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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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 열린책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소설은 뫼르소의 어머니 사망 소식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뫼르소는 양로원으로 가서 장례를 치르는 동안 크게 슬퍼하지 않았고 잠이 들기도 했다.

그는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열두 시간 동안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수영을 하러 간다.

그 곳에서 예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마리를 만났고 함께 물놀이를 하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잤다.

 

언제나처럼 또 하루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 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일터에 나갈 것이고, 그리고 어쨌든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_ 40쪽

 

뫼르소는 같은 층에 사는 레몽이 정부를 때렸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해 달라는 레몽의 부탁을 승낙한다.

그리고 레몽의 초대로 알제 근처의 해변에 있는 오두막에 가게 되었고, 그 곳으로 가는 길에 아랍인들이 자신들을 뒤쫓는 걸 알게 된다.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두막에서 식사를 한 후 뫼르소와 레몽, 마송은 해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나선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들을 뒤쫓던 아랍인들을 다시 맞닥뜨리고 싸움이 벌어져 마송이 다친다.

그뒤 레몽과 뫼로스는 다시 아랍인들과 대치하지만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해변을 향해 걷기 시작한 뫼르소는 아랍인을 다시 마주치게 되고 싸움이 벌어졌으며 그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그렇게 살인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 뫼르소, 그런데 이상하게 변호사는 그에게 엄마의 장례식 날에 슬픔을 느꼈는지 묻는다.

장례식 날의 일은 이번 살인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재판을 하는 내내 그 문제는 계속 중요하게 취급된다.

엄마의 장례식에서 엄마를 보려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잠을 자고 밀크 커피를 마신 아들...

 

아니, 대체 피고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것 때문에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사람을 죽여서 기소된 것입니까? _ 132쪽

 

뫼르소는 자신의 재판마저 아무 감정없이 지켜본다.

발언을 하려는 뫼르소를 변호사는 막고, 뫼르소의 재판은 뫼르소의 개입이 배제된 채 진행된다.

 

-

읽는 동안 뫼르소의 심리가 이해될 듯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뫼르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뫼르소는 조금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딱히 이것저것 지적하고 따지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태도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할일을 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과정하지 않는다.

제목인 <이방인>처럼 그는 공동체 사회에서 조금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속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번번히 그의 이야기를 묵살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뫼르소는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이방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카뮈는 1958년 런던에서 발간된 영문판 <이방인>의 서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라고 적었다.

고독하고 사적인 사회의 가장자리를 떠도는 이질적인 존재, 그는 술책을 부리지 않고 거짓말을 하기를 거부했다고 말이다.

 

여전히 쉽지는 않은 소설이다.

책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데,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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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마법사의 성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15
노하나 하루카 지음, 도담 옮김 / 아이노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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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마법사의 성

노하나 하루카 / 아이노리

 

너무너무 예쁜 그림책을 만났어요.

호기심 많고 예쁜 것 좋아하는 아기들의 必템이 되어도 좋을 듯한 샤방샤방한 책 <10층 마법사의 성>이에요.

 

마법사가 되고 싶은 한 소녀가 있었어요.

달이 빛나는 밤, 다락방에 올라간 소녀는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는 의자에서 낯선 편지를 발견하게 되요.

그 편지는 바로, 마법사의 성에서 온 마법 파티 초대장이었어요.

어느 순간, 특이하게 생긴 성 앞에 서 있는 소녀는 검은 고양이를 따라 마법사의 성 안으로 들어가 마법사가 될 준비를 시작한답니다.

 

예쁜 옷들이 가득한 첫 번째 방을 지나, 두 번째 방에서 머리 모양을 고르고, 세 번째 방에서는 어울리는 양말과 신발도 골라 봅니다.

신기한 식물과 생물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마법 도구도 고르면서 소녀는 점점 마법사에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열린 마법 파티의 문.

소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마법사가 되었답니다.

 

 

 

 

마법사가 되기 위해 한 층씩 올라가면서 선택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기특하고 예뻤답니다.

소녀가 마법 빗자루에 대해 공부하면서 마법을 쓰기 위한 중요한 마음가짐 "무엇이든 잘 찾아보고, 배우고, 연습하기.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기"를 알아가는 모습도 흐믓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속의 그림들이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각 층마다 가득한 아이템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고, 아이템들의 이름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소녀는 이것을 골랐네, 나는 어떤 걸 고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템들을 보는 재미에 어느 순간 책에 푹 빠지고 말았어요.

아직은 우리 아기가 어려서 무언가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책이 예쁜지 이리저리 만지고 펼치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아기가 조금 더 크면 함께 책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이템들을 골라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더라구요.

 

아직은 아기보다 제가 더 좋았던 책 <10층 마법사의 성>, 어서 빨리 아기와 함께 마법사의 성으로 떠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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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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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열린책들

 

작가의 이름도, 책의 제목도 낯설지가 않다.

처음 읽어보게 되었지만, 워낙 유명하고 많이 들어본 작가이고 작품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소설인 줄 알고 책을 폈다가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

<자기만의 방>은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여성과 소설'에 대하여 두 차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여성과 문학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 속에서 저자는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라고 말한다.

 

당시의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이 많았다.

대학만 하더라도 잔디밭은 연구원과 학자들만 출입할 수 있었고 여자들은 자갈길로 지나가야 했다.

또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칼리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했다.

 

저자는 모든 여성이 오랜 세월을 일하고도 2천 파운드를 벌기가 어려운 현실을 말하며, 어머니 시대의 여성들이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고 그게 가능했다 하더라도 번 돈을 소유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쪽 성별의 안전과 유복함, 다른 성별의 궁핍과 불안전함을, 작가 정신에 전통이 주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주는 영향을 생각"한다.

 

진리를 찾기 위해 영국 박물관으로 향한 저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견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중 여성이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교수를 보며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권력도 내 5백 파운드를 빼앗지 못합니다.

의식주가 영원히 내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과 노동만 중단되는 게 아니라 증오와 비통도 그치지요.

난 어떤 남자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요.

어떤 남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내게 줄 게 없으니까요.

_ 53쪽

 

저자는 소설 속 여성들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그녀들은 극중 중요 인물로 설정되어 다양하고 영웅적이고 눈부시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 현실의 여성은 갇혀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해야만 하고 만약 거부한다면 가족에게도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져도 당연시 되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여성들이 교육은 받았는지 글쓰기는 배웠는지 혼자만의 방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어린 나이에 좋든 싫든 결혼까지 해야 했으니 그녀들이 셰익스피어 같은 희곡들을 쓰기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상해 본다.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인생을 도모하고 있을 때, 가상의 여동생은 책을 읽으려다 부모에게 제지당하고 집안일을 하고 원치 않는 약혼을 해야 했고 재능의 힘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고 말이다.

저자는 분명 16세기에 큰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들이 존재했을 테지만, 그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극적인 삶을 산 천재 여성을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허난설헌이 떠오르기도 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재능을 분명 오히려 그녀들에게 덫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서도 그녀들은 불타오르는 자신의 재능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

 

-

얇고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놓고 다시 펼친 것이 여러 번이었으나,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당연히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 비하여 훨씬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이니 말이다.

 

진취적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평등한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 역시 저자의 남성 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어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의 선구가 되는 문학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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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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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재앙의 정치학

니얼 퍼거슨 / 21세기 북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는 2021년 11월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백신접종율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위드코로나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는 평균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쯤 이 상황이 끝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지만, 과연 끝이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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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둠 재앙의 정치학>에서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인류 재난의 역사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끼친 영향과 변화를 분석했다.

 

누군가는 저자에게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에 이런 역사책을 내는 것이 너무 이르지 않냐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이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인류의 재난들 중에는 서로 연결된 것이 많으므로 역사의 실수와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흔하게 유행하는 병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크고, 앞으로도 이 바이러스의 변이가 나올 때마다 공중보건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으므로 빨리 과거를 돌아보며 잘못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더해 저자는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귀결은 지정학의 영역에 있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2차 냉전이 시작되었고 대만 문제를 놓고 대결 양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

코로나19와 역사라는 키워드가 처음에는 기발하다는 생각에 책에 더 흥미를 가졌던 것 같다.

사실 평소 소설만 읽던 터라 이 방대한 인문학 서적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설명을 재난과 관련한 문학 작품이나 그림 등의 적절한 예시로 이야기해주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는 많은 재난과 그에 따른 죽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재난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난은 크나큰 역사적 교란 상황으로, 인재로 보든 천재로 보든, 미리 예언이 있었든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발생했든,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재난은 깨져버리는 이들, 회복재생력이 큰 이들, 재난을 통해 오히려 더 강해지는 앤티프래절로 나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침체되고 포기하고 정체되는 것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고 고쳐나간다면 어쩌면 이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강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우리의 생활마저 바꿔버린 코로나19 후에 우리를 덮칠 재난은 어떤 것일까?

앞으로도 어떤 재난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위협당하고 생활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오염이나 그로 인한 기후변화 역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경험했던 끔찍한 재난을 다 잊고 앞으로의 재난에 대한 생각마저 하지 않고 룰루랄라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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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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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 소미미디어

 

 

도를 넘어서는 학교 폭력, 10대들의 범죄를 보면 어떨 때는 성인보다 더 잔혹한 때가 많아 놀란 적이 많았다.

아이들의 폭력은 무리들 속에서 더 음습하고 잔혹하게 이루어져 피해 학생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이 없고 오히려 자랑삼아 떠드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 처벌의 수위는 너무 약하거나 혹은 처벌이 없는 경우도 있어 더더욱 화가 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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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어느 학생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 "11월 6일의 저주"로 시작된다.

기사는,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 S가 자살하고 일년 뒤 같은 날 S의 어머니가 아들의 뒤를 따르듯 자살했고, 그리고 그 다음 해에 S와 같은 반이었던 Y가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현재, 도키타 쇼헤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들로부터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도키타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그들에게 그대로 되갚아주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며, 차라리 이렇게 고통을 당하느니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에게 자신을 죽이라며 스스로를 포기한 순간, 피에로 분장을 한 남자가 나타나 도키타를 도와준다.

피에로 분장을 한 그는 자신을 페니라고 소개하고, 도키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의 복수 계획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놈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다른 선량한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어.

누군가가 죽어야 해결되는 일이 있따는 걸 알았다고.

당할 바에는 죽이고 싶어.

_ 52쪽

 

 

 

한편, 가자미 게이스케는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뒤이어 아내마저 잃었다.

아들 시게아키는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했고, 그 모습을 본 아내 아키에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쓰러진 시게아키 옆에 있던 노트에는 '이 녀석들을 저주한다'라는 글자가 피로 적혀져 있었지만, 피가 튀어 이름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두 글자만으로 시게아키를 괴롭힌 학생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아키에 역시 죄책감으로 마음의 병이 심각해진다.

 

-

진짜 죄인은 누구인가?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후에도 가슴 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는 의문이다.

피해자가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괴롭힌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고 또다른 피해자를 대상으로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아니, 나이가 들었으니 그 행동 수위는 더 높아졌고 자신들로 인해 누군가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상대방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말일 뿐이다.

 

도대체 가해 학생들은 시바유키를 왜 괴롭혔을까?

가해자들이 폭력을 자행하는 데에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소설 속 시게아키가 처음 괴롭힘을 당하게 된 계기는 어이없고 황당하고 슬펐다.

시게아키가 자신의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아니꼽고 불편하고 짜증이 났나 보다.

자신들은 그런 행복을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모든 불량학생의 경우에 가정환경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불우한 환경 속에 방치된다면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아이들의 행동들은 당연히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이 가지지 못했다고, 그래서 그 모습이 보기 싫다고 그렇게 상대방을 극한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소설 속, 아니 현실에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이나 유족들에게 위와 같은 정의를 설파할 수 있을까.

가해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와 유족들을 조롱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가해자들을 제대로 단죄하는 시스템마저 부재한 이런 상황에서?

그럼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 걸까?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도 판사도 아닙니다.

만약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뿐입니다.

_ 261쪽

 

 

진짜 죄인은 누구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분명한 사실은, 게이스케의 말대로 그를 함부로 죄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마냥 소설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소재이기에 가슴 속에 묵직한 돌덩이가 앉은 마냥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그럼에도 우리가 꼭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라 더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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