죽음을, 전지구적으로 몰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인류는 강해졌고 무서워졌다. 이미 민간인에게 원자폭탄을 써봤으며, 각종 생화학 무기와 첨단 무기가 국력을 상징하고 있고, 바로 지금도 가자지구에선 전쟁이 아닌 학살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 아니, 가자지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로 용산의 한 건물 위에선 야만스런 국가에 의한 살인이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당신이 그 건물 위에서 기중기로 들어올려진 컨테이너에서 내리는 경찰 특공대를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 지긋지긋한 삶이 더 공포스러운지, 죽은 뒤가 더 공포스러울지 누군들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인간이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는 마르크스의 말에서 진선생은 “죽음의 공포를 이기는 유물론적 전략”을 끄집어낸다. “죽음의 공포는 자기가 사회와 맺었던 관계”가 “궁극적으로 단절”되는 데서 오는 것이므로 “인간과 인간 간의 연대, 세대와 세대 간의 연대”로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내게 물려주고 갔듯이 나 역시 언젠가 후세에게 이 세계를 넘겨주고 가야” 할 이유를 각자 찾아 대답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 계로가 죽음이 무엇이냐고 묻자, “삶도 아직 모르거늘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라고 한 공자의 말이, 어려운 질문을 피하기 위한 수사만은 아닐 것이다. 나의 삶에 대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대답을 하기 위해 살아간다면, 죽음이 춤을 추든 노래를 부르든 고함을 치든 미소를 짓든, 가던 길 위에 서 있게 될 것이다. (1.26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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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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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들 보시오, 우리말의 진수성찬!

08 0914 이문구 <관촌수필> 문지 1977  *****

박찬욱 감독이 최고의 소설로 추천한 책. 알라딘에선 “문체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북에 홍명희, 남에 이문구`라는 찬사를 듣게 한 이문구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다. 읽어 보니 그 소개가 과장이 아니었다.

간단히 두 가지만 말하겠다.
1.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이제 이런 소설이 다시는 쓰여질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50~60년대를 진솔하게 회상할 수 있는 작가가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그것도 농촌의 피폐한 삶에 관심을 보일 작가는 더욱 없을 것이며, 또한 토속어와 비속어와 사투리가 절묘하게 배합된 문체를 가진 작가는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며,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해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를 발견하는 일 역시 지난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관촌수필>은 독보적이다. 우리 소설의 자산이다.

2.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구수하고 정감있게 들릴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읽을 때마다 오감이 저릿하다. 직접 읽어 보자.

싱금싱금한 청포묵 앗는 냄새는 그리 자주 맡는 게 아니었지만, 간수를 칠 때마다 부얼부얼 엉기던 두부솥의 구수한 내음이며, 엿밥을 애잇 짜내고 조청으로 조릴 때 밥맛까지 잃도록 달착지근하게 풍기던 엿 고는 냄새만은 다시 한번 실컷 맛보고 싶은 뼈끝에 매듭진 추억이었다.(35쪽)

그녀는 들이단짝 대청마루 장귀틀에 허리 한 도막을 걸치고 엎드리며, 북받쳐오른 설움을 한꺼번에 쏟아놓듯 울음 속에서 외쳤다.(241쪽)

놋요강, 놋대야, 도석다듸밋돌….. 보선 열두 죽, 유똥치마 두짓, 모분단저구리허구 비나(비녀) 둘, 은민잠허구 동백완두잠 하나썩….. 또 신서방 마누라 다리속것허구 백모시적삼, 신서방 당목고의허구 시누 항라적삼 하나….. 슴것치구는 제법 알구서 했던디유.(210쪽)

대청마루 장귀틀에 허리 한 도막을 걸치다니…소설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 중 하나다. 그녀의 성격과 현재 심정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절절한 표현-‘남에 이문구’란 찬사를 증명하는 듯 하다.

걱정되는 건, 소설을 읽으며 돌에 채이듯 자주 걸리는 처음 듣는 사투리와 토속어가 요즘 새대들에겐 거의 외계어로 들리지 않을까 싶은 점이다. 언어라는 게 원래 살아 있어서 계속 트랜스폼되는 것이겠지만, 내가 <관촌수필>을 읽으며 느끼는 이 우리말의 감동을 요즘 세대가 어느 정도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이 좋은 걸, 모를 수도 있으려니…참 복도 지지리 없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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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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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폴 오스터의 대표작, 난감할 뿐이고

09 0114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열린책들 2000 **

장정일 작가의 독서일기에서 폴 오스터란 미국 작가를 알게 됐는데, <폐허의 도시>를 먼저 읽어볼 걸, 이 작품은 대단히 실망이다.
‘알라딘’에서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나와 있는데 조금 난감할 뿐이다. 책 표지 안의 소개에선,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삶의 현실과 비현실의 훌륭한 혼합>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달의 궁전>(1989)은 자신의 삶을 극단적으로 몰아감으로써 인생을 배워 나가는 세 탐구자들의 초상을 매혹적으로 그린 소설

이라고 나와 있는데 ‘우연’도 ‘미학’의 범주인지 새삼 우연히 놀랄 뿐이고, 그 ‘우연’의 연속이 ‘기발’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우연은 원래 기발한 거다, 왜냐고? 우연이니까), ‘세 탐구자들’ 의 캐릭터 어느 부분에서 ‘매혹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건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달’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끝까지 궁금했지만 그런 채로 소설은 끝났다.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로 시작해서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로 끝나는 수미쌍관을 지켰을 뿐. 레스토랑 달의 궁전이 어떤 계기가 되지도 않는다. 아, 한 가지 ‘달’과 관련된 다소 주의를 끄는 대목이 있기는 있다.

“자네는 몽상가야. 자네 마음은 달에 가 있어.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걸로 봐서는 그래 가지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생략)”

한 늙은이의 비서일을 하게 된 주인공이 그 늙은이에게 듣는 말인데, 참으로 평이하다. 아, ‘달’관련 대목이 또 있다.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고 달은 미래다

먼 소린지…내가 이해 못 했을 수도 있으니 혹 폴 오스터 매니아가 있으면 알려주길 바란다. 달의 궁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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