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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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쉽지 않은 책이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고통'과 '죽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그 단어들이 나열되니 모를 수가 없었다.

나열되는 문장들은 대부분 나를 곤혹스럽게 했고, 고통과 죽음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단어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밝고 환한 문장들이라면 이렇게까지 힘이 빠지지도 않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어둡고 무겁고 혼란스러워서 책을 몇 번이나 들었나 놨다를 반복했다.

그만큼 읽기도 어려웠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책의 중간쯤에서야 작가는 고백(?)한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고 말이다.(p. 95)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르러서야 작가가 늘 죽음과 자살에 대하여 생각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자신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게 한 동력에는 분명 죽음을 향한 강렬한 충동이 있다라고 말한다.

늘 죽음을 생각하고 떠올리지만, 결국 글쓰기를 통해 그 죽음을 유예시키고 있으니 조금은 다행이고 조금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살짝 든다.

- p. 55

책을 읽다가, 밥을 먹다가, 옷을 입다가도 죽음을 생각했다. 네가 죽음을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죽음이 너를 찾아왔다.

슬플 때에, 기쁠 때에, 화가 날 때에, 감동을 느낄 때에,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하는 때에도 죽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에만 겨우 삶을 생각했다.

아직도 살아 있다니. 오직 죽음만을 생각했다.

알 수 없고 연결되지도 않는 이 문장들 속에서 문득 작가가 마음 속에서 내뱉는 말들도 보이는 듯 했다.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을 느끼고 고통을 말하고 집요하게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그 고통과 죽음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고통과 죽음 가운데서도 자신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쓰고 싶어했다.

- p. 78

지난밤, 그녀는 썼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아노 연주 속에서, 썼다.

완벽한 것은 없다. 거의, 그렇다고 믿는다.

-

그녀는 자신에 대해 쓰고 싶었다. 단 한번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 대해 정확히 쓸 수 있다면,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지난한 불행과 고통, 슬픔과 절망, 그로 인한 방황 속에서 찢겨나간 존재에 대해 쓰려 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갈망에 대해 쓰려 했다.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를 원했다. 증명함으로써 해방되고자 했다.

-

그러나 매번 실패한다. 고통의 핵심에 다가가려 하면, 심해를 향해 내던져진 닻처럼 무한정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고통의 무게를 그녀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떤 이야기라도 쓸 수 있었지만, 자신에 관해서만큼은 쓸 수 없었다.

작가는 말한다. 빈번히 죽음을 다루었던 자신의 소설 대부분이 죽음을 향한 충동과 살고 싶다는 구조 요청을 동반하고 있었음을 감추고 싶지 않다고.

고통과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그것의 근원적 모습과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로 쓰려한 작가의 문장은 결국 살고 싶다는 구조 요청이었다. 살고 싶다고. 이렇게 위태롭고 늘 충동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결국 살고 싶다고 말이다.

이렇게 쓰고 있는 동안에도 어렵고, 모르겠다.

사실 고통과 죽음을 자꾸 상기해야 하는 것도 심적으로 괴롭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그 많은 문장들의 끝에서 이상하게 '희망'을 느꼈다. '죽음'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동안은 그래도 '죽음'에서 비껴서 있는 것만 같아서, 그 동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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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춤추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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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는 눈물이 가득 어린 눈망울을 가진 슬픈 얼굴을 한 여자가 있다.

절벽 위에서 위태롭게 추는 춤이란, 과연 어떤 것이기에 여자는 이리도 슬퍼 보이는 걸까?

나스 고원의 어느 리조트에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풍신 블레이드' 피해자 모임의 일원들로, 조금 전에 '풍신 블레이드의 개발부장인 '후에키 마사야'를 죽였다. 그들의 목표는 '풍신 블레이드'의 부장인 '후에키 마사야', 사장인 '나카미치 다케시', 전무인 '니시야마 가즈노리' 3명이었고, 이 리조트에 몸을 숨긴 뒤 이틀 후인 5월 5일 나머지 2명을 처치하기로 계획한다.

- p. 23

살인이 범죄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체포돼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은 전적으로 풍신 블레이드에 있고, 우리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외부인인 요시자키와 아카네를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체포되는 상황은 부조리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범죄자를 어떤 식으로 지칭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는 확신범이다.

'풍신 블레이드'에서 가정용 고효율 풍력 발전기인 "풍신 WP1" 개발하고 그것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위 풍신 WP1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다카하라 에마'는 후각을 잃어 조향사로서의 꿈과 직업을 잃었고, '에스미 다카히토'는 저주파 소음으로 편두통을 앓던 아들이 자살했다. '스와 사쓰키'는 유산을 했을 뿐 아니라 남편이 유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큰 상처를 받았다. '아마모리 유타'는 저주파 소음으로 심한 편두통을 앓던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고, '하나다 지사토'는 풍신 블레이드에서 일하던 동생이 야근으로 병을 얻어 자살했고, '기쿠노 도키오'는 풍신 WP1의 개발비도 받지 못하고 성과도 빼앗긴 아버지의 회사가 도산했다. '오쿠모토 히토미'는 남편이 풍산 블레이드를 맡은 영업사원이었는데 우울증을 얻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치하시 소타'는 풍신 블레이드의 직원이었으나 기계의 결함을 주장하다 좌천되고 이직했다. 그리고 '요시자키 슈헤이''후쿠오 아카네'는 직접 피해자는 아닌 외부인인 과격한 환경보호단체 사람으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함께 이 일에 참여하고 있었다.

'후에키 마사야'를 죽인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한 사람들은, 잠든 '이치하시 소타'를 식당에 둔 채 각자의 방으로 간다. 그리고 6시 22분경 식당에 온 사람들은 이치하시가 목 뒤을 얼음송곳으로 찔려 사망한 것을 발견한다.

- p. 116

범인은 동료인 이치하시 씨를 왜 죽였나. 그것도 이런 타이밍에. 그게 범인을 찾는 단서가 되지 않을까요?

사망한 이치하시를 시작으로, 다음날 아침에는 요시자키 슈헤이, 기쿠노 도키오가 목 뒤를 나이프로 찔려 사망하는 등 함께 복수를 다짐한 동료들이 하나둘 살해되어 발견된다.

도대체 동료를 살해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묵고 있는 리조트는 외부에서 사원증을 겸한 ID카드가 없으면 리조트 현관문을 열 수가 없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확인했을 때 현관문은 확실히 잠겨 있었다. 사람들을 살해한 사람은 리조트 안에 있는 이들 중에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한다. 의심하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죽는 이들이 생기고,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추리를 거듭하며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기 위한 미묘한 긴장감이 흘러넘쳐 흥미진진했다. 같은 목적과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로 적과 아군이 뒤바뀌는 상황이 묘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물론 범인의 범행동기('풍신 블레이드' 3인방에 대한 살해 계획이 아닌, 리조트 내의 살인 사건에 대한 범행동기)가 100% 공감되진 않았지만... 하긴 '복수'라는 건 어떤 개인적인 감정이 더 싶이 포함된 것이라 그들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p. 355

복수라는 건 정말 위험한 것 같아. 자기가 생각할 때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 같아도 옆에서 보면 엄청나게 위태롭지.

마치 절벽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말이야. 한 발짝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마는데도 우리는 모두 복수라는 춤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는 동안 하나둘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고.

하지만 말이지. 난 이 춤을 멈추지 않을 거야.

누가 범인인지 모르기에,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면서도 이들은 복수를 멈출 수가 없다.

잘못 발을 디디면 절벽 위에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은 그 춤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마음을, 반성하지 않는 적을 가만히 둘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들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결국 그들은 원래 계획했던 복수를 완수할 수 있을까?

결과는 책으로 확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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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선셋 에디션) - 개정판
곽정은 지음 / 포르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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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혼자'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외롭고 쓸쓸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또, 사람들은 보통 특정 나이에 따른 특정한 위치나 역할을 강요받거나 요구받기도 한다. 어느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그렇게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일반의,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되라고 말이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그 '잣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고, 특이하고,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은연 중에 평가받는다.

나 역시도 이른 나이에 보통의 사람들이 설정한 나이에 결혼을 한 건 아니어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드랬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나이는 지났지만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무척이나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인생의 중대사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서 정할 필요가 단 1도 없다는 말이다.

책의 저자인 곽정은은 유명한 사람이다. <마녀사냥>에서 처음 본 그녀는 그전까지 TV에서 본 적 없는 시원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고, 지금은 <연애의 참견>에서 연애의 여러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진지하고 따뜻한 참견으로 많은 공감을 주고 있다.

그런 그녀가 솔직하게 써 내려간 '혼자'여서 좋고, '혼자'로서 우리에게 건네는 공감어린 문장들은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사실 그녀가 이혼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TV를 통해 봐 온 그녀는 언제나 자신 스스로에게나 자신의 연애에 솔직당당한 모습이었기에 그런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말한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선택한 사람이 자신에게 적절한 상대일 리 만무하고, 그런 상대와 보내는 시간이 천국이 될 리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조언한다.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정말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할지 정하는 일이라고."(P. 34)

너무도 공감하는 말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 역시도 사회적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면서 어른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꿋꿋이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았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 내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하든 말든,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나의 행복이라는 걸 잊지 말고 늘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온전히 챙기고 내 감정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나 스스로가 나를 존중하고, 내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조금은 소홀이 여기며 살아왔을 테니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살아왔을 테니까.

- p. 21

오늘의 나를 어떻게 대접하는가의 문제가 내일의 내 시간을, 내 삶을 만든다는 것을.

- p. 116

나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내지 않으면, 결국 나도 상대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길.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챙기고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일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이기적인 남자들만 다가올 뿐이다.

같은 말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의 목소리와 행복에 귀 기울이자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내 행복을 부정하는 것들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 버리자.

나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 나의 행복을 생각해 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내 마음을 쓰기에, 이 세상은 너무도 짧으니까.

그리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다면, 현재의 모습이 혼자든 둘이든 무슨 상관이랴. 우선은 나 스스로에게 충실한 내가 되자. 그런 나에게라면, 언제라도 함께 행복을 빌어주고 행복을 합치할 그런 상대가 나타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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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 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클래식 클라우드 14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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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모네》를 만났다.

'모네'는 나처럼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화가이다. 작품명은 모르지만 분명 책을 통해 본 그의 그림들도 여러 차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모네의 작품들은 밝고, 환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지녔다.

그러나 저자는 사람들이 모네가 '빛'으로 이루어낸 작품들을 단순히 보기에 좋고 서정적인 작품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모네의 작품은 당시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모네가 처음 빛을 담은 그림을 발표했을 때 그 그림은 아름답지 않고 심지어는 그림이 아닌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네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우직하게 고집했고, 말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

저자는 빛을 추구했던 모네의 삶을 하루의 빛, 즉 하루의 시간에 대입('여명 - 일출 - 아침 햇살 - 정오 - 오후의 태양 - 노을')하여 이야기한다.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모네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 여행하는 저자를 따라, 나도 모네의 생애를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한다.

- p. 14

기존의 질서를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모네는 '빛'으로 혁명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모네의 발자취를 르아브르에서 시작한다. 모네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인상, 해돋이'를 그린 곳이기도 하고, 모네가 어린 시절 스승 외젠 부댕을 만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댕은 어린 모네의 재능을 알아보고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모네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위해 파리로 간다. 파리의 아카데미에서 정형화되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배우는 것이 맞지 않았던 모네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용킨트, 피사로, 쿠르베, 르누아르, 바지유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모네는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생을 함께할 사랑 '카미유'를 만나게 된다. 둘의 사랑은 모네 가족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래도록 함께 했고 사랑했다.

그 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발발하자, 모네는 가족을 데리고 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런던에서 평행의 후원자 화상 '뒤랑뤼엘'과 만나게 된다.

모네와 같은 인상주의 작품들이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지만 뒤랑뤼엘은 그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만큼 도전정신과 선구안이 남달랐다고 할 수 있겠다.

전쟁이 끝난 후 파리로 돌아온 모네는 아르장퇴유로 이동한다. 그 곳에서 모네는 가족과의 행복한 한때를 그림으로 그렸고, 다행히 그의 작품들도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

- p. 133

하루 중 정오는 긴장 혹은 설렘으로 시작한 오전을 무사히 보낸 것에 안도하며 이어지는 오후를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정오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모네에게 정오는 인상주의자로서 확실한 방향성을 갖게 된 동시에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오전에 그가 화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었다면, 인생의 오후를 앞둔 1870년대 말의 몇 년은 그의 인생에서 큰 전환이 이루어진 고비였다.

전환의 시작점에서 모네는 새로운 후원자 오슈데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알리스 오슈데는 후에 카미유가 사망한 후 모네와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모네의 말년은 지베르니였다. 모네가 지베르니에 만든 아름다운 물의 정원은, 모네가 혼신을 다해 그린 '수련'이 탄생한 곳이자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다. 자포니즘(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정원을 만들고 일본식 다리를 세운 모네의 정원은 너무나 아름답고, 거울처럼 주변의 것들을 비추는 수면은 그 자체로 마치 모네의 그림과도 같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술에 대한 식견이 좁기에, 유명한 화가들은 당연히 그 당시에도 크게 사랑을 받고 큰 관심을 받았으리라 생각했다. 고전적인 미술도 아름답지만, 고전을 벗어난 미술도 아름답기에 늘 사랑받고 살아왔으리라 단순히 생각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이 아름다운 그림 속 '빛'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고군분투하고 대항하고, 그럼에도 인정받지 못해도 꾸준히 그 길을 걸어왔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모네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자신의 그림이 루브르미술관에 소장되는 것도 지켜 보았다. 꾸준히, 그리고 줄곧 추구하고 지켜온 '빛'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결국 그는 성공했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젠가 파리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루브르미술관이나 오르세미술관도 좋지만 '오랑주리미술관'을 꼭 가보고 싶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둥근 벽을 타고 쭈욱 둘러싸고 있는 그 전경을 꼭 보고 싶다.

물론 기회가 되어, 지베르니에서 직접 모네의 정원 속 수련을 본다면 더욱 좋겠지만...

- p. 250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꽃이든 사람이든, 설사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성당이라 하더라도 모네의 손에서는 그저 붓자국으로 표현될 뿐이다.

그는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이나 성당의 성스러운 조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햇빛이 자연과 사람을 비출 때 보이는 색에 집중했고 그것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빛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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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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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검찰'이라고 할 때, 보통은 검사 외의 다른 사람을 잘 떠올리지는 못한다. TV나 영화를 보면, 검사 혹은 검사실의 풍경이 자주 나오지만 대부분 검사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함께 일하는 검찰수사관이나 실무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이 알려진 '검사'아 아닌, 검사와 함께 일하는 '검찰수사관'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의 저자는 현재도 검찰수사관으로 근무중인 27년차 베테랑 수사관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검찰수사관에 대한 여러 정보(하는 일, 급여, 승진, 복지 등 근무 여건)를 안내해 검찰수사관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나 검찰수사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검찰청은 검사실과 사무국의 이원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검찰수사관은 처음 임용되면 대부분 사무국의 여러 부서를 거쳐 업무를 배우고, 후에 검사실에서 조사 등 수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다.

검사실에는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 근무한다. 보통 검사 1명에 수사관 1~2명, 실무관 1명이 근무하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검사 혼자 사건처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대략 100건 이상의 기록이 각 검사실에 배당이 되므로, 검사 혼자서 모든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무국의 각 과는 검사 없이 일반직 공무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통 검찰수사관 신규발령을 받으면 처음에는 사무국의 여러 부서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경찰에서 형사사건 기록이 송치되면 사건과의 사건접수 담당자가 기록을 접수하고 배당된 검사실로 기록을 보낸다.
검사실에서는 기록을 처리(불기소 혹은 기소)하고, 불기소 처분된 경우에는 집행과 보존계로 내려와 보존 처리를 하고, 기소된 경우에는 법원으로 기록을 보낸다. 그 후 법원에서 재판이 종결되면 다시 검찰로 기록이 돌아오고, 그 기록을 집행과 보존계에서 보존 처리를 한다.
재판에서 벌금으로 판결된 것은 집행과 재산형집행계에서 벌금 관련 업무(수납, 촉탁 등)를 한다. 재판에서 징역형 등이 확정되면 형집행 업무를 맡는 곳은 집행과 자유형집행계이다.

업무를 설명하면서 군데군데 저자의 실제 경험 등을 적절히 들려주어 지루하지 않게 검찰수사관의 여러 업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업무 외에도 검찰수사관을 꿈꾸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급여, 승진, 복지 등에 대하여도 알려준다.
저자는 검찰수사관의 급여 수준에 대해 "먹고 살 만하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첫 월급이 약 33만 원가량이었다고 하며 당시만 해도 심할 정도로 박봉이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계속 공무원 봉급이 오르고 있고, 많지 않은 봉급이지만 아껴 쓰면 그런 대로 먹고 살 만하다고 말이다.
참고로 검찰수사관은 공안직군으로 같은 호봉인 경우 일반 행정직보다 1호봉 정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승진에 대해서는, 과거 1990~1992년 사이에 임용된 수사관들의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후배들의 승진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검찰수사관은 한 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없고 5년 이상 근무하면 전보 조치된다고 한다. 인사이동에 따라 발령지는 전국의 모든 검찰청이 대상이지만, 원하는 곳으로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곳으로 반드시 발령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검찰수사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세하다 싶을 정도로 하게 될 업무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수사관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어 저자의 남다른 직업적 소명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검찰수사관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검찰수사관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TV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놓쳤던 검찰수사관의 크고 중요한 역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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