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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창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양극성장애 #경계성장애 #의사엄마
개인적으로 최근에 좋아하게 된 출판사 창비에서 나오는 다양한 도서들 중에 내가 꼭 읽어보고 싶다 했던 책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책이 바로 이 도서이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살아가는 엄마라는 위치는 "엄마"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수 없을 불안으로 시작한다 "왜?" 엄마라면 알 수 있을 문장에 다시 "왜?"라는 질문으로 답할 독자들을 위해서 딸로도 살아보고 엄마로도 살아 본 평범한 독자인 내가 조금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나의 커리어와 인생의 모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존감 높은 전문직군의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그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는 위기가 분명히 온다
나 역시 대기업 E직군의 실무자로써 '책임(과장)'이라는 배역을 시작하기 위해 자율출근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아침일찍 집에서 나섰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그 전날 별이 뜨는 시간까지 야근을 하지 못하고 (팀원들 보다 일찍 퇴근한) 죄책감을 덜어내고 눈빛에 칼을 담아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가며 일을 했다 저녁먹을 시간을 포기하고 최대한 업무를 마무리한 후 후배들의 인사가 마치 나는 그들과 같은 야근은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포기와 비난인 것 같은 나의 마음을 억누르고 회사 주차장으로 뛰듯이 걸어간다
주차장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또 다른 죄인의 이름인 '엄마'라는 배역을 다시 받아 두 눈에 모성애에서 시작한 눈물을 가득 품고 어린이집 주차장을 향해 달린다 신호등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마치 신이 나에게 주는 고난인듯, 실연인듯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비난을 모아담으며 심장박동을 높인 후에야 어린이집 주자장에 닿는다 매일이 그랬다 더 힘든날도 있다 게다가 나는 도착한 차에서는 바로 내리지 못하고 백미러에 비친 얼굴을 다시 정돈한다 두 눈가득 사랑을 담고 일에 찌들려 커피 속에 빠졌던 성대를 끌어올려 딸 아이가 사랑하는 '솔' 음에 맞추고 어린이집 선생님을 송구한 마음으로 마주하면 아이는 오늘 하루를 여기서 시작하는 것만 같은 에너지로 뛰어나와 고맙게도 나에게 안긴다 나를 안아주고 내가 안을 수 있도록 그 작은 몸을 허락한다
그 때부터는 집으로 향해 아이를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내 다리에 붙어 조잘거리는 이야기에 집중해서 여러가지 반응으로 사랑을 확인시켜 줘야한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추임새를 넣어주며 중간중간 질문을 해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식사를 마치고 그릇들을 대충 물에 담근 후 같이 양치를 하고나면 책을 잔뜩 들고 오는 딸의 모습 속에서 '나의 두번째 역할은 순조롭구나'하는 안도와 함께 심장박동을 조금 느리게 조절할 수 있다
육아를 분담하기 위해 아이를 아침에 등원시켜주고 느즈막이 출근한 남편은 한참 야근을 즐길(?) 시간인데 별일 없냐며 오늘 퇴근시간을 물어보는 카톡을 하나 보내 놓고 그제서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비록 진심이지만 약간은 영혼없는 손놀림으로 고마운 마음과 약간의 애교섞인 푸념을 주고 받는다 나의 고군분투만큼 남편도 그 시간을 그대로 보내고 있으리.. 이제 서브배역이었던 아내, 남편의 사랑하는 여인으로써의 역할도 대충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아직은 끝이 난게 아니다 냉장고에 떨어져가는 식재료, 물, 화장실과 거실에서 쓰는 생활용품들도 떨어지지 않게 채워야하기에 엄마와 아내의 그 중간쯔음 되는 배역을 다시 잡아 휴대폰으로 쇼핑을 시작한다 장바구니에 하나둘 담다보면 금방 10만원이 넘어가지만 대기업 맞벌이에게 그것보다는 배송시간을 저녁 시간으로 조절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이야 공무원 외벌이 소득에 맞춰서 각종 혜택과 쿠폰을 쓰고 배달시간은 내가 맞추는 걸로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키노에 올라오는 아이의 사진을 다운로드하고 준비물을 미리 챙기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엄마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관심받지 못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30대를 작가님은 더 치열하게 살아내며 두 딸을 키웠을 것을 책 속에 드러나는 몇개의 문장으로 충분히 가늠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온 '엄마'라는 역할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 생기다니.. 나는 끔찍해서 꿈조차 꾸고 싶지 않은 일을 마주한 작가님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이 일에 더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를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렇다해도 그 마음의 고통과 상처까지 적을 리가 없다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문구를 보며 감히 예상한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다 어렵다 라는 생각을 잠시도 쉬지 않고 했다 책 의 구성은 이렇다 아이와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매 해마다 나누어 있었던 일들을 담고 있다 나는 사실 엄마와 딸 사이의 그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싶었다 사실 가볍게 흔히들 말하는 우울증에 걸린 딸 아이를 바라보는 의사로써, 엄마로써의 작가님 생각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매년 겪은 어려움들은 아마도 성인이 되어버린 두 딸들을 위해 고스란히 표현하고 담기가 아주 어려웠으리라.. 그게 또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은 멍청하게도 책을 다 읽고나서야 들었다 작가님에게 있었고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비극을 들여다보고 싶은 가벼운 호기심에 이 책을 골랐던 한달전의 내 모습이 참 부끄럽고 하찮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하는 거야?
좀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거 아니야?
이겨낼 수 있는 건 흉터로 남지않아.
딸이 조용히 무너져있었다 中
이 글은 작가가 둘째 딸의 이야기를 듣고 한 달 후 세상을 떠난 어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유서를 인용한 부분이다 그런데 딸이 하는 말과도 닮아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마음이 어땠을까?
사실 이 책은 읽는 내내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고 모르는 영화나 외국배우의 일생이 나와 그 부분을 고스란히 읽어내는데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두배의 시간정도가 더 필요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멈추지 않고 넘어갔던 이유는 바로 이 프롤로그 '책을 시작하며' 부분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진심이 나를 잡았기 때문일거다
위에 언급했던 '작가와 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나의 호기심은 어쩌면 여기에서 시작된 것 같다 딸의 이야기가 자.살한 한 아이돌의 이야기와도 닿아 있음이 나를 이 이야기의 결말을 너무 궁금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책을 편집한 편집자들과 책의 이야기를 구상한 작가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작전"이 먹힌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건 여기서 부터 나의 손은 책을 놓지 못하게 되었다
도대체 그 7년간 이들 모녀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지 이야기의 흐름을 먼저 살펴봤다
처음에는 딸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작은 것 하나하나가 괜찮은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매모호하고 들춰내기 힘든 것들은 없는 일로 무시하고 부인하고 싶었을 거다 이야기의 사작을 빈센트로 하다니.. 그것 역시도 논문을 수십편은 써보았을 전문직군 의사의 색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딸의 이야기와 엄마의 이야기를 더 쓰지 않고 왜 모든 챕터마다 '남'의 이야기를 50%는 되는 비중으로 깔고 시작할까? 아마도 양극성장애, 경계성장애, 정신질환에 대한 독자들의 제대로된 인지가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작가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부분들이 책을 읽어내는데 큰 허들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 챕터의 제목을 보고 첫장을 넘기면 항상 뒤에 숨은 어록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내가 이해하기 힘든 심연의 철학 속에 사는 누군가의 어록도 있었고 이미 장애를 갖고 있을 누군가가 그의 진심을 일상처럼 담아낸 어록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기억에 남는 것을 한가지 고르자면,
모르는 척 기다려주는 것도 방법이야 스스로 문을 열어줄 때까지.
엄마들은 그게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해요.
- 영화 길복순
딸이 조용히 무너져있었다 中
작가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를 계속 생각하며 책을 읽을 때 어려운 의학용어나 그것을 굳이 설명하려는 작가의 의도 속에서 허들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만난 글이다 이 영화를 보기도 했고 또 이 부분도 기억이 나기에 나는 이 부분을 인용하는 작가의 마음 또한 공감한다
낯선 병명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라는 글자를 들고서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조사를 하고 아이를 관찰 했을까? 아픈 나의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의사 엄마라니.. 그 마음은 정말 상상조차 불가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영화 속 대사차럼)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어떤 엄마라도 정말 엄마가 맞다면 그러했을 것인데.. 이 책 속에 담지는 못했겠지만 아마도 작가는 더 많은 일을 했을 테고 그것은 보통의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거 같다
아무래도 딸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더 현실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많은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전달이 필요했을 것인데 그것들의 사실 관계여부가 (아무래도 작가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아주 중요했던것으로 보인다
그냥 이렇다고 하더라, 저렇다고 들었다가 아니라 하나하나 주석을 달아서 그 근거와 출처에 대해서 함께 기록을 하였다니! 그리고 이런 글에서 출처와 주석이 이렇게 만은 것 또한 처음 보는 것이기에 한참을 살펴봤지만 영어로된 제목의 논문이나 책은 내가 찾아 읽을 일이 현실적으로 없지 않은가? 나에게는 그냥 작가의 성의와 노력으로 공감하면 충분한 영역인 것으로 마무리 했다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외국의 유명인들 중에는 들어 본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아는 이의 이야기에는 좀더 주의를 기울여 읽어내려갔고 모르는 이의 이야기에는 다만 눈을 천천히 옮겼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보통의 일상을 살 고 있는 나에게는 참 동떨어진 이야기였고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그것 또한 소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맞는 말이다
도대체 작가의 딸이 가지고 있는 이 질병은 어떤 병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울증이 일생 중 반복되는 조울증이지만 그것에 대해 더 깊게 아는 독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나와 같이 엄마와 딸이라는 그 특별한 인연 속에서 어떠한 원인으로 생긴 딸의 불행을 이겨내는 아름다운 에세이 정도로 예상했을 터.. 서로간의 오해와 침묵으로 깊어지는 고난도 한 번쯤 거치며 더 단단해져갈 엄마와 딸에 초점이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환기한다 그리고 이 양극성 장애에 대한 조증삽화 증상을 보며 나와, 또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누군가와 비슷하지는 않은지 불안해하기도 한다
- 비정상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상승된, 팽창된 또는 과민한 기분과 비정상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증가된 목표 지향적 활동 또는 에너지가 1주 이상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 나타남
- 기분장애의 기간 또는 고양된 에너지나 활동의 기간 동안 다음의 중상들 중 세가지 이상이 지속되고 평소 모습에 비해 변화가 뚜렷하며 심각한 정도로 나타남
1. 과장된 자존심 또는 과대화된 자신감
2. 수면 욕구 감소 (예: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주의 산만 (예: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분산됨)
5.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또는 정신 운동성 초조
6.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예: 과도한 쇼핑,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투자 등)
책을 읽다가 정말 놀란 부분 중에 하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의력결핍장애 ADHD를 가진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양극성 장애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서 높다는 것..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ADHD 의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많고 또 의심이 드는 행동도 일반적인 아이들에게서 많이 보여지는데 도대체 어떤 행동들과 어떤 치료과정에서 뭔가 잘 못 되었을 때 양극성장애로까지 문제가 커질 수 있는가에 대해 나도 모르게 책장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우리아이의 이런 저런 행동들이 문제 행동으로 보일 때가 적지 않고 또 아이를 대하는 내 모습에서 이러면 아이가 상처를 받을 텐데 하는 후회를 거듭하게 하는 행동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작가 역시도 자신이 커리어를 위해 의사로써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자신을 갈아 넣을 동안 아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죄스러움을 책 여기저기에서 비추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 일부분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비슷한 문제상황에 놓인 가족이거나 본인일 거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고는 다시 이 부분을 읽고 또 읽는다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지만,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닌 안정권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 순간이 자꾸 드러나는 것이 스스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또 한번 마주한 나를 평가하게 되는 구간이 또 나왔다 '유년기 부정적 생애 경험' 설문 조사 내용이었는데 사실 다 쓰기에는 너무 길고 내가 아이에게 만든 환경에 대해서 아이가 당연하게 아니오라고 할 부분들은 제외하고 (성추행 또는 폭행, 부모간의 불화 속에 폭력이 오가는 상황 등) 세가지 정도를 그대로 옮기자면,
1. 성년이 되기전 부모 혹은 집안의 어른이 자주 당신에게 욕을 하거나 창피를 주거나 당신의 기를 꺾거나 당신을 모욕하거나 신체적으로 아프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행동했는가?
2. 성년이 되기전 부모 혹은 집안의 어른이 자주 당신을 밀치거나 세게 붙잡거나 당신의 뺨을 때리거나 당신에게 무엇을 던지거나 한번이라도 멍이나 상처가 남을 정도로 당신을 때리거나 다치게 한 적이 있는가?
3. 성년이 되기전 당신은 자주 당신의 가족 중 누구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당신이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꼈는가? 당신의 가족이 서로를 돌보지 않고 서로 가깝지 않다고 느꼈는가?
이렇게 세가지 인데, 자주의 빈도가 어느정도인지는 몰라도 나는 분명 아이에게 생각지 못하게 창피를 주거나 의도하에 기를 꺾은 적이 있었고 위험하거나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멍이 남을 정도로 엉덩이를 체벌한 적이 있으며 동생과 부모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할 때는 우리 가족 중에 너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화를 낸 적이 있다
이 설문에서 그렇다는 답변이 0개를 기록하는 아동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렇다는 답변이 3개를 넘는 사람은 성년이 되어 스트레스를 잘 감당하지 못하고 우울증이나 외상후 증후군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있었다 中
딱 3개다 "답변이 3개를 넘는 사람은" 이라는 글귀에서 나는 3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무섭고 떨리는 숫자인지 생전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이 결과가 항상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경향이 있다라는 것이 포인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상황에 놓인 나의 딸, 나의 아이가 설마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더 조심하고 더 섬세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부터는 눈이 글자를 따라가도 한동안은 내용을 읽어 내지 못하고 계속 머리 속에서 다른 생각들로 복잡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아..
그 다음으로 나를 찾아온 또 정말 큰 허들은 .. 한동안 긴 호흡을 가지고 뇌에 대한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도무지 뭔지 이걸 어디까지 이해하고 넘어 가야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리고 읽기 쉽게 쓰여진 글이지만 이 부분은 나의 이해력과 배경지식이 부족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도 '아몬드' 책을 읽었기에 '나는 경계성 성격장애입니다'라는 책을 읽었기에 이정도 이해했다는 것에 스스로 안도하고 다음으로 넘어갈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실 이 책에서 중간에 나오는 내용 중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작가가 아주 진지하게 무게를 두어 이야기 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분이라면 자.살과 자.해를 다루는 다음의 세 챕터는 건너뛰어 가시기를 권한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있었다 中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나누려면 아마도 한편의 포스팅을 더 해야할 정도로 깊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세 챕터였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끌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삶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작가가 독자에게 이건 읽지 말고 뛰어넘으라고 과감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 뿐 아니라 마약성 의약품을 복용해야하는 상황에서 그것의 중독과 치료하지 못할 때의 아픔과 고통, 그 어디쯤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분에 가서는 나도 책을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나의 아이가, 나의 빛나는 아이가.. 아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몇 번씩이나 스스로의 몸을 상하게 하면서도 그 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텅빈 눈으로 말하는 딸의 얼굴을 본 엄마의 마음은 그 어떤 작가라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의사의 시각이 아니라 엄마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돌아설 때마다 나는 같이 참담하고 같이 두려웠던 것 같다
음.. 서평이라는 것은 책의 이야기를 다른 독자들과 나누는 독자의 입장으로 간결하면서도 중요한 내용들을 모두 포함하도록 써내려가야하는데 이 책은 정말 내가 너무 읽고 싶었던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너무 특별한 이야기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 글로 남기기 어려운 부분들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가졌다 이 즈음에서 이 글은 서평이라기 보다는 나의 또 다른 에세이가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빠져든다
웬지모르게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책을 펼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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