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맛들 보시오, 우리말의 진수성찬!

08 0914 이문구 <관촌수필> 문지 1977  *****

박찬욱 감독이 최고의 소설로 추천한 책. 알라딘에선 “문체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북에 홍명희, 남에 이문구`라는 찬사를 듣게 한 이문구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다. 읽어 보니 그 소개가 과장이 아니었다.

간단히 두 가지만 말하겠다.
1.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이제 이런 소설이 다시는 쓰여질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50~60년대를 진솔하게 회상할 수 있는 작가가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그것도 농촌의 피폐한 삶에 관심을 보일 작가는 더욱 없을 것이며, 또한 토속어와 비속어와 사투리가 절묘하게 배합된 문체를 가진 작가는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며,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해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를 발견하는 일 역시 지난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관촌수필>은 독보적이다. 우리 소설의 자산이다.

2.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구수하고 정감있게 들릴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읽을 때마다 오감이 저릿하다. 직접 읽어 보자.

싱금싱금한 청포묵 앗는 냄새는 그리 자주 맡는 게 아니었지만, 간수를 칠 때마다 부얼부얼 엉기던 두부솥의 구수한 내음이며, 엿밥을 애잇 짜내고 조청으로 조릴 때 밥맛까지 잃도록 달착지근하게 풍기던 엿 고는 냄새만은 다시 한번 실컷 맛보고 싶은 뼈끝에 매듭진 추억이었다.(35쪽)

그녀는 들이단짝 대청마루 장귀틀에 허리 한 도막을 걸치고 엎드리며, 북받쳐오른 설움을 한꺼번에 쏟아놓듯 울음 속에서 외쳤다.(241쪽)

놋요강, 놋대야, 도석다듸밋돌….. 보선 열두 죽, 유똥치마 두짓, 모분단저구리허구 비나(비녀) 둘, 은민잠허구 동백완두잠 하나썩….. 또 신서방 마누라 다리속것허구 백모시적삼, 신서방 당목고의허구 시누 항라적삼 하나….. 슴것치구는 제법 알구서 했던디유.(210쪽)

대청마루 장귀틀에 허리 한 도막을 걸치다니…소설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 중 하나다. 그녀의 성격과 현재 심정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절절한 표현-‘남에 이문구’란 찬사를 증명하는 듯 하다.

걱정되는 건, 소설을 읽으며 돌에 채이듯 자주 걸리는 처음 듣는 사투리와 토속어가 요즘 새대들에겐 거의 외계어로 들리지 않을까 싶은 점이다. 언어라는 게 원래 살아 있어서 계속 트랜스폼되는 것이겠지만, 내가 <관촌수필>을 읽으며 느끼는 이 우리말의 감동을 요즘 세대가 어느 정도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이 좋은 걸, 모를 수도 있으려니…참 복도 지지리 없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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