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윤미연 옮김 / 망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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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날 며칠을 써도 모자라!"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드라마나 책을 보며 "저건 내 이야기야!" 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삶이 소설보다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는 차라리 아무 이야기라도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내 소설 속 이야기나 등장인물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말이다. p.7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가 그 어떤 이야기라도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요. 그래서 "거리로 나가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가 눈여겨 본 사람은 작가가 사는 건물 아래층에 있는 여행사 직원이었지만, 집을 나선 작가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사람은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에 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를 아무런 경계심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냉동실에 넣어야 할 것이 있어, 빨리 집에 가야한다면서 말이죠. 이런 일이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만한 일일까요? 물론 작가 자신도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 말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했기에 마르탱네 사람들 이야기는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연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일어날 법하지 않은 것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밀란 쿤데라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

 

이 책의 저자인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20년 동안 많은 베스트셀러를 낳고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온 프랑스의 중견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열여덟 번째 소설인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에서 ''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우연히 만난 인물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며 허구가 아닌 현실의 세계로 뛰어든 작가, 그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허구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도 허구의 장면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하나는 굳이 허구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아주 짧은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데, 그건 그가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던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중간 중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들렌 할머니의 말을 통해 샤넬의 부흥을 이끈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에 관한 일화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르탱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들어온 전기 작가에게 그동안 속에 담아만 두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지금껏 안전한 울타리라 여기던 곳을 벗어나는 용기를 얻기도 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갑니다. 마르탱이라는 성은 프랑스에선 가장 흔한 성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는 그렇게 흔한 성을 가진 "인물들로 근사한 소설이 나올 수 있을지"를 걱정하기는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마들렌 트리코', 할머니의 딸 '발레리 마르탱', 발레리의 남편 '파트릭 마르탱', 그리고 발레리와 파트릭의 자녀들인 '제레미 마르탱','롤라 마르탱'입니다. 마들렌 할머니에겐 또 한 명의 딸 '스테파니'가 있지만, 그 딸은 현재 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들과는 거의 인연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

 

마들렌은 남편과는 사별했으며, 첫사랑과는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했고, 지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샤넬에서 일했기에 종종 라거펠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곤 합니다. 발레리 마르탱은 두 명의 자녀를 둔 중학교 역사 지리 교사입니다. 파트릭 마르탱은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새로 부임한 직장 상사의 면담 요청으로 인해 해고를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제레미 마르탱은 전형적인 십대의 모습으로 매사에 열의가 없고 게으른 편이지만 나름대로 유머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롤라 마르탱은 자신들의 삶에 불현듯 끼어든 작가를 불신하는 것 같으며,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작가인 ''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임에도 그들은 곪아터진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고 성장해갑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간 작가 또한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마르탱 가족을 상대하면서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실의 삶이 픽션의 가장 강력한 치유책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p.310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 마들렌, 20년의 결혼생활이 안겨준 무관심과 무기력하고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발레리와 파트릭, 열정이라고는 없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제레미와 롤라, 어디에서든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빠져드는 이야기로 만들어지는데요. 그건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대로 소설이며 문학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 또한 멋진 문학작품이 될 수 있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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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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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편안한 우리집, 우리 동네가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면, 그곳에 가기 위해 너무나도 작은 배를 타고 끝을 알 수 없는 크고 넓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거친 폭풍우에 흔들리는 작은 배 안에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될까요?

 

별빛이 아름다운 밤하늘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작은 배 안의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 작은 소녀가 보입니다. 소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소원들>은 작가 므언 티 반이 실제 경험한 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로 고향인 베트남을 떠나 홍콩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별도 달도 모두 다 잠든 것 같은 깜깜한 밤, 소녀의 가족은 할아버지 집을 떠납니다. 언제 만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이별 앞에 소녀는 "시계는 더 늦게 가기를 소원"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소녀의 가족은 작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소녀는 "배가 더 커지기를 소원"했고, "바다는 더 잔잔하기를 소원"했습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배, 그 안에 탄 모든 사람들의 소원 또한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소원했어...

내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들' ~

 

"해는 더 뜨겁지 않기를, 집은 더 가까워지기를, 마음은 더 강해지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간절한 소원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면 표지입니다. 생긴 모습은 모두 다 달라도 모두 다 같은 소원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 소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자연 재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수많은 난민들이 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227일자 뉴스엔 이탈리아 서남부 해안 근처에서 난민을 태운 목선이 난파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중엔 어린이와 아기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상황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손길을 내미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소녀가 마지막으로 바라던 "나는 소원했어...내가 소원할 것이... 더는 없기를."이라는 소원이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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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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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경희궁에 갔었습니다. 그때 두 형제를 기다리며 읽으려고 <조선 미술관>을 들고 갔었는데요. 책을 읽다가 <조선 미술관> 2관인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배경이 경희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어 굳이 인연을 만들어봅니다.

 

<조선 미술관>은 부제처럼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통해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궁 밖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모습은 어땠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을 그리던 화가 옆에서 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조선 미술관>에서는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과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을 갖춘 화가들이 펼쳐낸 조선 후기 절정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들어가는 글' ~

 

이 책은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그리고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나뉘어져 있으며, 1관 제1전시실은 '풍류로 통하던 조선 양반들', 2전시실은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 3전시실은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 2관 제1전시실은 '숙종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2전시실은 '영조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3전시실은 '궁궐 밖에도 잔치는 있었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 온라인으로 미술관을 찾는 것처럼 방구석에서 도슨트를 따라 다니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꿈오리는 2관보다는 1관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르게 되었는데요. 그때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지극히 서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진경풍속의 주인공은 양반 또는 평민이다. 진경풍속은 선비 화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처음 담으면서 시작되었고 소재를 평민들의 삶까지 넓히면서 완성되었다. 즉 양반 풍속으로 시작해 평민 풍속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p.12

 

진경풍속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 겸재 정선입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문제로 달달 외웠기에 절대 잊히지 않은 이름이죠. "중국 생각으로 살던 시절에 그린 풍속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인이었지만 조선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풍속화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인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산수화와 풍속화를 모두 조선화시킨 화가가 바로 겸재 정선"이라고 합니다. 그 후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으로 이어져 대미를 맞이하였다."고 하는데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김홍도는 평민 풍속의 종결자이고 신윤복은 양반 풍속의 끝판왕이다. (중략) 김홍도 풍속화는 노동의 보람으로 넘치고 신윤복 풍속화는 놀이의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p.13

 

1관에선 "조선의 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문화 자부심이 가득했던 시절"을 담은 일곱 명이 그린 풍속화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앞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됩니다.

 

벼슬 없는 선비의 풍류를 담아낸 김홍도의 <포의풍류>, 홀로 비파를 타고 있는 선비는 바로 김홍도일 것이라고 합니다. <월하취생>속 젊은 김홍도는 생황을 불고 있고, <포의풍류>속 나이 든 김홍도는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연유로 김홍도는 그림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홍도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책속 도슨트의 이야기로 들어보길 바랍니다.

 

 


신윤복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인도>, 그 시대 미인도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인데요. 그의 재능은 아버지인 신한평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신한평은 "영조와 정조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데 참여한 당대 일급 화원"이라고 하는데요. 아버지가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렸기에 신윤복은 도화서에서 근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보다 그림 솜씨가 더 좋았음에도 도화서에 근무할 수 없었던 것은 친인척이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꿈오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림은 신한평의 <자모육아>라는 작품입니다. 엄마와 자식 셋이 한 방에 있는 그림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신윤복의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남동생인데요.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동안 사랑받던 막내의 자리를 빼앗기게 된 둘째 신윤복이 서러움에 울고 있는 모습, 울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니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앉아 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겠죠? 신한평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낸 인간 심리 묘사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남긴 풍속화는 <자모육아> 하나뿐이지만,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신윤복의 풍속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겠지요? 그 외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는 <조선 미술관>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방구석에서 관람하는 특별한 전시회,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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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I LOVE 그림책
임양희 지음, 나일성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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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의 나무>는 그들이 한 그루의 나무로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이야기이자 그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줄 것만 같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아래 등을 기대고 앉은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요? 나무의 이름은 자두랑입니다. 고향 집 뜨락에 그늘을 드리우던 감나무를 생각나게 만드는 자두나무랍니다. 나무는 멀고 먼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아이가 한국에 있는 집을 그리워할 때마다 아이를 안아 올렸고, 아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놀았습니다.

 

봄이면, 하얀 꽃들이 활짝 핀 나무 아래서 내 생일을 축하했어요. '나의 나무' ~

 

자두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었습니다. 폭풍우가 온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자두랑은 뿌리까지 뽑힌 채 마당 한 가운데 쓰러져 있었습니다.

 

쓰러진 나무는 아이가 바라는 대로 트리 하우스가 되고, 로켓이 되고, 섬이 되고, 배가 되었습니다. 같이 놀던 남자 아이가 팔이 긁혀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는요. 아이는 자두랑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는 텅 빈 마당에서 자두랑을 떠올립니다.

 


뒷마당엔 어린 자두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무는 알게 될까요? 자두랑처럼 새하얀 꽃을 피운 어린 자두나무, 나무에게 물을 주며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 어린 자두나무는 자두랑이 그랬던 것처럼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나의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2층 집, 그 집 1층엔 누구라도 찾아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던 그때에 말이죠.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그런 나무 한 그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그런 나무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놀이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던 자두랑처럼요.

 

꿈오리 한줄평 :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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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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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 이 책은 조선 전기 천재이자 생육신, 학자, 사상가, 시인이기도 했던 김시습이 쓴 다섯 편의 단편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을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금오신화>는 김시습이 한때 머물렀던 경주 금오산실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는 <금오신화> 이후로 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시인이었던 그가 왜 이야기책을 지은 것일까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의 저자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보좌하던 대신들을 살해하거나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계유사화(계유정난으로 알려진)" 에서 답을 찾습니다.

 

31, 그가 머리를 깎은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계유사화로부터 시작된 시대와의 불화,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역모를 역사로 만든 승자들에 의해 잘못 알려진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김시습은 이야기책을 지었던 것은 아닐까. 시인이지만 이야기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가진 천재였기에, 그래서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을 믿었기에 김시습은 <금오신화>를 썼던 것이 아닐까. '작가의 말' ~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다시 쓴 것으로 김시습이 제자인 선행과 함께 다섯 편의 단편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을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인데요. 모두 다른 인물들을 내세운 다섯 편의 이야기엔 숨은 의미가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의 부당함과 단종의 억울함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설잠스님(김시습)이 쓴 이야기책 <만복사저포기>를 제자 선행이 읽으며 시작합니다.

 

 


 

만복사저포기

남원 땅에 사는 양생이라는 사람이 부처님에게 자신이 이기면 '아름다운 여인과 혼인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저포놀이를 제안합니다. 저포놀이에서 승리한 양생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데, 정말 선녀처럼 아름다운 규수가 나타납니다. 그 규수 또한 자신처럼 인연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둘은 백년가약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그 규수는 삼년 전 왜구가 침입했을 때 죽은 처녀의 혼령이었습니다. 양생은 그 사연을 알게 된 후 장례를 치러주었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양생은 다시 장가를 들지 않았으며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남다른 자질을 가진 왕재로 태어나고도 때를 만나지 못해 빼어난 그 자질을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쫓겨나 원통하게 세상을 떠나셨으니, 어찌 이야기 속 처녀처럼 가엾고 애틋하지 않겠느냐. p.49

 

선행은 설잠스님(김시습)이 쓴 이야기책 <만복사저포기>를 읽은 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와 더불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데요. 이야기 속 양생은 설잠스님, 규수는 어쩔 수 없이 숙부에게 양위한 후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간 어린 왕, 바로 상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님이 자신과 상왕(노산군)에 대한 이야기를 양생과 아름다운 처녀 귀신에 빗대어 쓴 것이지요. 그렇다면 스님은 왜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양생과 처녀에 빗대어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까요?

 

스님은 그건 수양의 세상인 지금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널리 퍼지지 못하고 금서가 되어 불태워질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상왕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가 사람들 머리에 박혀 있으니 진짜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무엇보다 "감동하여 읽은 이야기들은 지은이가 어떤 마음으로 지어냈는지, 어떤 인물을 염두에 두고 주인공으로 창작해냈는지를 따져 보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상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행은 그저 기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 했지만, 스님은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생과 최규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생규장전>, 홍생과 기씨 선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한 <취유부벽정기>, 박생이 남염부주에서 염마(염라대왕)를 만난 후 염라대왕의 후계자로 지목 받게 된다는 이야기 <남염부주지>, 한생이 박연에 있는 용왕을 만난 후,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쫓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 <용궁부연록> 등 네 편에 대한 이야기는 설잠스님과 선행의 수업을 함께 하며 들어보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다시 쓰는 <금오신화>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에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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