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수험생들^^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남세진 지음, 재주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10월

새벽 세시, 공시생일기...  / 공시생이 되었고 노량진으로 갔다

매년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노량진으로 갑니다.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노량진으로 향하고, 늦은 밤에 무거운 어깨를 늘어뜨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시생들이 있을 거에요.

작가는 늦은 나이, 애매한 경력, 희미해진 꿈을 가지고 '이거 말고는 답이 없어서', '이거 아니면 진짜 할 게 없어서'

노량진으로 가서 공시생이 되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힘든 수험생활, 힘든 마음을 정리하고 추스리는 일기를 쓴 것이 이렇게 '공시생 일기'로 태어난 거죠.

제목을 보고, 전 단지 비슷한 힘든 일을 겪은 공시생들이, 또는 수험생들이 많은 공감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지금,

수험생이나 공시생들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참 많은 공감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 어쩌면 지금도 어느 곳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살고 있는 직장인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가득했습니다.

공시생으로 산다는 건, 공부하느라 너무 힘이 든 생활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에요.

뒤늦게 시작한 공시생 생활에,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꼐 여전히 경제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미안함과 속상함도 포함되어 있어요.

공시생 입장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 테고,

가끔 공부가 안 되는 날은 또 공부가 안 되어서 속상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고요.

그런 짜증과 속상함을 의도치 않게 부모님께 쏟아내는 경우도 있죠.

책 속에는 작가의 고민과 힘든 마음, 그러면서 또 마음을 다잡고 현재에 충실하려는 모습이 다 담겨져 있어요.  

힘들고 막막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좌절하고 나 자신을 닥달하고 힘이 쭉 빠지기보다는,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나를 다독이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가보고 싶다...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부끄럽게 살 수 없다.라고 다시 한번 힘찬 화이팅을 외칩니다.

그런 작가의 문장에, 저도 공감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힘을 내요, 공시생들~~!!!!

힘을 내요, 우리 모두~~~!!!!!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지극히 사소한, 지극히 아득한  /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책 표지가 무척이나 서정적인 소설이었다.

단순히 예쁜 밤하늘을 표현한 표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왜 표지를 이렇게 구성했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무척 소설과 잘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도 든다.

여기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는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은 편의점 알바를 하며 일상과 연결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즈막히 풀어낸다.

처음에 글을 읽는 중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생활이 가난한 부부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사는구나 생각했다.

아, 그런데 그냥 젊은 부부가 아니었다.

여유롭지 않은 노부부가 편의점 알바를 한다.

주인공은 밤을 새워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손님으로 오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편의점 일을 배우면서, 또 일을 하면서 느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주인공이 밤부터 아침까지 매일 일을 하고, 매일 일정한 손님을 만나는 반복되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크게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조금씩 그의 이야기에, 그의 문장에 슬며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은 가끔 과거의 자신의 모습, 과거의 사람들도 조금씩 가슴에서 끄집어 내곤 한다.

어째서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부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걸까?

부부는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책을 다 읽은 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랜 세월 서로를 보듬고, 묵묵히 지켜보고, 믿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오늘도 퇴근을 해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고 살며시 안아준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예쁜 여자들

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표지를 자랑하는 "예쁜 여자들"

예쁜 여자들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책입니다. 왠만한 책들의 2~3배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죠.

그런데도, 책의 첫장을 펼친 순간부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나쁜 놈(?)이 도대체 얼마나 나쁜 놈인지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세 자매가 있습니다.

첫째 줄리아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고, 그 일로 인해서 자매의 부모님은 한 동안 정신을 놓고 살다시피 합니다.

줄리아의 실종 이후 20년이 지납니다.

둘째 리디아는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딸과 애인과 살고 있습니다.

셋째 클레어는 백만장자 건축가인 폴과 결혼하여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클레어의 남편인 폴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살해당합니다.

클레어는 폴의 부재에 힘들어하며 그의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장례식날 클레어와 폴의 대저택에 도둑이 들고, 경찰이 출동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또, 폴의 오랜 친구이자 동업자인 애덤은 그녀에게 폴의 컴퓨터에서 어떤 자료를 달라고 하며 협박하는 듯한 수상한 행동을 합니다.

클레어는 폴의 컴퓨터를 만지는 도중, 이상한 파일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경찰서장에게도 알리지만, 서장의 태도는 미심쩍기만 합니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집 안 곳곳에서 폴의 이상한 행적과 비밀들이 드러납니다.

클레어가 알던 폴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흔적들... 클레어가 알던 폴은 누구였던 걸까요?

폴의 비밀이 하나둘씩 벗겨질수록,

책을 읽는 독자들도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과연 어디까지인 거지? 도대체 어떤 정신머리를 가진 놈이야? 라면서 말이죠.

책은 꽤 잔인합니다.

범죄자와 잔인한 묘사를 보다보니, 전 크리미널마인드가 생각났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평범한 일반인인 클레어와 리디아인데도 말이죠.

평범하지 않은 잔인한 범죄를 보다보니, 일반적이지 않은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 저 드라마가 생각났나 봅니다.^^;;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한 부분은,

책에서 범인의 타깃이 되는 희생자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희생자에 대해서 애도하는 분위기였다가, 어느 순간 피해자의 흠집들을 하나둘씩 이야기하며

피해자들이 선택된 이유가,  마치 피해자들의 잘못이고 책임인 듯한 말들을 합니다.

실제도로 현실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많은 생각없는 사람들, 어쩌면 알 수 없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애도하는 분위기보다는 흠집 밝혀내기에 더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참, 예뻐도 못 생겨도 살기 힘든 세상인가 봅니다.ㅠㅠ

하나의 테이블, 네 개의 이야기

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The Table (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표지와 제목을 보고는 참 예쁘고, 특이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카페, 하나의 테이블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테이블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흔한 일처럼 보이다가도, 흔하지 않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냥 스쳐갈 수도 있는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역시 작가나 감독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책에서는 우선 '더 테이블'이라는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가 소개된다.

[더 테이블] 시나리오

여기 하나의 테이블을 스쳐간 4쌍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 카페, 오전

민호와 경진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들의 대화에서 민호와 경진이 지금 만남이 4번째이고, 민호는 몇 개월 여행을 다녀온 뒤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2. 카페, 오후

민호와 경진이 떠난 카페의 자리,

유진과 창석이 자리에 앉고, 그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유진은 유명한 여배우이고, 창석은 유진의 전 남자친구였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들의 대화에서 물론 그들의 과거를 다 알 수는 없다.

#3. 카페, 해 질 녘

이번엔 좀 색다른 두 사람이다.

젊은 은희와 60대 초반의 숙자가 카페의 테이블에 앉는다.

대화를 통해서 약간은 은희와 숙자의 삶에 살짝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눈 걸까?

#4. 카페, 저녁

혜경과 운철이 카페의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들도 한 때 서로를 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어쩌면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아마, 오늘 이후에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한 걸까?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테이블에서 나누는 서로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 서로에 대한 마음, 상황들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언더 더 테이블]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

이렇게 잠깐 인물들을 만나는 게 좀 아쉽다 생각이 든 순간,

다음장을 넘기면, 테이블 위에서가 아닌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중에서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가 쓸쓸하게 다가왔다.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 속에서 사용한 작가의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슴 속에 박혔다.

[비하인드 더 테이블] 영화를 만들며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경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작가와의 인터뷰 등이 들어있는데,

다 읽고 나면 좀 더 이 책의 내용이나 영화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차분하고 담담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평범한 듯 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테이블 위에서의 잠시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도 색다르고 즐거웠다.

"모든 것이 지나간 텅 빈 공간에 이야기들이 남았다."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가족의 의미

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저는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입양'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흔하지 않고,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구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어나 생모가 키울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아기들을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라는 것을 들어보기는 했습니다.

또 예전에 비해서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는 아이들이 보수적인 교육 및 환경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잘못된 길에 빠져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일을 뉴스나 기사 등에서 심심찮게 보기도 했습니다.

'아침이 온다', 이 소설에서는 두 가족이 나옵니다.
사토코와 기요카즈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입양을 주선하는 "베이비 배턴"이라는 단체를 tv에서 보게 되고, 그 단체를 통해서 소중한 아이 아사토를 입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사토를 무척 소중히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토의 생모라고 밝힌 여성이 갑자기 연락을 해서 아사토 아니면 돈을 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진짜 아사토의 생모가 맞는 걸까요?

또 한 가족이 나옵니다.
아사토의 생모인 히카리의 가족입니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부모님 아래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지내던 히카리는,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인기있는 남학생 다쿠미로부터 사귀자는 고백을 받게 됩니다.
평소 부모님처럼 답답하게, 재미없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히카리는 다쿠미에게 급속히 빠져들고 모든 것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과도 같으니까요.

소설 속에서 사토코와 기요카즈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 고통스런 시술을 받으면서도 아이를 원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생겼고,
그렇게 부부에게 다가온 소중한 아이의 이름을 '아사토'라고 지었을 때,
제 가슴이 벅찼습니다.
부부에게 아침을 가져다 준 소중한 아이라서 아이의 이름을 아사토라고 지었거든요.

반면, 히카리의 부모님을 바라볼 때면, 또다른 안타까움이 생겼습니다.
분명 자신의 딸, 히카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부모님일 텐데,
어째서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대화하지 않는 걸까 라는 마음 말이에요.

사토코 부부가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특히 사토코의 친정어머니는 입양을 통한 아이는 자신들과 피가 안 섞였다는 걸 말하면서 ,
가족이란, 끈끈한 피로 맺어진 공동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계시죠.

하지만, 소중한 아사토가 함께인 사토코 가족을 보면,
과연 가족이란 것이 단지 '피'로 맺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노력없이 결정되어 유지되는.
그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란 것은 , 단지 내가 아버지, 어머니의 피를 받아 태어났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끼고 소중히 하면서 노력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걸 조심스레 깨닫게 되었거든요.

책을 통해서 평소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입양'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갖고 싶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이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운다는 것을 단순히 입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입양을 쉽게 생각한 사람들은 후에 자신의 아이가 생겼을 때, 입양한 아이를 소중히 대하지 않거나 심지어 파양해서 또 다시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신중하고 소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깊게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내 머릿 속과 마음 속을 가득 채우는 건, 아무래도 '가족'이었습니다.

소중하게 아사토를 키우는 사토코 부부의 모습에서,

자신의 피를 받은 자식이었지만 자녀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어긋나 버린 히카리 부모님의 모습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옆을 늘 지키고 있어 그저 이게 가족이다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좀 더 살갑게, 좀 더 눈을 바라보며 믿는다라는 신뢰의 말과 사랑한다라는 애정 가득한 말을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과는 약간 다르다.

하지만 사토코는 분명히 깨달았다.

아침이 왔다는 것을.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밝아오지 않을 것 같던 아침이 지금 밝았다.

아이는 우리에게 아침을 가져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