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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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언젠가부터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중이고 말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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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일본 원작 각본을 쓴 이노우에 유미코 작가가 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화려하다. 작가는 내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유명한 다수의 일드 각본을 썼기에 소설을 읽기 전부터 재미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키쓰 와타루는 7년 전 믿고 아꼈던 부하 직원의 직장 내 고발로 좌천되어 도쿄에서 떨어진 소도시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쓰는 갑자기 본사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임명되어 도쿄 본사로 출근하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실은 실장인 아키쓰, 하나뿐인 직원 마코토, 전담 변호사 야자와로 구성되어 있고, 사내의 여러 괴롭힘, 즉 해러스먼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마루오 홀딩스 본사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돌아온 아키쓰의 첫 임무는, 마루오 슈퍼 렌마점에 걸려온 고객의 항의 전화와 관련한 일이었다. 고객은 자신이 구입한 마루오 슈퍼의 인기 상품인 완전 안심 크림빵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왔다라고 항의하였는데, 렌마점 폐점 직전에 어느 여성으로부터 "파워하라(파워 해러스먼트,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를 중단하지 않으면 마루오 슈퍼 모든 점포에 제재를 가하겠다"라는 전화까지 걸려왔던 것이다.

아키쓰는 마코토, 야자와와 함께 고객을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고, 렌마점 점장 및 직원들과 대화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직장 내 갖가지 해러스먼트 문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회사의 실세가 되어 자신을 시시각각 견제하고 지켜보는 옛 부하인 와키타 상무와의 문제까지... 아키쓰는 이런 상황들을 잘 컨트롤하면서 문제 해결도 할 수 있을까?

 

조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고군분투하는 젊은 마코토와 한때 회사 내 좋은 부서에서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어느순간 파워하라로 좌천되어 버린 중년의 아키쓰가 멋진 콤비를 이루며 사내의 여러 해러스먼트를 자신들의 소신과 방법으로 풀어나간다.

유들유들하고 능글능글하게 아재미 풀풀 풍기며 자신을 선배라 부르는 아키쓰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겼던 마코토지만, 점점 아키쓰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책 속에는 참으로 많은 '하라'가 등장한다.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하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 법률이나 규칙 등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리스트릭션 해러스먼트 - 리스하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신적 괴롭힘을 뜻하는 '모럴 해러스먼트 - 모라하라',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젠더 해러스먼트', 육아를 위한 휴가 등을 신청하는 남성에 대한 괴롭힘을 뜻하는 '패터니티 해러스먼트 - 파타하라', 여성이 출산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마타하라' 등등 다 읊으면 숨이 찰 정도로 많은 '하라'가 있었다.

상사가 부하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말조차 부하가 큰 부담을 느낀다면, 괴롭힘이 된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네,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조그만 것에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다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예전보다는 좋아진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이나 모라하라(정신적 괴롭힘), 젠더하라 등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들이 앞으로는 조금 더 적어지고, 스스로도 잘못된 것이라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소설은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여러 사례를 다루면서도, 아키쓰와 와키타 상무 사이의 진실을 천천히 밝히며 독자들에게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남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해러스먼트 게임》이었다.

 

- p. 350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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