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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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스무 살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말씀처럼 스무 살이 되어 독립적인 삶을 시작했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와중에 스무 살>속 스무 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으로 대학에 입학 한 후에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은호의 이야기입니다. 가족, 경제력, 진로, 사랑 등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 같은 은호의 삶, '이 와중에 스무 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호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만약 내가 온도가 너무 낮은 무시와 온도가 너무 높은 간섭이 아닌 적당히 따스한 관심을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옳으니 그르니 하는 판단과 평가가 아닌 그랬구나, 하는 공감을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p.11

 

이야기는 은호가 학교 심리 상담실에서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며 시작합니다. 엄마에게 기댈만한 사람이 생기면 돌덩이처럼 눌러앉은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딸인 은호와 열여덟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자매로 보이기까지 하는 엄마는 오로지 딸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입니다. 가장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 아빠 대신 쉬지 않고 일만 하던 엄마의 수고로움과 고단함을 알기에 은호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며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가 아닌 엄마의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살게 되었을 때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딸이자 동생의 보호자가 아닌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해방감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이혼을 선언한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사사건건 부딪치는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은호의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남자라는 존재는 아빠로 인해 뒤틀려 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집을 비웠던 기간이 며칠에 불과했는지 몇 달 동안 이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우리를 돌봤는지도 기억에 없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숨을 낮게 쉬며 지냈다는 것, 밤에는 서랍에서 꺼낸 엄마 옷에 코를 박고 잠들었다는 것이다. p.116

 

어릴 적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버리고 갔다는 기억은 지금까지도 은호의 삶을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다시 떠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은호는 엄마가 떠나지 않도록 말을 잘 듣는 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 후 성인이 되어서도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남자 친구 준우도 그렇게 자신이 먼저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은호 학생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처럼, 은호 학생도 엄마를 놓아줘요. 편안하게 힘을 빼면서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거죠. p.205

 

엄마가 편해져야 자신도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은호, 상담을 하면서 엄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엄마에게서 독립을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기준이 자신이 아닌 엄마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딸은 절대로 자기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던 엄마의 바람 역시 삶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딸이었던 것이었죠.

 

상담사는 "엄마의 감정을 다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고 말합니다. 엄마의 말이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엄마의 희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지나친 책임감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책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누구의 딸이 아닌, 누구의 엄마가 아닌, 그저 서로에게 자유로운 존재로서 함께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봄 햇살처럼 따스해 보였습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은호가 동생 현호에게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기꺼이 세상을 경험해 볼 용기"를 주고 싶어 보낸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현호야, 행복하니? 지금 행복할 줄 알아야 나중에 행복할 수 있대. 지금 행복하자.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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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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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로 달리는 말들과 푸른색 표지, 그리고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제목은 왠지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작품의 리커버 에디션인데요.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개정판 그림이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책장에 꽂힌 <칼의 노래> 2권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 책으로 먼저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태초의 시기, 초와 단이라는 두 나라의 전쟁과 그 전쟁에 휘말리고 살아남은 두 마리의 말 토하와 야백의 애틋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초나라와 단나라는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님에도 마치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나라처럼 느껴지고, 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 토하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 야백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듭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초나라와 단나라를 담아낸 지도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등장인물인 사람과 말들을 먼저 소개하고 초나라와 단나라의 역사를 서술하는데요. 조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이고, 말의 이름은 두 글자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저절로 펼쳐져서 처음부터 이러하고, 시간은 땅 위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초나라 <시원기>의 첫머리에 적혀 있다. 초나라는 문자가 허술했다. p.11

 

나하강을 경계로 북쪽에는 초나라, 남쪽에는 단나라가 있었습니다. 초나라는 이동하며 살았고 논밭을 더럽게 여겼지만 단나라 사람들은 경작을 하며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초나라는 문자가 없었지만 단나라는 문자로 세상일을 기록했습니다. 초나라는 아무런 건조물이 없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단나라는 성벽을 쌓았습니다. 두 나라의 역사는 초의 <시원기>와 단의 <단사>에 기록된 것인데, 문자가 허술했던 초의 일들은 후대에 문자로 옮겨진 것입니다.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중략) 새벽에, 말들은 나하에서 강물을 마셨다. p.48~49

 

이야기는 초승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에 대해 서술하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은 나하 상류 초원에 살았던 ''였습니다. 추에게는 무당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요가 있었는데, 요는 열다섯 살 때 신기를 받았고 달의 기운을 불러들여 죽은 자의 넋을 품고 달래서 보냈습니다.

 

어느 날 달리던 말 떼 중 한 마리가 요와 눈이 마주쳤고, 요는 그 말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 말은 후세에 총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추는 총총의 잔등에 올라타고 달리면서 처음으로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 되었습니다. 추는 말타기의 놀라움을 부족장에게 알려주었고, 말타기는 부족장과 군사들에게 크게 쓰일 것을 알았습니다. 추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구간에 요와 총총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추는 총총의 목을 베었습니다. 요가 마을을 떠난 후 추는 말타기의 비밀이 새어 나갈 것을 걱정한 부족장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마을에서 도망친 요는 백산으로 들어가 짐승의 넋을 달래는 무당이 되었습니다. 요는 백마 한 마리를 길렀는데, 백마에 대해선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초나라의 목왕에겐 두 아들 표와 연이 있었는데 '토하'는 표의 말이 되어 나하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처음으로 비혈을 겪은 야백은 특등마 전풍일품으로 단나라 왕에게 바쳐진 후 군독 황의 전마가 되었습니다.

 

냄새가 이러함으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p.126~127

 

초와 단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야백은 전쟁터를 달렸습니다. 군독 황이 죽자 야백은 스스로 재갈을 빼고 진영을 벗어났고, '토하'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 후...,

 

초와 단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룻밤 애틋한 사랑을 나눈 토하와 야백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와 단 그리고 토하와 야백의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초나라와 단나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처럼 느껴지는 신월마 토하와 비혈마 야백의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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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박물관 I LOVE 그림책
린 레이 퍼킨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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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하면 역사적인 유물이나 고고학 자료를 전시한 모습이 떠오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광고 박물관, 신문 박물관, 금융 박물관, 전기 박물관, 쇳대 박물관,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 조금 특별하고 이색적인 박물관들도 많습니다. <모든 것의 박물관>은 뉴베리 대상 수상 작가 린 레이 퍼킨스가 만든 아주 특별한 박물관으로 여러 저널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모든 것의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 볼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름, 민들레꽃 한 송이, 낙엽 등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박물관은 무언가 특별한 공간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이곳은 '모든 것의 박물관'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상상하는 것, 그 어떤 것이든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세상이 너무 거대하고, 너무 소란스럽고, 너무 바쁘기만 할 때, 나는 세상의 작은 부분을 보는 걸 좋아하지. 한 번에 하나씩. '모든 것의 박물관' ~

 

풀밭 위에 누운 한 아이가 꽃을 찾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꿀벌을 바라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본 것들, 궁금해 하는 것들을 박물관처럼 고요한 곳에 보관해 둡니다. 때로는 마음 속 상상의 박물관에 보관하기도 하죠.

 

 


"돌멩이가 섬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궁금증은 웅덩이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웅덩이가 연못의 바위 위에 있는 건 아닌지, 연못이 호수의 작은 섬에 있는 것은 아닌지..., 웅덩이 속 작은 돌멩이는 섬이 되어 점점 더 큰 세계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려낸 것들은 아이가 만든 섬 박물관에 소장됩니다. 하얀 꽃이 늘어진 가지, 눈이 쌓인 가지는 그대로 치마가 되어 덤불 박물관에 전시됩니다. 숨기에 좋은 덤불은 은신처 박물관에 소장됩니다.

 

그림자 박물관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그림자들이 전시됩니다. 불을 끄고 누워 그림자놀이를 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그림자도 당연히 그림자 박물관에 전시가 되겠지요? 하늘 박물관엔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요? 우주 박물관에는요?

 

이건 진짜 박물관이야. 작은 것들의 박물관이지. 나는 앉아서 그것들을 바라보기를 좋아해. 한 번에 하나씩, 또 한꺼번에.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곤 해. 세상은 바쁘고, 거대하고, 때때로 시끄럽지만, 난 가끔 그게 좋기도 하니까. '모든 것의 박물관' ~

 

창가에 작은 것들의 박물관이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박물관이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어른들의 마음속엔 어린 시절 기억과 꿈이 소장된 추억의 박물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여러분의 박물관엔 어떤 것이 전시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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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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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세상의 물질로 만들어졌으나 하느님의 거처가 되고, 지상에 있지만 천상의 궁전이 되며, 흙으로 만들어져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빛이신 그리스도를 담고 있는 공간이 됩니다. 그 안에서 사람은 땅의 겸손함을 신고 하늘의 고귀함을 입습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가보았을 '명동성당',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꿈오리에게 명동성당은 오래도록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들른 명동성당에서 아기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과 함께 기도를 드렸고, 마치 그 기도를 들어주신 듯 큰 아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꿈오리와는 다를지라도 성당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은 의정부교구 본당 사목과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강한수 사제가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성당을 소개하면서 성당의 형성 과정과 더불어 그 시대의 교회와 신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당 이야기입니다.

 

 


 

성당 건축이 프레-로마네스크에서 로마네스크로 발전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마네스크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중략) 19세기에 들어 중세에 발달한 이 양식이 고대 로마의 건축 양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미술 사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로마적인 것, 로마풍의 것, 로마를 닮은 것'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로마네스크'로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p.39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그리스도교 공인으로 교회는 로마인들의 공회당인 바실리카를 개축하거나 신축해 모임 장소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 건축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이야기로 프랑스 부르고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2 클뤼니 수도원 성당', 독일 라인란트 지역의 북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1 슈파이어 대성당', 그리고 성지 순례길의 성당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부르고뉴 지방은 북부의 노르망디와 함께 프랑스의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을 이끄는 중심지"로 클뤼니 수도원 성당이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성당이라고 하는데요. 클뤼니 수도원 성당은 "개혁의 상징이었고 성지 순례의 중요한 거점이었기에 새로우면서도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을 필요로 했다"고 합니다. 석조 볼트를 가진 성당이 증축되면서 천장과 벽이 일체의 석구조를 이루며 '수직'이라는 중세의 중요한 건축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 슈파이어 대성당은 라인라트 상류 지역의 대표적인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으로 제2 슈파이어 대성당으로 증축되고 파괴와 복구를 겪으면서 초기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초기 로마네스크를 완성한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1 슈파이어 대성당을 거치면서 프랑스 남부의 초기 로마네스크와 교류하며 독일의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주의의 로마네스크로 한 걸음 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로마네스크 시기에 종교적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 중 하나가 '성지 순례'였습니다. '성지 순례'를 한자의 뜻으로 새겨 보면 거룩한 장소를 다니면서 예배하는 것을 말합니다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 성지란 라틴어 '테라 상타(거룩한 땅)'의 번역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셨으며 돌아가시고 묻히신 뒤 사흘 만에 부활하신 구원의 땅곧 이스라엘(팔레스티나)을 가리킵니다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성지 순례란 이스라엘을 순례하는 것을 말합니다. p.96


성지 순례는 초기 교회부터 이루어졌지만, 보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주님 무덤 성당'을 세우면서부터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자에게 이스라엘 성지 순례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가 여의치 않자, 성인들의 유적지를 예루살렘 대용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로마네스크 시기에 들어서면서 중요한 성지가 등장했는데, 그곳이 바로 사도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대성당입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포르티코 데 라 글로리아(영광의 문)'은 두꺼운 기둥이 받치는 세 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은 최후의 심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에 나오는 성당들의 모습을 보면서 덕수궁 옆에 있는 대한성공회성당이 떠올랐는데요.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던 성공회성당이 바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된 건물이라는 것이 새삼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성당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빠져들어 읽게 된 것은 성당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빠졌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의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들판의 바람과 함께 긴 여정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어선 순례자는 오랜 세월 다양한 변화를 겪은 산티아고 성당의 모습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성당 바닥에 길게 드리워진 저무는 해의 따스한 노을로 그날 하루를 정화하고 봉헌할 것입니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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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수학 - 특별한 수, 특별한 삶, 특별한 나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
박종하 지음 / 세개의소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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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니까 자꾸 하게 되고, 많이 하니까 잘하게 되었습니다.

'뜻밖의 수학' ~

 

아이들이 게임을 잘하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자꾸 하게 되고, 많이 하니까 잘하게 된 것"이겠지요? 수학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랬다면 '수포자'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한 우리 아이들은 왜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사칙연산을 배우고 구구단까지 외우는 아이들에게 수학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물론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하고 싶고 잘하게 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지겹도록 하는 시험공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꿈오리는 수포자였습니다. 만약 시험공부가 아닌 재미있는 학문으로 받아들였다면 문학책처럼 재미와 흥미를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뜻밖의 수학>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밖의 수학>은 국내 최고 기업의 CEO와 임직원 대상의 교육기관 SERICEO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고의 평점을 받으며 최장기 강연을 진행해온 박종하 소장이 수학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19개의 에피소드는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수포자가 이해하기엔 어려운 에피소드도 있긴 하지만요.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계산적이고 딱딱하다고 생각되는 '수학'을 통해 ''만의 답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것과 최고 성과를 내는 것도 아름답다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과 열정을 쏟아 붓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합니다. 열정을 쏟으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최고의 성과를 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강한 것', '열정', 그리고 '노력'은 아름다움과 연결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디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나요? P.18

 

수학에서 아름답다는 것은 "간결하고 단순한 표현, 그리고 독창적인 핵심을 담고 있는 식이나 계산을 볼 때"라고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공식은 '오일러의 공식'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슬램덩크'속 등장인물들의 열정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오일러의 공식'이 가장 아름다운 수학 공식이 된 것은 다른 이유들과 더불어 무엇보다 수학을 사랑하고 연구에 몰입하며 열정적으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세상의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학문만을 추구"하며 "나다운 삶"을 살아간 수학자 페렐만 또한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로 바뀌거나 뒤집혀도 똑같은 값이 나오거나 대칭을 이루는 관계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하다는 것은 희소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일어나기 힘든 일이니까요. p.29

 

"7337이 특별한 짝꿍이라고?", 7337은 그저 뒤집으면 똑같은 수가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절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7321번째 소수이고, 73을 뒤집은 3712번째 소수라는 것, 즉 서로 대칭을 이루는 지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1221을 뒤집은 수라는 것, 어떻게 이런 기막힌 일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7373으로 떨어뜨려 서로 곱하면 21, 73이 바로 21번째 소수라는 것"은 절로 외워질듯 합니다.

 

저자는 재미있는 관계를 가진 수의 짝꿍 수가 매력적인 것은 희소함, 특별함 때문이라며, 특별한 스토리텔링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작품이 많은 화가 '뱅크시' 이야기를 예로 들어 들려줍니다. 7337의 특별한 관계는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문득 우리 아이들도 희소함과 특별함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센스는 남이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죠. 감각을 경험하고 그것을 축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는 거죠. 사실 센스는 사소한 것입니다. 사소한 생각, 사소한 아이디어를 쌓는 겁니다. p.245

 

8,600에서 2,437을 빼는 것과 7,999에서 2,436을 빼는 것, 어느 것이 계산하기가 더 쉬울까요? 약간만 바꾸면 더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꿈오리는 예전에 미처 몰랐었답니다. 수학에도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 우리 삶도 이러하겠지요?

 

재미있는 연산 규칙 찾기, 인공지능은 갖지 못한 능력 어림짐작의 힘, 7이 행운의 숫자가 된 이유, 나이를 맞추는 마술, 10명 중 4명이 틀리는 산수 문제, 어떤 수를 선택해도 옆의 수와 더하면 제곱수가 되는 매직 서클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학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수학은 어렵다, 수학은 재미없다" 라고 생각하나요? '수학'을 통해 ''만의 답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세요.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뜻밖의 수학>과 함께 수학의 매력과 재미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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