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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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 열린책들

 

고전소설에서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타임머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작가 '하버트 조지 웰스'가 만든 것이라니... 놀랍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꿈꾸고 갈망했던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시간여행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지인들을 불러 놓고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시간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가 현란하게 꾸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서술자인 '나'는 그의 말이 조금 믿어지기도 한다.

 

시간여행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80만년 후의 세계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곳에는 엘로이와 몰록이라는 두 종류의 인류가 살고 있었다.

키와 몸집이 작은 엘로이는 지상에 살면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는 듯 했으나, 지하에 사는 몰록은 어둠을 틈타 활동하는 어둡고 괴물같은 존재였다.

시간여행자는 자신이 타고 온 타임머신이 없어져 그것을 찾는 한편, 엘로이의 말과 생활을 배우며 지내고 위니라는 소중한 여자친구도 생긴다.

하지만 몰록이라는 존재로 인해 엘로이는 불안에 떨고, 시간여행자는 그들이 몰록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으려 한다.

 

시간여행자가 다녀온 80만년 후의 세상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너무도 기술이 발전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자 인류의 육체적 기능은 퇴화되고, 지성마저도 어린아이 수준의 유치하고 순진한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다 몰록이라는 존재는 엘로이를 대상으로 식인까지 당연하게 벌이는 등 인류애마저 상실된 모습을 보인다.

 

지금도 기술의 진보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인간이 편리한 생활을 누릴수록 자연 환경은 파괴되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원을 보존하고 친환경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논의하고 계획하지만, 자연의 불안한 변화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시간여행자가 다녀온 미래의 모습에서도 인류가 남아 있지 않은 세상이 여러 번 묘사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일 궁금한 것은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이 아닐까.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도 많이 있지만, 솔직히 나는 시간여행을 꿈꾸거나 상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워낙 상상력이 빈약해서... 하하하.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과거나 미래, 둘 중 어느 곳을 여행하고 싶을까 생각을 해 본다.

오늘 tv에서 일제 시대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지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생각으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시대로 가 이 한몸 희생해서 독립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가보고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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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과 극소의 빵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0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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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한과 극소의 빵 (S&M 시리즈 제10탄)

모리 히로시 / 한스미디어

 

드디어 무더운 여름부터 읽기 시작한 S&M 시리즈의 마지막 소설에 당도했다.

처음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 등장했던 천재 프로그래머 '마가타 시키'는 마지막 이야기 <유한과 극소의 빵>에 다시 등장한다.

 

-

나노크래프트 사장인 '하나와 리키야'는 회사 지하 4층에 '싱크로나이즈드 패키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다크 룸'이라고 불리는 비밀 구역을 만들고, 그 곳에 마가타 시키를 숨겨 둔다.

 

한편, 모에는 친구 요코, 아이와 함께 나가사키의 유로파크에 오게 되는데, 며칠 후 있을 세미나 여행에 앞서 먼저 출발한 것이었다.

한때는 모에의 약혼자였던 하나와 리키야는 모에를 이 곳으로 초대했고, 모에는 그가 말한 '시드래건 사건'에 약간의 흥미를 가지게 된다.

'시드래건 사건'이란, 몇 개월 전 유로파크의 별장 구역에서 참혹한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발견자의 신고로 경찰이 왔을 때 사체는 사라져버린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사이카와는 도쿄로 출장을 왔다가 요코하마에 있는 동생 기도 세쓰코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기도에게서 나노크래프트에서 최근 출신한 신규 RPG 게임인 '크라이테리언'에 대해 듣게 된다.

크라이테리언의 마지막 도달지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 등장하는데, 그 문장을 들은 사아키와는 이 게임에 마가타 시키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 그녀는 정반대.

그러나 그녀의 상반신은 그의 하반신.

상반신이 그라면 하반신은 그녀.

바다를 건널 때, 두 사람은 같은 꼬리를 단 인간이 된다.

 

선택받은 자여, 이곳에 무릎을 꿇고,

우리 아버지가 내리는 한 조각 빵을 받아들어라. (p. 61)

 

 

-

모에는 유로파크에서 하나와 리키야를 만나 술을 마시는 사이에 정신을 잃었고 마가타 시키를 만난다.

그녀가 하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에,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모에는 이미 자신이 묵는 방에 와 있었다.

 

그리고 그밤, 모에 일행은 괴이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분명 사람이 죽어 있는 걸 확인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는 사이 시체가 사라져 버렸다. 팔 한쪽만 남긴 채로.

 

그러나 이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다시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모에도 무심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금 전 남자가 쓰러져 있던 곳.

그곳 바닥에는 지금 피와 유리 조각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오직 그뿐이었다.

남자의 사체는 그곳에 없었다.

아니... 온전한 사체가, 없었다.

그곳에 지금 떨어져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까지 몇 초가 소요됐다.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녀들은 공포를 느꼈다.

공포가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는 증거다.

그곳에는 인간의 팔 한쪽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_ p. 155

 

 

 

 

 

 

이번 마지막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했던 것 같다.

너무도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이런 게 진짜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보지만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에 정신만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거기다가 묘하게 사이카와와 모에의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마가타 시키라는 존재가 너무도 막강했다.

그녀는 모에가 봉인한, 아니 자신은 이겨냈다고 생각한 과거의 상처들을 끄집어 내면서 모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소설의 반전은 정말 놀라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정말 그런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아마 어느 누구도 섣불리 판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소설 속 내용은 요즘의 과학기술과 큰 차이가 없는 것만 같다.

소설 속에서 구현하고 있는 VR 기술력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시리즈 1편을 읽을 때만큼 놀랐고 신기했다.

아, 물론 내가 과학이나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유한과 극소의 빵>은 불가사의한 사건도, 전체를 뒤집어 버리는 마지막 반전도 모두 좋았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도 느낀 건, 소설은 이공계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이카와가 반론할 수 없는 논리로 사건을 추리하는 가운데 많은 철학적 사고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사이카와, 모에, 마가타 시키 등 천재들의 논리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를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있어 좋았다.

 

이제 사이카와와 모에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조금은 슬프다.

후속작이 나올지 말지는 알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사이카와와 모에는 여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줄 것만 같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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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세 번째 접근법이 존재하지.

문제가 늘 현실과 이론의 간극에 있는 건 분명해.

그중 이론이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확고하지.

우리가 만들어낸 거니 우리의 언어로 기술할 수도 있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우리가 관찰하는 것들이 과연 현실일까?

_ 481쪽

 

또다시 발생한 불가사의한 살인사건...

이번 이야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들은 모두 다 '이게 가능할까?' 싶을만치 불가사의하고 미스터리해 보인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인만큼, 더욱 난해하고 더욱 어렵다.

 

과연 사이카와와 모에는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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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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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열린책들

 

올해는 도스또예프스끼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출판사에서 작가의 특별판 혹은 기념판 도서가 출간되고 있다.

고전에 취약한 나는 역시나 작가의 이름과 유명한 작품명만 알고 있을 뿐이라, 이번 소설 <백야>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호칭에 걸맞게, 또 <백야>라는 제목에서도, 이 작품이 무겁고 어렵고 난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앗, 그런데 이거 사랑 이야기네... 하하하.

 

-

고독한 몽상가인 '나'는 어느날 밤거리를 걷다가 운하 난간에 기대어 울고 있는 여인 나스쩬까을 보게 되고 다가간다.

선뜻 말을 걸지 못하던 그에게 기회가 오고, 그는 나스쩬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스쩬까에게 반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그가 떠났지만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나흘 동안 밤마다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돈독해진다.

나는 나스쩬까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감추고, 그녀가 그 남자를 기다리며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하자 위로하고 방법까지 제시한다.

 

-

솔직히 다 읽고난 후에는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는 모르겠네.'였다.

갑작스럽게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 나도 이해가 조금 안되었고,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면서 나중에는 마음을 표현하고 그러다 결국에는 휙 떠나간 나스쩬까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흘 간의 백야는 어쩌면 몽상가인 나나 나스쩬까에게 꿈처럼 막연하고 희미한 어떤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갑작스럽게 사랑을 확신하고, 갑작스럽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저 지나가고 없어져버리는 것인가 보다.

전 연인이 돌아오자마자 나스쩬가는 휙 가버리고(근데 키스는 왜 한거야?) 말도 안 되는 편지도 보낸다.

리뷰를 쓰려고 다시 그 편지를 보니, 진짜 황당하다.

뭐야, 옛날 소설인데 요즘도 분명 저런 여자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

<백야>는 도스또예프스끼가 지금의 우리가 아는 대문호가 되기 전 젊은 시절에 남긴 소설이라고 한다.

아직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느낌을 주어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밤에(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치 연애소설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보면 너무 장황하고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없잖아있긴 하지만...^^

 

짧은 소설인만큼 도스또예프스끼의 입문 소설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렵지 않고, 약간 욕도 하면서(응?) 읽을 수 있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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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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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다자이 오자무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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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자이는 이 소설을 탈고한 후 한 달 뒤 애인과 함께 자살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다 읽고난 후 뭔가 우울해지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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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수기 앞뒤에 '머릿말'과 '후기'가 붙은 형식의 액자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머릿말'에 등장하는 사진 속에 등장하는 동일 인물로 보이는 한 남자는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모습, 그리고 머리칼이 다소 희끗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남자는 언뜻 웃고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길함과 스산함을 가진 얼굴을 하고 있다.

마지막 나이 든 모습에서조차 남자는 표정도, 인상도 없어서 보는 이를 놀랍고 소름 끼치게 만드는, 야릇한 얼굴을 가졌다.

 

그리고 그 남자, 수기 속 서술자인 '요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진 본연의 감각을 가지지 못해 고통스럽고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웃거나 일부러 광대 짓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진으로 보건대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고 머리마저 좋았던 것 같은데, 요조는 필사적으로 남들과 같아 보이는 삶을 살려고 자신의 진짜 속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요조는 중학교 시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눈치챈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는 요조에게 그가 여자들을 홀릴 것이라는 예언과 굉장한 화가가 될 거라는 예언을 한다.

 

그 뒤 도쿄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요조는 아버지 몰래 그림을 그리러 다니며 알게 된 호리키와 어울려 다니면서 술과 담배, 매춘부에게 빠져드는 생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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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신 병원에 갇힌 후 스스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때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그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아봐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는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을 받아주는 여성들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그의 시선으로 쓰여 진 수기를 읽어보면 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긴, 스스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 해도 그 자신을 온전히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실격이라고 판단하지만, 그의 삶을 보면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결국은 의지를 넘어서는 일을 하지는 못하고 이내 포기해 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또 그의 주변에 이기적이고 나쁜 이들도 많았다.

누군가는 그를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홀대했다.

물론 그를 받아주고 그를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수기의 마지막 그의 고백은 반전 아닌 반전으로 다가와 더욱 안타깝고, 그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을 한참 쳐다본다.

요조의 삶이 다른 이의 눈으로 보면 분명 '실격'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그가 살아온 삶이 일반적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의 삶을 실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지만, 다음 번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은 소설이다.

다시 읽는다면 요조의 모습을 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다른 마음이 들 것만 같다.

 

나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늘 버들버들 떨면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기 언행에 조금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온갖 고뇌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기를 쓰고 감추며,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점차 광대 짓만 하는 기괴한 사람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웃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내가 그들의 이른바 <생활> 밖에 있어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겠지

아무튼 그들의 눈에 거슬리면 안 된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그런 생각만 커져서 광재 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온 힘을 다해 광대 짓을 서비스했습니다.

_ 17쪽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닙니다. (P. 137)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재가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지르듯 처참하게 살아온 <인간> 세상에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딱 한 가지는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P.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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