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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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 아프로스미디어

 

'정의'라는 단어는 분명 건실하고 바르고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느낌을 준다. 워낙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면면들이 드러나는 일이 많기에 '정의'라는 단어에 기대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정의'는 누군가를 몹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기도 한다.

 

가즈미, 유미코, 리호, 레이카, 노리코는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가즈미, 유미코, 리호, 레이카에 전학을 온 노리코가 함께하면서 그녀들은 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친하게 지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하면서 멀어져 각자의 삶을 살던 다섯 명의 친구들은 졸업 15주년 기념 동창회를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다들 도쿄에 산다는 걸 알게 되고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노리코는 무척 바르고 '정의'를 무척이나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복장과 머리스타일 역시 '모범학생'의 전형이었다.

또 그녀는 어떤 융통성도 없이 오로지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만 움직이고 행동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즈키를 비롯한 친구들은 모두 노리코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일들을 계기로 노리코를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 그녀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녀들은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노리코가 친구인 자신을 위해 행동하고 도와줬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노리코는 그저 '정의'를 그 행동을 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노리코의 그런 '정의'로운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저 불편하고 싫은 감정만을 가지고 묵묵히 그녀를 견딘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건 모른채 말이다.

 

다시 만나게 된 그녀들은 처음에는 노리코에 대한 과거의 불편함을 잊고 반가워했지만, 모임이 몇 차례 계속되고 노리코와 만남이 지속되면서 또다시 예전의 그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제 노리코의 그 정의는 불편함을 넘어서서 그녀들의 삶까지 뒤집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하던 그녀들은 우연찮게 노리코를 죽이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노리코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노리코는 죽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초대장은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일까?

 

 

 

 

(P. 124)

노리코도 그랬다. 노리코는 정의밖에 보지 않는다. 정의만을 지키기 위해, 노리코는 돌진한다.

그녀의 두 눈에는 친구도 우정도 비치지 않는다.

친구인 유미코가 다치고, 나가떨어지고, 피를 흘리지만, 노리코가 지키려는 것은 정의뿐인 것이다.

백퍼센트 옳은 노리코.

정의의 히어로.

그 얼마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존재란 말인가.

 

 

(P. 166)

노리코의 정의는 너무나 드러나 있고, 노골적이고, 보는 사람이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든다. 어디든 상관없이 상대를 가리지도 않고, 망측스럽게 '정의'를 드러내며 달려든다.

융통성과 배려라는 옷을 두르지 않은 알몸의 정의 앞에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밖에 없다.

 

 

(P. 237)

'정의'라는 이름의 무서운 괴물이 끝까지 집요하게 뒤쫓아 온다. 흉기와 같이 날카롭고 긴 손톱을 마구 휘두르면서 레이카의 마음을, 인생을, 미래를 차례대로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완벽한 정의란 그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불길한 것인가.

거기에는 손톱만큼의 자비나 용서의 여지도 없다.

 

 

 

소설은 가즈미, 유미코, 리호, 레이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노리코의 정의는 보는 이들을 너무 힘들고 숨막히게 한다.

분명 '정의'라는 건 사회에 필요하고 개개인에게도 필요한 가치이자 덕목인데, 노리코의 정의에 대한 집요함은 오히려 끔찍함을 느끼게 한다.

정의의 사이보그, 정의의 몬스터, 정의의 누디스트, 정의이ㅡ 야차, 정의의 포식자... 이것이 노리코의 주변 사람들이 노리코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재독임에도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다시 읽어도 노리코의 정의는 이해하기 어려웠고, 무서웠다.

만약에 노리코가 정의를 실현한 후 스스로에게 만족해하며 무의식적으로 짓는 황홀해 하는 미소를 옆에서 봤다면 몸서리칠만큼 끔찍할 것만 같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소설답게 역시나 반전도 있는데, 이 소설은 반전의 정체보다 반전의 성향이 더 놀라웠고 무서웠다.

성향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는데, 제2의 노리코, 제3의 노리코가 계속 나타날 것만 같아 살이 떨린다.

어쩌면 노리코 역시 제2의 ○○○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의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소설이었다.

옳은 일을 행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면 안 된다. 그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절대'정의가 아니라 '상대'정의도 필요한 사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빵 한조각을 훔친 장발장이 19년의 감옥살이를 하는 것에 너무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19년을 선고받은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이유로 형기가 늘어난 것이지만)

어떤 이는 장발장에게 선처를 베풀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노리코는 선처를 베풀려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경찰에 전화를 하고 제대로 사건이 처리되는지까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할 것 같다.

소설을 곱씹다 보니, 또다시 노리코의 황홀해 하는 표정이 떠오를 것만 같다.

정의 자체에 빠져버려 융통성 없고 배려 없는 절대정의는 무섭다. 하하하.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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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3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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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캐롤라인 제인 처치 / 보물창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 책 역시 아기가 막 만지고 넘겨도 아무 문제가 없게 단단한 보드북으로 만들어져 있어 좋았는데요, 가끔 우리 아기가 제 책을 향해 달려들어 얇은 종이책을 아주 재미있게 구기면서 넘기는 일이 많아서 보드북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었답니다.

아기와 함께 넘기면서 읽어 주는데, 그림 속 아기의 모습이나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 웃음이 났어요.

아무래도 그림 속 아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기가 눈 앞에 있으니 더 공감하고 즐거워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바른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고는 나름대로 기지개를 켜며 온 몸을 쭈욱 늘리고 나서 씨익 웃으면서 저를 향해 팔을 벌려요.

'어서 나를 안아줘'라며 팔을 들어올리는 그 모습을 보면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도 씨익 웃음이 나서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가끔은 그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 어떻게 이런 천사가 나한테 왔지라며 새삼 놀라기도 해요. 하하하.

 

놀다가도, 책을 넘기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꺄르르 웃어대는 그 조그만 얼굴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막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을 때 두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제 심장이 벌렁벌렁 요동을 치지요. 하하하.

 

우리 바른이는 이제 막 돌이 지났는데요, 다른 집 애들은 벌써 걷고 뛴다던데 아직도 혼자서는 못 걷는 걸 보면 조금 늦나 싶다가도,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자라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면 또 고맙고 행복해서 마음이 따뜻해져요.

 

 

 

그림 속 아기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 우리 바른이 같아서, 함께 책을 보며 소리내어 읽어주는 그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제목처럼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를 계속 속삭여주고 싶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계속 계속 말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었어요.

아직은 바른이가 걷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바른이가 걷고 뛰고 할 수 있게 되면 함께 읽고 함께 놀고 함께 구름도 보면서 책 속에 있는 놀이를 같이 하나하나 해 보고 싶어요.

 

하루하루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행복하고 즐겁게 놀아보자, 아가야!!!!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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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이야기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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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박해로 / 북오션

 

 

<살>, <신을 받으라> 등의 소설을 통해 한국적 호러란 이런 것이다를 잘 보여준 박해로 작가님의 신작을 만났습니다.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는 '조선SF호러'소설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요, 조선시대에 금지되었던 예언서 '귀경잡록'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건국신화를 부정하고 백성들을 미혹시킨다 하여 금서 처분을 받은 예언서 '귀경잡록'은 우주 삼라만상의 진정한 창업자인 육십오능음양군자가 있고 그가 부리는 이계의 원린자들이 호시탐탐 인간세상을 노린다라고 하여 공포심을 주었는데요, 이것을 지은 탁정암이 혹독한 국문으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 서적은 불태워졌지만 끈질지게 필사본이 유포되어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멀쩡한 사람의 육체가 팟 하고 사라지는 사건은 그 임금 집권기에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지만 눈과 귀가 막힌 임금은 이 사실을 몰랐다.

실종인지 소멸인지 모를 사건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공포를 퍼트렸다.

그 가운데 특히 젊고 건강한 이들은 절망에 몸부림쳤다.

사라진 사람이 하나같이 '힘세고 체격 건장한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_ 12쪽

 

 

 

 

전국에서 '힘세고 체격 건장한 젊은 사람'의 육체가 갑자기 팟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한성부 포도청에서는 이 기묘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조사 결과 육체가 증발된 사람들은 전날 커다란 빛 덩어리가 육십오능음양군자에 대해 말하는 내용의 꿈을 꾸었고 증발될 때 벼락 소리가 났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포도청 종사관 서만주는 포교들의 조사로 뇌성이 총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압수된 '귀경잡록'의 33장이 모두 찢어져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서만주는 또한 최근 사라진 인물들에게서 또다른 공통점과 의심스러운 상황을 발견하고 뇌성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게 서만주는 기묘한 모양으로 개조된 화승총을 가진 남자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에는 존비일신이라 불리는 존비가 등장합니다. 이름에서 느껴지지만 요즘 우리가 아는 그 '좀비'가 맞습니다.

이 걸어다니는 시체 존비들은 찌르고 때리고 잘라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어 죽입니다.

그리고 이 화승총이라는 것도 참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존비들이나 기묘한 능력이 있는 화승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들이었습니다. 이 사단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과욕을 부린 인간이었고, 이후에도 언제든지 자신의 욕심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계의 사람들과 물건들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지요.

 

'암행어사'는 '토린결'이라는 귀경잡록을 연구하는 양반들의 모임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금서인 귀경잡록을 연구하는 불법모임이다 보니 모이는 사람들은 탈을 쓰고 토론을 벌이는데요, 어느날 박순탁(가명) 안경수(가명)가 싸움을 벌이게 되고 서로의 탈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주 순간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안경수는 섭주의 현령인 이응수였는데요, 그의 형 이응방은 그에게 고을로 암행어사가 올 것이며 토린결 동맹인들을 잡기 위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섭주에 나타난 암행어사 윤상일을 본 이응수는 그가 자신과 싸운 토린결 동맹인 박순탁이라고 확신합니다.

 

금서 '귀경잡록'을 두고도 각기 다른 꿈을 꾼 두 사람이 나오는데요, 한 명은 그것을 이용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할 방법을 찾고자 했고 한 명은 더 높은 쾌락을 얻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귀경잡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두 편은 비현실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더 극단으로 이끌고 가는 건 언제나 욕심에 가득 찬 인간이라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이번 박해로 작가님의 조선판 SF호러 소설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하나의 분야와 소재에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귀경잡록 시리즈 100편 완성이 목표라고 하시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야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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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조선왕조 - 한 권으로 끝내는 조선왕조 퍼펙트 지식사전
이준구.강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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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조선왕조

이준구, 강호성 / 스타북스

 

역사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공부나 시험이라는 목적을 벗어나고서야 우리의 역사에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았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원스톱 조선왕조》는 조선의 건국에서부터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한 권으로 설명해 주는데요, 기계적으로 딱딱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사건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며 재미있고 쉽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정도전 + 이방원(태종)

 

고려 말 혼란한 상황에서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이바지하고 조선 초기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 바로 정도전이었습니다.

정도전은 고려 말 온건파였던 정몽주를 제거하고 조선 건국에 앞장섰고, 민심이 중심이 되는 민본 사상, 재상 중심의 정치, 언관의 기능 강화 등 백성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조선 초기 많은 업적은 남겼는데요, '조선경국전' 등 많은 저서를 남겼고 태조의 명을 받고 설계한 경복궁은 그의 철학적 고민이 만들어낸 유교적 덕목과 가치가 담겨 있어요.

 

 

저는 정도전을 생각하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배우가 생각나는데요, 드라마를 통해 본 정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은 웃기지만 제가 당시 느낀 정도전은 백성을 생각하는 개혁적 정치인이었어요.

그가 자신의 안위를 따지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태지도 않았을 테지요.

그러나 그는 결국 이방원(태종)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때 역적죄로 참수를 당하게 됩니다.

 

왕이 되고자 했고 왕권강화를 꿈꾼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아마도 걸림돌이었을 거예요. 실제로도 정도전은 이방원이 세자로 책봉되는 것을 막고 이복동생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시키는데 앞장섰으니까요.

1차 왕자의 난 때가 아니었더라도, 만약 이방원이 순탄하게 왕위를 물려받았더라도 정도전은 숙청 대상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이방원이 꿈꾸는 조선의 모습과 정도전이 꿈꾸는 조선의 모습은 달랐으니까요. 이방원은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 그를 처단해야만 했을 거예요.

 

역사에 IF는 없지만, 저자의 말처럼 "최영과 이성계라는 최고의 무장, 정도전, 정몽주, 이색, 길재, 권근, 변계량 등 우수한 문인들이 뜻을 합해 고려왕조를 유지하며 개혁을 펼쳤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도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피를 뿌리고 왕이 된 태종(이방원)은 백성을 위해서는 공명정대한 정치를 했습니다.

왕권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정도전과 대적했지만, 민생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 것 같아요.

또 태종이 강력한 왕권 강화를 이루어 놓았기에 그의 왕위를 이은 세종대왕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조(수양대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제는 수양대군, 즉 세조를 떠올리면 저 문장부터 떠오를 것 같은데요, 세조 역시 조정을 많은 피로 물들이고 조카인 어린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았았습니다.

왕위에 오른 후에도 단종 복위 소동이 여러번 있자, 단종의 나이가 겨우 17세 때 그를 죽이고 맙니다.

그런데, 세조 역시 왕이 되는 과정은 잔혹했지만 왕이 된 후에는 백성들을 위한 제도를 많이 펄친 왕이었습니다.

 

 

인조 + 문정왕후

 

기존에 잘 몰랐다가 이번에 책을 통해 인상적으로 남은 왕은 바로 인종였습니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에게는 세자 호(후에 인종)가 있었는데요, 장경왕후가 호를 낳고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는 친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착하고 효심 깊은 호는 계모인 문정왕후를 잘 따르고 공경했는데요, 냉혹하고 무자비한 계모 문정왕후는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해 호를 여러 차례 위험에 빠뜨렸다고 해요. 심지어 동궁에 불을 질러 세자 부부를 태워 죽이려고도 했다고 합니다.

중종이 승하한 뒤 호가 왕위를 물려받아 인종으로 즉위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요, 문정왕후가 독살한 게 아니냐는 썰이 있다고 해요.

 

더 안타까운 건, 인종은 이복동생인 경원대군에게 왕위를 잇게 하기 위해 자신은 아들을 낳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착하기 있기인가요?

조선왕조를 읽어보니 왕이든 왕비든 후궁이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설마 이런 짓을?'이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들도 많이 하던데, 인종은 정말 자애로운 사람이었네요.

 

500년 조선왕조를 보면 참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리석은 왕, 잘못된 리더가 어떻게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백성들을 힘들게 만드는지도 잘 알 수 있었어요.

왕위를 지키기 위해 자식들까지 두려워하고 내치는 왕도 있었고, 당장의 눈앞에 있는 이익을 보느라 멀리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없었던 왕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왕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왕을 보좌하는 높은 지위의 신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파 싸움의 내용을 보면 정말 백성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내가 맞고 상대는 틀렸다는 식으로 몰고 나가지요.

그렇게 자신들과 반대의 입장에 있거나 혹은 너무 훌륭해서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 같으면 비열한 수를 써서라도 응징에 나섭니다.

 

역사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현재에 적용시켜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만, 저도 그러지 못하고 지금의 정치인들도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자신들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나쁘다는 '내로남불'식 무대포 정치인들도 있는 듯 해요.

 

《원스톱 조선왕조》를 통해 방대한 500년 조선왕조를 한 권으로 빠르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자는 조선왕조 27명의 왕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TALK ABOUT' 코너를 통해 궁녀와 왕비, 궁중 생활 등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더 재미있게 조선왕조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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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숙종

 

1689년(숙종 15)에 숙종은 아무 잘못도 없는 왕비를 궁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천년만년 갈 줄 알았던, 민씨를 대신히 왕비 자리에 앉힌 장희빈에 대한사랑도 곧 식어 버리고 만다.

숙종은 "짐이 간신의 꼬드김에 넘어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책임을 신하들에게 돌리고는 인현왕후를 도로 왕비 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물론 장희빈의 신분은 격하시켰다.

 

- 277쪽

저자의 말대로, 조선왕조 3대 악녀의 한 명이라 불리는 '장희빈'은 그 평판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어제 읽었던 문정왕후 윤씨가 한 행동들이 더하면 더했지 못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그럼에도 역사 드라마에서 장희빈이 최악의 악녀로 표현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 인생 자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드라마틱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숙종을 떠올리면 당파 싸움에 휘말려 이도저도 못하고, 또 장희빈의 치맛자락에 놀아나 또 이도저도 아닌 왕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 숙종 시대는 격동의 조선왕조 500년 속에서 46년간의 태평성대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화폐 상평통보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군포의 부담을 줄여 주기도 했고, 청나라와 국경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백두산 정상을 국경으로 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훌륭한 업적은 많이 남겼음에도 숙종은 우리에게 여자 문제와 당파싸움으로 무능했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나 현재나 당파 싸움이 문제인 듯 하다.

백성을 위한 옳은 일에는 서로가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더라도 하나로 뭉칠 수 있을 법도 한데, 내가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몰라서 그런것인지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과 이념과 방법만이 옳다고 목청껏 부르짖는다.

그 부르짖음에는 국민(과거에는 백성)들은 없어 보인다. 하하하.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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