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올마이어가 다인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지역의 유일한 백인인 올마이어는 20년 전 성공을 꿈꾸며 이 곳으로 왔다.
그런 그에게 '바다의 왕'이라 불리는 '톰 링가드'는 자신의 양딸 말레이 여성과 결혼할 것을 제안하고, 올마이어는 부유하고 풍성한 삶을 상상하며 그녀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 후 올마이어는 아내와는 그리 좋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녀 사이에서 낳은 딸인 니나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니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백인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올마이어의 모습에 힘들어한다.
니나의 어머니가 말레이 사람이고, 니나 역시 말레이 혼혈임에도 올마이어는 딸 앞에서 거리낌없이 말레이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백인과 말레이인의 혼혈인 니나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가졌지만, 아버지 올마이어가 원하는대로 홍콩에서 백인들의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불화,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을 강요받는 니나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은 말 그대로 올마이어라는 사람의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 올마이어가 지은 새 집을 네덜란드인들이 부르는 명칭이기도 했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올마이어는 뿌리깊은 백인우월주의로 꽁꽁 둘러싸여 니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갈 행복한 미래만을 상상한다.
올마이어는 분명 자신의 딸 니나를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고, 자신의 방식으로만 그녀를 변화시키고 이끌려고만 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그 곳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믿지 못하는 그는, 가족에게조차 그런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며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린다.
그런 가운데 니나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올마이어를 보며 '동상이몽'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그와 그의 아내는 서로 다른 꿈을 꿨고, 그와 딸 니나 역시 다른 꿈을 꿨다. 올마이어는 그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입장과 기준에서만 평가하고 처리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결말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니나의 선택을 알아챈 올마이어가 잠시나마 덜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적어도 모두가 파멸에 이르지는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백인 우월주의'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단어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현재도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다른 인종을 차별하고 폭행까지 일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비단 백인 우월주의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차별의 늬앙스를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더 이상은 어리석은 '올마이어'들이 생기지 않기를, 어디에 사는 사람이든 어떤 인종이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