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 - 다빈치에서 모네까지, 행복과 위로를 담아낸 화가들의 정원
이다(윤성희) 지음 / 슬:B / 2025년 8월
평점 :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꽃, 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꽃, 꽃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매개체로 기쁨, 슬픔, 위로, 공감 등등 다양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어쩌면 꽃은 있는 그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는 '다빈치에서 모네까지, 행복과 위로를 담아낸 화가들의 정원'이라는 부제 그대로 화가들이 그림으로 담아낸 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입니다.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꽃에 담긴 다양한 감정, 예술가로 살아간 그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꽃이 피고 지고 다시 또 피고 지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변해간다는 것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까지의 기다림도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꽃이 피어난 순간에 눈을 떼지 못한 적이 있다. 그 황홀한 색과 곡선, 잎과 잎 사이의 숨결 같은 향기. 그 순간의 꽃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그 감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면 그 꽃은 고개를 떨구고, 색이 바래고 잎이 흩어진다. 인생도 그렇다. 찬란한 시절로 피어나고 쓸쓸하게 진다. p.36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잎이 떨어집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 말이죠.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꽃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보기 위해 꽃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특히 튤립 파동과 맞물려 초상화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 꽃 정물화를 유행시킨 화가 암브로시우스 보스하르트, 그는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한 화폭에 담았습니다. 보스하르트의 꽃 정물화가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것은 정교한 꽃 묘사만큼 꽃에 꼬이는 벌레들에게도 정성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떨어진 꽃 한 송이, 바다 생물의 껍데기, 파리는 죽음의 존재감을 암시합니다. 보스하르트는 "언젠가 지는 꽃을 통해 '바니타스-인생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며, 생명의 유한함"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밀레이는 공허한 마음으로 물에 빠져 노래를 부르며 죽는 오필리아의 마지막 순간을 그렸다. 꽃을 한 움큼 쥐고 강물에 떨어진 오필리아 주위에는 꽃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비극과 아픔이 담긴 꽃들이다. p.142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햄릿의 연인이었던 오필리아가 물에 빠져 죽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삼촌에게 복수를 하려다 실수로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고 만 햄릿, 동시에 아버지와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린 슬픔과 상실의 아픔으로 미쳐버린 오필리아,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깊었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상처와 상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죽음으로 고백하는, 그녀의 마음을 꽃으로 전하는 가장 슬픈 유서"입니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스스로를 지키는 나무의 힘을 그렸다. 나무처럼 인간이 스스로를 지키는 힘은 무엇일까. 고독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이 고독할 때 자기 내면과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고독은 오히려 인간의 내면을 더 깊고 강하게 만드는 갑옷이다. p.219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어린 시절 겪었던 가족의 비극사는 그가 인간의 고독과 죽음을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라 여겼고 늘 죽음의 그늘 속에서 사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성찰"한 프리드리히, 그에게 "자연은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영혼이 유일하게 내면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방황하는 작디작은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고독한 감정이 투영된 풍경"을 그렸습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쓸쓸하게 느끼지 않고 고독하게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면 겨울을 견디고 봄에 더 강해지는 나무처럼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라는 자각의 말이 격한 공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고독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든 탓일까요?
<꽃, 그림으로 피어나다>는 '다빈치에서 모네까지, 행복과 위로를 담아낸 화가들의 정원'이라는 부제 그대로 화가들이 그림으로 담아낸 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입니다.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꽃에 담긴 다양한 감정, 예술가로 살아간 그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꽃이 피고 지고 다시 또 피고 지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변해간다는 것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까지의 기다림도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영혼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존재로서의 꽃, 인간 내면의 슬픔을 공감해 주는 존재로서의 꽃,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장식하는 존재로서의 꽃,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서의 꽃",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매개체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꽃, 화가들이 그림으로 담아낸 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화가들이 그림으로 담아낸 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