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감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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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들고 누군가를 관찰하고 있는 아기가 있습니다. 제목을 보면 그 대상이 엄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죠? '엄마 도감'은 아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모습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어떨까요? 100일이 지나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기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또 어떨까요?

엄마의 모습은 '우리 엄마 관찰 일지'에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답니다. 엄마의 생김새부터 몸의 구조와 기능, 몸의 변화, 먹이 활동, 수면 활동, 배변 활동, 신체 활동, 반응 속도, 엄마의 기분, 호기심의 발달, 엄마의 상자, 숨바꼭질, 엄마는 연구 중, 엄마의 가방, 엄마의 엄마 등으로 아주 상세하게 관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관찰 일지를 제대로 다 읽었다면 '엄마 탐구 영역'의 문제는 무조건 만점을 맞을 수밖에 없지요.

 

엄마는 아기와 함께 태어나는 신생 인류입니다. 아기 성장에 관한 보고서는 쌓여 가고 있지만 신생 엄마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지요. 왜 누구도 갓 태어난 엄마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요. 모든 것이 처음인 세상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을 갓난 엄마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말' ~”

 

책을 읽으며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지만 정말 애쓰고 있다는 걸 누군가 알아주고 있다는 것에 울컥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 도감'속 엄마의 모습은 육아 일기 속 아기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엄마 도감'은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이 처음인 세상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권정민 작가님의 책은 몇 년 전에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통해 처음 만났고, 몇 달 전에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을 통해 두 번째 만났으며, '엄마 도감'을 통해 세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모두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만든답니다.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멧돼지들의 입장을,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은 사람들의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동물들의 입장에선 절대 당연한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엄마 도감' ~“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엄마의 모습은 배 속에 있을 때 상상하던 그 모습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전~~혀 아니었답니다. 엄마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그런 엄마가 아기 얼굴이 빨갛고 쭈글쭈글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다니요!?

엄마의 몸은 침대가 되었다가 소파가 되었다가 비행기가 되었다가 말이 되었다가 서서 자는 침대가 되었다가 사다리가 되기도 합니다. 정말 구석구석 쓸모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온몸 구석구석 쓰임에 따라 엄마가 되기 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어깨 결림은 기본이고 골반이 틀어지고 고관절 통증이 생깁니다.


 

 

아기가 먹는 것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먹는 것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대충 물에 말아서 먹거나 아기를 재우며 서서 먹기도 하죠. 그리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잠을 잡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잠을 잘 수만 있다면 말이죠.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입니다. 남들이 잠에 푹 빠진 깊은 밤에도 아기가 부르면 즉시 달려갑니다. 어쩜 귀가 그렇게 밝을 수가 있는 것인지...,

아기가 왜 응가를 안 하는지, 왜 우는지, 왜 안 먹는지, 왜 안 자는지, 왜 열이 안 내리는지, 엄마는 정말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아기가 대답하지 않아도 엄마는 끈임 없이 묻고 또 묻습니다.

엄마에게 매일 배달되는 상자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매일 매일 뭔가를 연구 중인 엄마, 엄마는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는 것일까요?

엄마의 커다란 가방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엄마가 엄마의 엄마를 만나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엄마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나를 만나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같기도 하고 무서운 마녀 같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은 공주님 같은데, 어떤 날은 폭발하는 화산 같아요.

엄마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엄마 도감'~“

 

 

이제 막 신생 엄마로 태어난 모든 엄마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림책, 신생 엄마의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한 엄마들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그림책, 육아를 졸업한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정말 애썼다고 말해주는 그림책, 가족들도 함께 읽기를 권장하고픈 그림책, 지금까지 '엄마 도감'이었습니다.

 

 

 

책과 함께 온 굿즈 '엄마 도감' 수첩, 육아 일기와 함께 엄마의 감정, 수면, 신체 상태 등등에 대한 관찰 일기를 써 봐도 좋아요. 아기와 더불어 성장해 가는 엄마의 모습을 기록해 두었다가, 언젠가 그 아기가 신생 엄마, 신생 아빠가 되었을 때 함께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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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의미 - Bible+Drawings 에프 그래픽 컬렉션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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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푸른색을 배경으로 창이 하나 있고, 그 너머로 새들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새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시간의 의미'는 성경 전도서 31절에서 8절까지의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여 인상적인 그림들과 함께 들려주는 책입니다. 꿈오리처럼 무교일지라도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림과 함께 읽다 보면 감동적인 시 한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하늘 아래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의미' ~

이 글은 성서의 가장 아름다운 구절 중 하나라고 합니다. 삶은 늘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있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니까요. 표지 속 새들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 그건 정해진 때에 번식지나 월동지로 이동해야 하는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도 때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때를 놓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요즘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구 환경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것이지요. 지금도 늦었지만 더 이상 때를 놓치면 안 되겠지요?

  

  

태어날 때가 있으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죽을 때가 있지요.

(중략)

하염없이 울 때가 있고

와그르르 웃을 때도 있답니다.

비탄에 잠길 때가 있는가 하면

함께 기뻐 춤출 때가 있지요.

(중략)

사랑스레 품에 안을 때가 있고

그냥 내버려 둘 때도 있지요.

무언가를 찾는 때가 있으면

그냥 그렇게 잃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중략)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하며 등 돌릴 때가 있습니다.

전쟁하듯 싸울 때가 있고

평화가 깃들 때도 있습니다.

'시간의 의미' ~“

 

'시간의 의미'속 그림들은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그림입니다. 그래서 더 부드러우면서도 신비하고 몽환적이 느낌이 듭니다. 시간의 의미를 담은 그림과 구절을 따라 천천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순간 아무도 없는 잔잔한 물결 위에 몸을 맡기고 떠다니는 느낌마저 든답니다.

코로나 19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시간의 의미'속 그림과 구절을 읽으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하늘 아래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밝고 희망찬 때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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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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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가득 채운 소녀의 모습은 신비한 느낌도 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주인공 수정의 모습이 정말 이러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야기, 현실인 듯 현실 아닌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던 어느 전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명소녀 투쟁기'는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한국 고전 서사의 하나인 연명담 또는 연명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고 합니다. 연명담이란 주인공이 목숨의 햇수를 늘려 오래 사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명소녀 투쟁기' 는 연명설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주인공이 미성년 남성이 아니라 열아홉 살 소녀이며,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바뀌는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가 개척해 나간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

'단명소녀 투쟁기' ~“

 

수정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입시 전문 점쟁이인 북두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북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정을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수정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기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싫다면요?

'단명소녀 투쟁기' ~“

 

북두는 죽음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죽음을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을 합니다. 북망산을 등지고 남동쪽으로 걸어가라는 북두, 휘청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수정을 점집에서 일하는 은주 아줌마가 떡집으로 데려갑니다. 이제 막 쪄낸 백설기를 백 조각으로 잘라 달라고 주문한 은주 아줌마는 그 백설기를 수정의 가방에 넣으며, 백 살까지 만수무강하라는 의미로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하철역 부근을 지나던 수정이 낯선 남자에게 붙잡혀 울음을 터뜨린 순간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수정을 물고 달리던 개의 옆구리에서 날개가 나오고 개는 하늘을 날아갑니다. 그 개의 이름은 '내일', 만약 수정이에게 '내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검은 산들에 둘러싸인 낯선 들판, 수정과 내일 앞에 이안이라는 아이가 나타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다는 이안, 수정은 이안을 구해준 이가 북두라는 말에 놀랍니다. 수정이 만난 점쟁이 북두와 이안이 만난 스님 북두, 북두는 어떤 존재일까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이 내가 죽기를 바란대.

'단명소녀 투쟁기' ~“

 

이안은 수정이와 같은 열아홉 살이었지만, 수정이와 달리 죽으려고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죽고 싶지 않는 수정과 죽고 싶은 이안, 날이 저물자 둘은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로 합니다.

그날 밤, 수정이와 이안이 머물고 있는 집에 배가 고프다는 일곱 명의 아이들과 일곱 명의 노인이 찾아옵니다. 백설기를 나눠 주는 이안,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이들과 백설기로 만든 죽을 대접받는 노인들, 노인들은 죽을 먹는 동안 점점 빨리 늙어갑니다. 그 중 가장 빨리 늙은 노인이 죽고 여섯 노인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때 개 '내일'이 그 여섯 노인의 뒤를 따라가는데요. 여섯 명의 노인들에겐 아직 내일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일곱 명의 아이와 일곱 명의 노인에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일까요?

 

도망치는 자는 붙잡히게 되지만, 쫓는 자는 붙잡게 된다.

'단명소녀 투쟁기' ~“

 

다음 날 아침, 북두라는 승려가 나타나 둘이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같은 곳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줍니다. 수정과 이안은 마치 저승사자 같은 복장을 하고 큰 개 '내일'을 타고 저승을 향해 날아갑니다.

저승의 신을 만나게 된 이안과 수정은 그에게서 낡은 명부 두 권과 검 두 자루를 받게 됩니다. 검은 명부를 받은 수정과 흰 명부를 받은 이안, 저승의 신은 명부에 적힌 자들을 모두 찾아내어 죽이는 순간 수정이는 천수를 얻고, 이안은 영면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명부를 보고 놀라는 수정과 이안, 명부에 적힌 자들은 누구일까요?

수정과 이안은 명부에 적힌 자들을 죽이고 자신들이 희망(希望)하는 천수와 영면을 얻을 수 있을까요?

 

수정과 이안, 북두와 일곱 명의 아이와 일곱 명의 노인, '내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와 저승의 신, 그들 사이의 연결 고리는 무엇일까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깨어난 수정, 지극히 현실적인 그곳은 어디일까요?

 

내일은 개같다.

나는 개를 좋아한다.

(중략)

칼은 나를 아프게 하는 방식으로

나를 살리거나 죽이지만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

'단명소녀 투쟁기' ~“

 

마지막 장이 반전을 선사하는 '단명소녀 투쟁기',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가 소유의 집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느 누구도 단명자 취급을 받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의 말'로 전하고픈 말을 대신합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우리를 계속 죽이고 싶어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 단명(短命)을 타고난 것이고, 어쩌면 끊을 단으로 끊어야 할 최종 목표는 저 짧은 단인지도 모르겠다. 단단(斷短)할 것을, 더 단단해 질 것을 약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

'우리 같이 내일을 만나요', 꾹꾹 눌러 쓴 듯한 친필 사인을 보며, 모든 이들이 내일을 만나기를 또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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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나 좀 봐 비룡소 그래픽노블
재럿 J. 크로소치카 지음, 양혜진 옮김 / 비룡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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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책이 사람을 살린다고들 하지만, 나는 텅 빈 스케치북도 때론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수많은 스케치북을 그림으로 채웠고, 그것들이 내 삶을 구했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가의 말' ~”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헤이, 나 좀 봐'는 작가인 재럿 J. 크로소치카의 자전적인 그래픽노블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야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자식은 몇 명이나 낳았는지,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리고 재럿의 부모님은 어디서 만났으며, 재럿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재럿의 아버지는 재럿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발뺌했습니다. 엄마는 홀로 재럿을 낳아야 했지요.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부터 한 엄마, 할머니는 그런 딸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화를 내며 끔찍한 욕을 퍼부었답니다. 하지만 할머니도 재럿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나를 데리고 있기로 결심한 할아버지는 엄마를 설득해 친권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하게 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나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다. '헤이, 나 좀 봐' ~”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시절의 기억은 단편적으로만 떠오르는 재럿, 그때부터 재럿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고, 악몽은 늘 재럿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땐 자신이 왜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했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할아버지를 통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됩니다. 마약에 중독된 엄마는 마약을 사기 위해 도둑질을 했으며 급기야 감옥에 가게 되었고, 재럿은 보호 시설에 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재럿을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엄마를 만나러 갔던 곳이 감옥이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답니다.

 

 

엄마는 집에 오지는 않았지만 편지로 안부를 물었으며 가끔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재럿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린 카드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는데, 재럿의 그림에 대한 재능이 엄마를 닮은 것임을 알 수 있답니다.

 

네가 우스터 미술관에서 수업을 들으면 어떨까 해서...

'헤이, 나 좀 봐' ~“

 

재럿이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과목이 미술인 것을 안 할아버지는 학교에서 미술 수업이 없어지자 따로 미술 수업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재럿은 그곳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답니다.

고등학생이 된 재럿은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미술 수업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였을 때 나는 가족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렸다.

중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멋있어 보이려고 그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방황하는 청춘이었으므로, 그저 내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스케치북 가득히 그림을 그렸다.

살아남으려고.

'헤이, 나 좀 봐' ~“

 

늘 악몽을 꾸는 재럿,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악몽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그에 맞서보려 했습니다. 그 후 재럿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나는 늘 '내 아버지는 누굴까' 궁금했고 내 어머니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줄곧 그랬다. 하지만 더없이 훌륭한 부모님이 언제나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두 분은 자리를 비운 아래 세대 역할까지 도맡게 된 것이다.

늘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두 분은 나의 부모님이었다.

'헤이, 나 좀 봐' ~“

 

이야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작가의 말'을 통해 그 후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이복동생들, 이모와 외삼촌들, 사촌들, 친구와 그의 가족,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그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된답니다.

 

어린아이일 때, 청소년일 때에는 주어진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현실과 자신의 가족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

 

재럿은 마약 중독인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으며, 아버지는 존재조차 모르며 자랐습니다. 그럼에도 재럿은 그를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부모님과 그를 키워준 외조부모님,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평탄치 않은 삶 속에서도 멋진 작가이자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재럿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를 지지하며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럿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모든 분들에게 재럿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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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f(에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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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지는 것,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삶의 끝에 죽음이 오는 것 또한 자연이 이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휴양지로 여행을 떠난 파비엔느와 롤랑,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로 예쁜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잠시 바닷가를 거닐던 두 사람,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롤랑은 죽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린 찰나의 순간, 파비엔느는 약혼자인 롤랑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파비엔느를 위해 완벽한 계획을 짠 롤랑은 여행 일정을 날짜별, 시간별로 꼼꼼하게 적어놓았습니다. 파비엔느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롤랑이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하기로 합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바닷가로 휴가를 오는 목적은 무엇보다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죠. 하지만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결코 가늠할 수 없어요. '머물다' ~”

 

파비엔느는 식당에서 묘한 느낌의 남자 파코를 만나게 되는데, 기이한 사망 기사들을 스크랩한다는 파코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혼자 투우 경기를 보러 가고 밴드 공연을 보러 다니는 파비엔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장례를 위해 온 롤랑의 동생 알랭의 전화였죠. 하지만 롤랑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파비엔느는 알랭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장례식에도 가지 않습니다. 그저 롤랑이 계획했던 일들을 할 뿐이었지요.

그저 자연의 이치죠, 죽는다는 건....

(중략)

그런 기사들은 내게 죽음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단 걸 알려 줬어요.

언제 어디서든요. '머물다' ~“

 

롤랑이 계획했던 여행 마지막 일정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였습니다. 파비엔느는 그 식사에 파코를 초대합니다. 파코의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에게서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건배! 어쩌다 마주쳤고, 앞으로 결코 볼 일 없는 두 이방인을 위해.

(중략)

우리는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통해 성장하죠.

'머물다' ~ “‘”

 

저녁 식사를 마치고 롤랑이 깜짝 선물로 준비해 둔 케이크를 함께 먹은 후, 파코와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롤랑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한 파비엔느는 롤랑의 여행 가방과 수첩을 남겨 두고 떠납니다.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푸른 바다 그리고 도로를 달리는 파비엔느의 자동차...,

휴양지를 떠나는 파비엔느의 자동차를 자세히 들여다 본 순간, 처음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작가가 의도한 결말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린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의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지금까지 그래픽노블 '머물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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