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비
이문자 지음, 이수빈 그림 / 마이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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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폭신한 구름 위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쉬고 있는 빗방울,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통통 뛰어오르는 빗방울,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발을 구르며 웃고 있는 빗방울..., 표지 속 빗방울들의 모습은 제목 그대로 개구쟁이들처럼 보입니다. 어디선가 투두둑 투두둑 빗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표지만 봐도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풍덩 빠져들 것만 같습니다.

 

이문자 시인의 동시집 <개구쟁이 비>1'개구쟁이 비', 2'금방 알겠다', 3'친구 생각', 4'청개구리', 5'그 누구일까?'까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0편의 동시가 실려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두운 곳에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마로 신음하는 어린이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동시가 행복한 어린이들을 물론 고통받는 어린이들, 아픈 어린이들, 슬픈 어린이들에게도 격려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말' ~

 

이문자 시인은 꿈오리의 블로그 이웃님으로 '동시사랑-아름다운 동시를 찾으시나요?'를 운영하시는데요. '새봄 맞이', '개구쟁이 비', '딸까 말까', '수선화', 등등 많은 동시들이 아름다운 어린이 동요의 노랫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문자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아이들을 만나고 바라보는 일이 즐거움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40년이 넘도록 동시를 생각하고 동시를 써온 시인의 모습과 동시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개구쟁이 비

 

엄마가 꼬까옷

사주셨는데

 

예쁘게 차려입고

나서려는데

 

비가 오네요

비가 오네요

 

빨강 우산

노랑 비옷

초록색 장화

 

찰방찰방 빗길

걷고 싶은데

 

비가 안 오네요

비가 안 오네요

 

'개구쟁이 비' ~

 

꼬까옷 예쁘게 차려입고 나서려니까 비가 오고, 우산 쓰고 비옷 입고 장화까지 신고 비오는 길을 걷고 싶은데, 비가 안 옵니다. 오지 말라고 하면 오고, 오라고 하면 또 안 오는 장난꾸러기이자 '개구쟁이 비'입니다. 혹시 이런 적은 없나요? 우산을 들고 나가면 비가 안 오고, 우산을 안 들고 가면 비가 오고, 꿈오리는 이런 적이 꽤 많았답니다. 어떤 날은 비를 쫄딱 맞고 집까지 왔는데, 현관을 들어서는 그 순간에 딱 비가 그친 적도 있었답니다. 정말 장난꾸러기이자 개구쟁이 비입니다.

 

어디 이런 일뿐일까요? 비가 얄미울 때도 있습니다. 맛있는 김밥 싸서 소풍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실망했던 적은 없나요? 하필 소풍가는 날 비가 오다니요!! 하지만 소풍 가는 날과는 반대로 제발 비가 오기를 바라던 날도 있었습니다. 바로 체육 시간이 있는 날이었지요. 꿈오리가 운동을 너무 못해서 체육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특히 달리기는 자칭 타칭 전교 꼴등 수준이라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날은 언제나 비가 오기를 바랐지만, 바라는 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답니다. 정말 꿈오리의 마음을 몰라준 '얄미운 비'였죠.

 

 


 

기다리는 엄마

 

지금쯤 큰길을 건너

저만치 골목길 접어드셨나?

 

흐릿한 외등 전봇대를 지나

문 앞 계단을 밟고 계실까?

 

방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

마당으로 뛰어나가

 

대문 뒤에 숨어서

기다리자

 

"영이야!"

 

부르실 때

활짝 문을 열면

 

엄마가 깜짝

놀라실 거다

 

"! 저기!"

 

울 엄마다

엄마 오신다

 

'개구쟁이 비' ~

 

대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딱 꿈오리의 어릴 적 모습입니다. 엄마가 시장가는 날은 종일 엄마를 기다렸는데요. 시장 갔다 오시면서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사 오셨기 때문입니다. 버스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면 쪼르르 달려 나가고, 엄마 모습이 안 보이면 실망했다가, 또다시 버스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면 쪼르르 달려 나가던 꿈오리, 어느 날은 날이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오시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요. 그런 날은 아예 대문 밖에 서서 언제나 오시려나 하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아주 가끔씩 추억으로 그때 먹었던 간식을 먹고는 하지만, 그때처럼 맛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그때의 그 간절한 기다림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 풍경을 너무나 잘 담아낸 '가을잎의 소풍',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가고 종일 기다린 놀이터엔 심심한 노을만 찾아온다는 '텅 빈 놀이터', 담장 너머를 궁금해 하다가 훌쩍 키가 커 버린 '해바라기', 등등 더 많은 동시는 직접 동시집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시인의 말'로 대신합니다.

 

동심이 있는 곳, 그곳은 우리 어른들의 어린 시절이 있는 곳입니다.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아직도 동심을 간직하고 계신 부모님들을 추억의 장소로 모셔가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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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사랑 2022-11-1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꿈오리님!
수고로이 써 주신 글 감사드립니다.

동시사랑 2022-11-1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들이 동시집을 살 수 있나요?
귀엽고 소중한 우리 자녀들을 위해 부모님들께서 동시집을 사 주셔야지요.
보석 같은 동시집입니다. 만나 보셔요.
자녀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