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는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악어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악어가 도시라니? 조금 생뚱맞다 싶었는데, 악어 역시 자신이 원해서 이 곳에 온 것은 아니라며 쓸쓸하게 말합니다.
토마토를 좋아하고, 햇볕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악어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아요.
백화점 쇼윈도의 악어백을 바라보며, 악어는 저런 모습으로만 이 곳에 존재할 수 있는 걸까라며 슬퍼합니다.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악어는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해요. 날카로운 이를 뭉툭하게 깎아내고, 꼬리를 자르는 것에 대한 진료도 받게 되죠.
하지만 악어는 도저히 꼬리를 자를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악어는 이 도시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걸까요?
그러던 어느 순간, 그토록 무서워하던 물 속에 의도치 않게 풍덩 빠져버린 그 순간...
악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습니다. 자신은 악어라는 것을요.
그림 속 다다닥 붙은 집들의 모습과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나만 어두운 곳에 홀로 있는 느낌이 들어 그것들을 바라보는 악어의 쓸쓸함이 느껴졌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은 보통의 사람들이 나와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그동안 살지 않았던 낯선 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지를 조금은 배려하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 억지로 자신을 버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려 하지 말자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이건 우리가 낯선 곳에 갔을 때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곳의 문화나 관습을 물론 잘 따르며 적응해야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자신을 가두고 억제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자신의 꼬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도시 악어처럼 말이예요.
요즘 그림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요, 그림책의 묘미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다라는 것 같아요.
문장들이 적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들이 많지만, 나만의 생각이나 관점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더라구요.
《도시 악어》 역시 많은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다 덮은 지금도 악어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 보면요.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