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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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안미옥, 손보미 + 신이인, 이서수 + 김리윤, 최은영 + 조혜은, 염승숙

자음과 모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서어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안미옥, <사운드북> 중

 

 

 

《시소 첫번째》매 계절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편씩 선정하여 계절별로 엮은 '시소 프로젝트'의 첫번째 책이다.

시와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라 '시소'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시와 소설, 시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만큼 찰떡같은 단어로 느껴졌다.

 

매 계절별로 선정된 시와 소설이므로 총 8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평소에는 자주 읽을 기회가 없는 시를 접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봄의 시로 선정된 작품은 안미옥 님의 <사운드북>이었다.

요즘 육아를 하고 있어 '사운드북'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인터뷰를 읽어보니 시인 역시 육아중으로 내가 생활하는 부분들과 맞닿아 있어 더 많은 공감을 느꼈다.

 

사실 시만 읽었다면 이 시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나 시인이 의도했던 것 등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나만의 느낌만 간직한채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시소 첫번째》는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각 작품 뒤에 작가와의 심도깊은 인터뷰도 실려있어 작품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담을 수 있었다.

 

안미옥 시인은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이렇게 격정적이구나.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내가 들어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육아는 나 자신이 낯설게 여겨지고 그런 낯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 이 문장은 너무 공감이 가서 바로 밑줄을 쫙 쳤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는데, 친구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였는데도 내가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계속 없었다.

육아를 하는 지금은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하고 가끔은 격정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이런 마음들도 있었구나를 느끼면서 점점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

나는 네가 항상 안전하기를, 너에게 맞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랐어.

비록 우리가 서로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내가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고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조차도 마음 아프지만 고마워할 수 있었어.

- 최은영, <답신> 중

 

 

가을의 소설로 선정된 최은영 님의 <답신>은 정말 역시 최은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울렸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대로 정말 눈물버튼이 눌러지는 순간, 내가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데, 어째서 그녀와 언니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어쩌면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한 그녀와 언니였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삶을 지탱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나쁜 놈 때문에 또 화가 나고 속상하고... 그래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아, 정말 요즘 소설을 읽다보면 오은영 박사님이 필요한 순간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시와 소설 한 편씩만 소개했지만, 사실 다른 작품들도 다 좋았다.

이서수 님의 <미조의 시대>도 구로디지털단지 역이 너무 실감나게 소개되어 있어서 완전 리얼리티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남편이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근방을 엄청 자주 다녔는데, 60년대 70년대 80년대 그리고 2000년대의 그 곳 풍경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하지만 나는 저 여자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걸 만들고 있는 거야. 시대가 가발을 만들어야 돈을 주겠다고 하면 가발을 만드는 거고, 시대가 성인 웹툰을 만들어야 돈을 주겠다고 하면 그걸 만드는 거야. 그렇게 단순한 거야. 마찬가지인 거야."(183쪽)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시와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 준 《시소 첫번째》를 통해 시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었고, 관심작가의 리스트도 추가했다.

앞으로는 작가들의 이름이 언급되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것 같다.

매력적인 8인 8색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매력만점이 책, 내년에 출간될 두번째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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