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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과 극소의 빵 ㅣ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0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유한과 극소의 빵 (S&M 시리즈 제10탄)
모리 히로시 / 한스미디어
드디어 무더운 여름부터 읽기 시작한 S&M 시리즈의 마지막 소설에 당도했다.
처음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 등장했던 천재 프로그래머 '마가타 시키'는 마지막 이야기 <유한과 극소의 빵>에 다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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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크래프트 사장인 '하나와 리키야'는 회사 지하 4층에 '싱크로나이즈드 패키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다크 룸'이라고 불리는 비밀 구역을 만들고, 그 곳에 마가타 시키를 숨겨 둔다.
한편, 모에는 친구 요코, 아이와 함께 나가사키의 유로파크에 오게 되는데, 며칠 후 있을 세미나 여행에 앞서 먼저 출발한 것이었다.
한때는 모에의 약혼자였던 하나와 리키야는 모에를 이 곳으로 초대했고, 모에는 그가 말한 '시드래건 사건'에 약간의 흥미를 가지게 된다.
'시드래건 사건'이란, 몇 개월 전 유로파크의 별장 구역에서 참혹한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발견자의 신고로 경찰이 왔을 때 사체는 사라져버린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사이카와는 도쿄로 출장을 왔다가 요코하마에 있는 동생 기도 세쓰코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기도에게서 나노크래프트에서 최근 출신한 신규 RPG 게임인 '크라이테리언'에 대해 듣게 된다.
크라이테리언의 마지막 도달지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 등장하는데, 그 문장을 들은 사아키와는 이 게임에 마가타 시키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 그녀는 정반대.
그러나 그녀의 상반신은 그의 하반신.
상반신이 그라면 하반신은 그녀.
바다를 건널 때, 두 사람은 같은 꼬리를 단 인간이 된다.
선택받은 자여, 이곳에 무릎을 꿇고,
우리 아버지가 내리는 한 조각 빵을 받아들어라.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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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는 유로파크에서 하나와 리키야를 만나 술을 마시는 사이에 정신을 잃었고 마가타 시키를 만난다.
그녀가 하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에,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모에는 이미 자신이 묵는 방에 와 있었다.
그리고 그밤, 모에 일행은 괴이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분명 사람이 죽어 있는 걸 확인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는 사이 시체가 사라져 버렸다. 팔 한쪽만 남긴 채로.
그러나 이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다시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모에도 무심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금 전 남자가 쓰러져 있던 곳.
그곳 바닥에는 지금 피와 유리 조각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오직 그뿐이었다.
남자의 사체는 그곳에 없었다.
아니... 온전한 사체가, 없었다.
그곳에 지금 떨어져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까지 몇 초가 소요됐다.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녀들은 공포를 느꼈다.
공포가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는 증거다.
그곳에는 인간의 팔 한쪽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번 마지막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했던 것 같다.
너무도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이런 게 진짜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보지만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에 정신만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거기다가 묘하게 사이카와와 모에의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마가타 시키라는 존재가 너무도 막강했다.
그녀는 모에가 봉인한, 아니 자신은 이겨냈다고 생각한 과거의 상처들을 끄집어 내면서 모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소설의 반전은 정말 놀라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정말 그런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아마 어느 누구도 섣불리 판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소설 속 내용은 요즘의 과학기술과 큰 차이가 없는 것만 같다.
소설 속에서 구현하고 있는 VR 기술력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시리즈 1편을 읽을 때만큼 놀랐고 신기했다.
아, 물론 내가 과학이나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유한과 극소의 빵>은 불가사의한 사건도, 전체를 뒤집어 버리는 마지막 반전도 모두 좋았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도 느낀 건, 소설은 이공계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이카와가 반론할 수 없는 논리로 사건을 추리하는 가운데 많은 철학적 사고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사이카와, 모에, 마가타 시키 등 천재들의 논리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를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있어 좋았다.
이제 사이카와와 모에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조금은 슬프다.
후속작이 나올지 말지는 알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사이카와와 모에는 여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줄 것만 같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