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밤은 너에게로 흐른다
제딧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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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는 순간, 심쿵해 버린 《나의 모든 밤은 너에게로 흐른다》를 읽었다.

어쩜 이렇게도 예쁜 그림에, 이렇게도 예쁜 문장들이 있을 수 있을까? 심쿵+감동해 버린 제딧의 일러스트 속으로 푸욱 빠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책을 한장한장 펼쳤다.

 

혼자일 때에는 서늘했던 밤이, 사랑하는 이에게로 흐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점점 따뜻해지고 아름다운 별빛으로 가득 차는 이야기를요. 그래서 당신의 밤도 평온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당신의 푸른 밤 행성에 닿을 긴긴 편지를 씁니다. - 3쪽, 작가의 글 중 -

 

깜깜한 밤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힘든 하루를 보냈기에 쉽게 잠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어느 밤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고 기분 좋게 돌아온 어느 밤도, 침대에 누워 불을 끄면 외로움 혹은 그리움을 동반된 감정이 갑자기 훅 마음을 동요시킨다.

 

하지만 너라는 위안이 우연처럼 찾아든 밤, 그렇게 모든 순간이 너로 기억되는 밤이 되었다.

 

제딧의 《나의 모든 밤은 너에게로 흐른다》를 넘기며, 예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문장들을 보니 새록새록 우리의 만남, 연애 등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깜깜한 밤, 침대에 누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생각해 본다. 하얀 얼굴에 귀여움이 넘쳤던 그가 말없이 삼겹살을 굽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던 그때의 나, 지금 내 옆에 누워있는 이 배불뚝이 귀염둥이가 그와 동일 인물이라는 믿기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게 한참을 쳐다보는 지금의 나.

지금 떠올리면, 나는 처음 그를 만난 순간부터 좋은 인연을 기대했던 듯 하다.

작가의 문장 "이상형, 취향 어쩌면 이런 것들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일지 몰라요. 사랑이라는 건 내 삶에 불쑥 들어와 갑자기 빠져들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p. 92)"가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갔다. 

 

책 속에는 우리가 함께하는 한적한 오후의 커피와 햇살, 우리가 서 있던 동네 버스 정류장, 단지 마주보고 크게 웃어버린 순간 등 일상의 곳곳에서 그저 함께라는 이유로 '행복'했던 모습들이 등장한다. 사실 행복이란 건 그런 사소한 것에 있지 않은가. 또 우리가 함께라서일까, 평범한 일상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만 하다.

그러면서, "그런 날들을 당신과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당신과 함께한다면 이 모든 게 없어도, 그 어떤 날이라도 좋겠지.(p. 128)"라는 문장에 슬며시 미소지어 본다.

정말 어떤 날이라도 좋겠지,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지. 연애 초반의 사랑밖에 몰랐던 그 풋풋한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평생 함께 걷고, 함께 하고 싶지만 분명 잠시 거리를 두어야 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은 서로에게 가닿기 위해 서로를 기다려주기 위해 이런 시간이 필요(p. 162)"하지만, 그런 시간 후에도 다시 돌아와 함께 걸을 수 있기에 그런 날들도 웃음 보내본다.

 

"내 삶에 찾아와준 작은 기적(p. 232)", 당신.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확신(p. 234)", 당신.

그렇게 "오늘도 나의 밤은 너에게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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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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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언젠가부터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중이고 말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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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일본 원작 각본을 쓴 이노우에 유미코 작가가 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화려하다. 작가는 내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유명한 다수의 일드 각본을 썼기에 소설을 읽기 전부터 재미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키쓰 와타루는 7년 전 믿고 아꼈던 부하 직원의 직장 내 고발로 좌천되어 도쿄에서 떨어진 소도시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쓰는 갑자기 본사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임명되어 도쿄 본사로 출근하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실은 실장인 아키쓰, 하나뿐인 직원 마코토, 전담 변호사 야자와로 구성되어 있고, 사내의 여러 괴롭힘, 즉 해러스먼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마루오 홀딩스 본사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돌아온 아키쓰의 첫 임무는, 마루오 슈퍼 렌마점에 걸려온 고객의 항의 전화와 관련한 일이었다. 고객은 자신이 구입한 마루오 슈퍼의 인기 상품인 완전 안심 크림빵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왔다라고 항의하였는데, 렌마점 폐점 직전에 어느 여성으로부터 "파워하라(파워 해러스먼트,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를 중단하지 않으면 마루오 슈퍼 모든 점포에 제재를 가하겠다"라는 전화까지 걸려왔던 것이다.

아키쓰는 마코토, 야자와와 함께 고객을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고, 렌마점 점장 및 직원들과 대화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직장 내 갖가지 해러스먼트 문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회사의 실세가 되어 자신을 시시각각 견제하고 지켜보는 옛 부하인 와키타 상무와의 문제까지... 아키쓰는 이런 상황들을 잘 컨트롤하면서 문제 해결도 할 수 있을까?

 

조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고군분투하는 젊은 마코토와 한때 회사 내 좋은 부서에서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어느순간 파워하라로 좌천되어 버린 중년의 아키쓰가 멋진 콤비를 이루며 사내의 여러 해러스먼트를 자신들의 소신과 방법으로 풀어나간다.

유들유들하고 능글능글하게 아재미 풀풀 풍기며 자신을 선배라 부르는 아키쓰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겼던 마코토지만, 점점 아키쓰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책 속에는 참으로 많은 '하라'가 등장한다.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하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 법률이나 규칙 등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리스트릭션 해러스먼트 - 리스하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신적 괴롭힘을 뜻하는 '모럴 해러스먼트 - 모라하라',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젠더 해러스먼트', 육아를 위한 휴가 등을 신청하는 남성에 대한 괴롭힘을 뜻하는 '패터니티 해러스먼트 - 파타하라', 여성이 출산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마타하라' 등등 다 읊으면 숨이 찰 정도로 많은 '하라'가 있었다.

상사가 부하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말조차 부하가 큰 부담을 느낀다면, 괴롭힘이 된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네,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조그만 것에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다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예전보다는 좋아진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이나 모라하라(정신적 괴롭힘), 젠더하라 등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들이 앞으로는 조금 더 적어지고, 스스로도 잘못된 것이라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소설은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여러 사례를 다루면서도, 아키쓰와 와키타 상무 사이의 진실을 천천히 밝히며 독자들에게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남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해러스먼트 게임》이었다.

 

- p. 350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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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3
최성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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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의 세번째 지역은 바로 《목포》였다.

몇년 전에 출장으로 한번 간 적이 있을 뿐, 목포에 대하여는 사실 잘 모른다. 경상도 출신인 나에게 전라남도 목포는 심리적으로도 좀 먼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는 목포에 대한 정보는, 전라남도이고, 사투리가 엄청나게 걸쭉하다(조금 무서울 정도로)는 것 정도였다. 전라북도는 사투리가 덜한데, 전라남도는 사투리가 좀 심하네, 정도의 정보랄까...

 

 

그런 무지한 나에게 목포 토박이 역사학자가 안내해 주는 목포의 역사적 의미가 깃든 현장들은 그 자체로도 숙연하고 또 매력적이었다.

전남 근대문화 1번지이자 예향의 도시 <목포>, 우리가 몰랐던 진짜 목포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책이었다.   

 

 

저자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목에 자리한 포구'라는 의미를 가진 목포는 1897년 국내에서 네번째로 개항된 도시로, 목포 개항 후 11일이 지난 1897년 10월 12일에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변경되었고, 따라서 목포의 개항은 대한제국의 꿈과 그 시대를 함께 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개항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개항 이후 전남을 대표하는 항구 도시로 성장한 목포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항구로서의 수탈성과 새로운 문물 보급 거점으로서의 근대성이 혼합된 사회상을 보인다.

그래서일까, 목포에 형성된 근대문화 가운데는 전남지역에서 최초이거나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다라고 한다.

전남 근대문화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목포에 근대교육기관과 병원 시설, 교회와 천주교 성당 등이 보급된 것이다.

지금도 목원동 일대에는 근대문화 발달과정을 살필 수 있는 양동교회, 북교초등학교, 청년외관, 우체사와 감리서 터 등 근대 골목길이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라고 한다.

 

 

 

또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목포가 바로 예향의 도시였다는 것!

목포가 배출한 유명 예술인들이 많고, 예술을 즐기는 시민 문화도 일찍부터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도 들어본 적 있는 '사의 찬미'의 주인공 김우진도 목포 출신의 예술인이라고 한다.

또, 몰랐던 사실!

바로 근대도시 목포가 바다를 막는 간척을 통해 도시를 건설하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목포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에다, 한국지방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만큼 목포의 곳곳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자세하고 충실한 설명도 덧붙인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 근대건물의 변천사,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목포를 살아가고 거쳐간 사람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슬로시티 <목포>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의 여행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의 암울했던 사회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역사여행, 그리고 맛이 넘쳐나는 먹방여행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목포>를 통해 관광지를 단순히 훑고 스쳐 지나가는 일반적인 관광이 아닌, 역사적 사실과 사람사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진짜 여행을 경험하길 바라며...

물론 나도 여행계획을 세워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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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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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최고의 재미를 주었던 이케이도 준 작가의 신작 《일곱 개의 회의》를 만났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전쟁터 같은 직장 내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어떤 통쾌한 재미와 공감을 전달해 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곳은 대형기업인 소닉의 자회사인 중견기업 '도쿄겐덴'이다. 엄격하고 목표 완수를 못하는 이에겐 가차없는 기타가와 영업부장을 필두로 엘리트이자 최연소과장인 사카도 영업1과장, 만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하라시마 영업2과장, 그외 영업과장들 등이 열심히 발로 뛰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업부에서 이질적인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만년 계장인 야스미 다미오이다. 일명 핫카쿠 계장이라 불리는 야스미는 영업1과 소속으로 기타가와 영업부장과 동갑인데다 입사 동기라서인지 회의시간에도 당당히 졸고, 일도 열심히 하지 않아 많은 직원들의 빈축을 사는 사람이다.

그런 핫카쿠를 계속 참아내는 듯 했던 사카도 과장은 어느날 회의가 끝난 뒤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분노와 질책을 쏟아낸다.

그런 사카도 과장을 본 직원들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그후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사카도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위원회'에 회부된 것! 거기다 위원회에서 사카도의 괴롭힘이 인정되어 사카도는 인사 대기 발령을 받는 처지가 된다. 엄청난 실적을 자랑했던 사카도의 갑작스런 몰락에 직원들은 당황한다.

그렇게 사카도가 직무에서 배제되고 영업1과장에 하라시마가 내정되고, 사카도는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하라시마에게 말한다.

 

- p. 41

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나와요. 조직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사실 엄청나게 공감했다. 아마도 보통의 회사에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소모품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잘한 것에 대한 격려나 처우개선보다는 못한 것, 잘못된 것에 대하여 더 가차없는 것이 회사라는 조직이니 말이다. 거기다 사카도는 엄청난 실적으로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사람 아닌가. 핫카쿠가 어영부영 쉬엄쉬엄 일할 때 엄청나게 성실히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은 사카도 아닌가 말이다.

 

앗, 그런데 이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었다.

하라시마는 핫카쿠에게 숨겨진 진실을 들은 후에는 일련의 괴롭힘 고발 사건과 사카도에 대한 회사 내 처분에 대하여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속에는 직장 내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나온다.

발로 뛰는 영업부 외에 경리부, 고객실, 단순 사무를 보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직장 내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가며 숨겨진 추악한 진실에 한발 한발 다가선다. 물론 회사를 위해(물론 이러한 방법이 회사를 위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각자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분투하는 직원도 있지만,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그의 일을 캐내려는 자들도 있다.

 

결국 밝혀지는 비밀은 상당한 무게로 다가왔다. 시작은 실적을 올리고 회사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이었겠지만, 그 결과의 무게는 상당했다. 회사를 위한다는 마음 - 어쩌면 그것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하나라도 더 올리겠다는 마음이었겠지만 - 하나로 전체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불순한 마음을 먹었고, 그 결과는 개인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시작은 작은 나사였지만 그 결과는 회사를 흔들 정도의 위력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들었던 생각이었다.

실적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또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회사의 안녕과 공공의 안전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직장 내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 조금씩 벗겨지는 사카도 경질의 진실, 사카도 건 외에도 회사 내 축적되어 있던 다른 부정까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느낄 법한 공감 대사들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다.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제대로 일한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책, 재미와 의미 두가지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 보시기를...

 

- p. 469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은 변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너도 압박에 못 이겨 부정을 허용했어. 똑같은 거 아니야? 누구에게나 괴로운 사정은 존재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그게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가 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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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6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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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해미시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프리실라와는 뭔가 좀 진전이 있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끔찍한 감기에 걸린 해미시,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해미시를 너무나 싫어하는 미국에 사는 이모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해미시의 가족을 만나러 온다라고 하고, 해미시의 어머니는 해미시에게 크리스마스에는 고향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전한다. 오, 가엾은 해미시...!!!

 

한편 지난 이야기에서 예고된 대로 프리실라는 토멜 성을 호텔로 바꿔 운영했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등 호텔 사업은 성공했다. 그러나 프리실라는 호텔 운영에 대해 걱정하고 긴장하며 지내느라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해미시를 찾아온 프리실라는 호텔에 묵고 있는 자신의 친구 제인이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며 도와주길 요청한다.

제인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다라고 했고, 범인이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자신의 사업체 헬스팜에 초대한 친구들 중에 있을 것 같다라고 한다.

그렇게 해미시는 외롭지 않게 크리스마스도 보낼 겸 제인을 도와줄 겸 해서 헬스팜이 있는 아일린크레이그 섬으로 향한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외지인을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는, 반감을 가진 듯한 섬 사람들을 접한 해리, 뭔가 찝찝한 기운을 느끼고 괜히 따라온 건 아닐까 하는 후회에 휩싸인다.

 

헬스팜에 초대된 제인의 친구는 6명, 유명한 요리책 작가인 해리엇 쇼, 자칭 문화애호가로 함부로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잘난척하는 헤더 토드와 그녀의 남편 디어미드 토드, 농장주인 이언 카펜터와 그의 아내인 로맨스 소설을 너무나 사랑하는 실라 카펜터, 제인의 이혼한 전남편이자 잘 나가는 변호사인 존 웨더비가 있다.

 

해미시는 처음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제인의 걱정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가 괜한 걱정을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 산책을 나간 제인이 해변 위 벼랑의 장소에서 갇혀 있는 걸 발견한 후에는 그녀의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단 염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을 즐기고 난 후 제인을 제외한 일행들은 모두 산책을 나갔다. 그러나 산책하는 도중에 헤더와 남편 디어미드가 심하게 다투고, 디어미드는 헬스팜 방향으로, 헤더는 내륙 방향으로 걸어간다. 남은 사람들은 산책 후 마을의 술집으로 이동해 시간을 보낸 후 헬스팜으로 돌아왔지만, 헤더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대대적인 수색 끝에 해안 끝 바위에서 헤더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하지만 헤더가 죽은 시각, 일행들은 모두 헬스팜에 모여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이번 사건은 해미시가 사는 로흐두 마을이 아닌 다른 곳 아일린크레이그섬에서 발생했다. 해미시가 이 곳에 가 있는 동안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대신해 해미시의 고향에 선물을 전해주러 갔고 그 곳에서 간만의 편안한 휴식을 보낸다.

언젠가부터 프리실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사라져버린 해미시는, 이 곳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역시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 진전은 없다. 그전까진 프리실라가 다른 남자들을 마을에 불러와서 해미시의 마음을 덜컹덜컹 흔들더니, 이제는 해미시가 다른 여성들을 향해 무한히 마음을 열고 있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작가님의 이 밀당에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녀야겠구나 싶다.

 

아, 참 이건 추리소설이었지.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어.^^;;

사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해미시는 이번에도 사건 해결을 한다. 하지만 진짜 범인을 특정하기 전에 많이 헤맨다. 그도 그럴것이 일행들의 알리바이도 있고, 마땅한 증거는 없고, 피해자를 죽여 이득을 보는 자도 특별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을 캐치하고 사소한 것도 눈여겨보는 해미시의 감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고, 의외의 사람(우리가 작가의 의도대로 잘 따라가고 있었다면...^^)이 범인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 해결에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이 컸다. 비록 해미시의 사랑은 그냥 바람처럼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사건도, 작가님의 밀당도 모두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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