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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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최대국은 이혼 후,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빚에 허덕이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아버지가 총에 맞아 혼수상태라고 말하며,
자신이 아버지에게 맡긴 중요한 수첩이 있는데, 그것을 찾아주면 거액을 주겠다라고 제안을 한다.

돈에 쪼들리던 대국은 제안을 수락하고, 아버지가 운영해오던 오래된 책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책방을 뒤지고, 아버지의 물건들을 보면서 대국은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전엔 미처 몰랐던, 아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다가갈수록 대국에게도 위험한 순간들이 생겨난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수첩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수첩에 거액을 제시한 남자는 누구일까?
아버지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여전히 위험은 현재진행형인 걸까?

대국이 아버지의 수첩을 찾으며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는 현재의 시점과
아버지(최희도)의 젊은 시절의 모습인 과거의 시점을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최희도의 젊은 시절을 따라가다보면, 그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야기되어 지는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했던 그 불행한 시절을 남들과 다르게 지나온 최희도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자신의 위치를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꿈꾸었던 그들이지만, 시대의 상황, 아니 그 시대의 상황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그들을 그리 두지 않았다.


또 대국은 과거의 한 사건 때문에 아버지와 거의 의절하다시피 살고 있으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이 이리도 무기력하고 못난 것이 아버지 탓이라고 원망하고 있었다.
그런 대국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라는 사람이 가진 고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다.

소설은 일반 소시민의 일대기는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블록버스터급의 일대기도 아니다.
일반 소시민의 일대기가 아니라는 것은 아버지가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블록버스터급 일대기가 아니라는 것은, 남들과 다른 아버지였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연인과 자식에 대한 마음만은 우리네 아버지, 우리네 사람과 같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고, 대국에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구나를 깨달으면서도... 나는 최희도라는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자식들 걱정에, 자식들 키우느라 현재와 미래를 향해서만 달리는 분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우리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고, 연인을 향한 뜨거운 가슴이 있었고, 그런 찬란한 청준의 시간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을 삼키는(희도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아버지..
그래서 자식들의 머리가 굵어질수록 아버지와는 멀어진다.
그러다 우리가 훌쩍 큰 어느 날, 우리는 작아진 아버지의 등과 어깨를 보면서 약간의 서글픔을 느낀다.

책 속에서 비록 늦었지만, 대국은 마침내 아버지를 인정했고,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방식으로 대국을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책은 무척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았다.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있었고, 이야기들이 맞물리며 하나씩 비밀이 풀리는 과정도 긴박했다.
무엇보다, 세세한 줄기들이 합쳐서 결국은 한 여인과 자신의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귀결되어 더 좋았다.

평범하지 않은 소재들과 상황들이 펼쳐지지만,

가장 마지막에 드러난 진실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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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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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고서는, "펭귄"이라니?? 판타지 소설인가?? 라고 생각했다.

읽기도 전에, 펭귄이 역의 분실물센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일까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이 소설은 판타지소설이 아니라, 소소하고 일상적인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소중한 것에 대하여 그 가치를 무심히 넘겨버리고, 세상에 내 자리가 있을까 걱정하는...

야​마토키타 여객철도의 우미하자마역 분실물센터에는 펭귄빨강머리의 역무원 쇼헤이가 있다.

이 책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4편이 담겨 있다.

1. 고양이의 운명

2. 팡파르가 들린다

3.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

4. 스위트 메모리스

첫 번째 이야기는 고양이 유골함을 잃어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신만의 부적을 잃어버린 히키코모리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거짓말을 해서, 그 거짓말이 쌓여가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네 번째 이야기는 아들과의 불화가 있는 신경질적인 어르신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사연이 담긴 물건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분실물센터를 찾는다.

그 중에는 정말로 소중한 물건이라서 다시 찾으려는 경우도 있고,

미처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지만 결국 소중한 마음 또는 소중한 사람을 찾게 된 경우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다 읽고 나면 전편의 인물들이 미묘하게 다음 편에서도 보여지기 때문에 그 전편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크핫 웃어버린 일도 있어, 옆에 있던 남편이 나를 "뭐지?"하는 눈으로 쳐다본 일도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도 있어서, 괜히 머리를 들고 눈에 힘을 주기도 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뒤뚱뒤뚱, 갸우뚱 걷는 펭귄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으로 힘들었던 마음 속에 웃음,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펭귄의 눈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또한, 친절하게 잃어버린 물건을 꼭 찾아주겠다라고 약속하며 미묘한 안심과 안정을 주는

쇼헤이(가끔 오리주둥이 같은 입을 씰룩거리는,,,^^)의 과거 또한 우리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준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도 그것을 모르고 그냥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한 번 더 살펴보는 계기도 되었다.

혹시나 마음 속이 허한 것이,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면....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를 찾아가 보자 `~ ^^

p.169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있을 자리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홀가분하고,
마음으로 이어진 누군가를 소중하 여길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혼자가 아닌 거야

p. 246
어쩔 수 없어요. 자기 인생이니까, 자기 힘으로 걸어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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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 모든 것은 마드리드에서 시작됐다
마멘 산체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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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보는 스페인 소설이었다.

제목을 단순히 봤을 때, 실종사건이니 스릴러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스릴러라기엔 표지가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정체가 뭐지?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펼쳤다^^

제목처럼 '애티커스'라는 젊은 영국 남자가 아버지의 지시로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떠난 후 몇 개월간 연락이 두절되고 사라진다.

3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 한 번 아버지와 통화를 하긴 하지만, 그후 3개월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는 상태라 그의 아버지인 말로는 아들을 찾으러 마드리드로 온다.

애티커스는 영국의 출판 명문 '크라프츠먼사'의 후계자로, 애초 애티커스는 적자를 내고 있는 자회사 잡지사인 '리브라르테'를 폐간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마드리드로 온 것이었다.

'리브라르테'의 직원은 베르타, 솔레아, 마리아, 아순시온, 가브리엘라, 5명의 여자이다.

그녀들은 생계가 달린 잡지의 폐간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한다.

애티커스의 이야기,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 마드리드의 경찰 만체고 경위의 이야기, 아버지인 말로가 마드리드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이들은 때로는 따로, 때로는 함께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리고, 시종일관 문체가 가볍고 경쾌해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볼 수 있었는데,

가벼운 필치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골고루 진행되어, 소설 속의 모든 캐릭터가 밝고, 생동감있고, 정감있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인 '애티커스'의 매력이 제일 빛난다 할 수 있다.

이 남자는 매력적인 외모 외에도, 너무나도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이런 남자가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귀여운 허세를 겸비한 중년의 총각 만체고 경위의 매력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런, 책을 너무 사랑하는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자도 말하지 않으면 섭섭하겠다.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어느 하나 덜하지 않은 매력을 뿜어낸다.


책 소개글에 있는대로

범죄코미디 + 러브 스토리 + 문학적 상상이 합쳐진 유쾌한 소설이다.

또 하나, 원래도 스페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마드리드와 그라나다를 포함한 스페인의 도시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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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 연애에 지치고 사람이 힘든 이들의 연애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연애심리책
최미정 지음 / 대림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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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의 "어쩌다 보니 아직도 솔로 생활중입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연애, 결혼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까지 이 책에는 담겨 있다.


나는 지금은 결혼을 한 상태로, 솔로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솔로 시절, 왜 내가 연애를 못하는 걸까, 내 연애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작가님의 블로그를 포함, 많은 연애상담 혹은 연애심리 블로그를 섭렵했었다.

아니, ​왜 연애를 못하는 걸까...라기 보다는, 왜 나에게는 인연이 나타나지 않는 걸까...가 더 정확한 표현일까.?

영화제목처럼, 101번의 프로포즈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참으로 많은 소개팅을 했더랬다.^^;;

사람을 만나고, 연애심리 블로그를 보면서, 책에서 배운대로 노력했지만,

인연이라는 것이 쉽지 않고, 사람마다 고유의 성향도 달라 나는 오랜 만남이 아닌 일회성 만남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현재 연애공백기인 사람,  연애휴식기인 사람, 모태솔로인 사람이 아닌 경우에도 꽤 많은 생각할 여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나처럼 결혼을 한 사람, 나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책은 나이먹은 싱글들에게 연애가 스트레스가 된 것인지, 심리학적으로 어떤 유형의 사람(선호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연애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 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속적인 연애를 위한 마음가짐,

연애와 인간관계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 부분, 내 눈을 끄는 말은 바로 "연애하지 않을 권리"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에,

29살의 많은 날을 "현재 나는 왜 애인이 없는가"라는 고민으로 벽과 아이컨텍을 했었다. 

마치 어느 시점이 되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애나 결혼에 적당한 때라는 것이 어디 있는가 싶지만, 당시에는 무척 고민스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똑똑한 연애를 위해서는 자존감이 높아야한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 아닐까 한다.

자격지심을 되도록이면 없애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건 연애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이미 많은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작가님만의 마음먹는 방법,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고 있어 더 공감가고 이해가 쉬웠다.


일반적인 고정관념에 의한 편견, 드라마 등 TV로 유입된 잘못된 생각 등에 대하여도 책에 기술되어 있는데,

알던 내용이라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롭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려운 심리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많은 분들이 어렵게 느끼지 말고, 가볍게 책에 접근해서 다시 한 번 본인의 연애스타일, 인간관계에서의 태도, 자존감 고양 등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속 밑줄>


P. 116

고마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내리는 평가보다 베풀줄 아는 내가 나에게 주는 평가가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 121

내 감정은 내 탓이고, 쟤 감정은 쟤 탓이다.

상대가 감정조절 못하는 것을 내가 책임지고 받아줘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내 감정이다.

P.142

좋으면 좋아할 줄도 알고, 잠시 다음을 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사귀게 되었으니 결혼을 한다거나 '다음은?'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뜻밖에 행복해졌다.

'결혼을 안 할 건데 왜 사귀냐'는 의문에 '그냥 좋아서', '같이 있으면 행복하니까.'라는 원론적인 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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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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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패션 부분에 많은 관심이 없는 편이기는 했지만,
나는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
랄프 로렌은 이미 사망한 줄 알았다.^^;;
소설은 분명 상상력의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종수가 랄프 로렌을 추적하는 것에 몰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생생해서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종수는 어느날 지도교수에게서 쉬라는 말을 듣는다.
이 곳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면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책을 읽다보면, 종수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무던히 공부만 해 오던 친구였다.
대학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고,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그런 그에게 이 곳을 떠나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렇게 한 동안 방황하던 그는, 잠겨있던 책상 서랍에서, 오래 전 친구가 보낸 청첩장을 발견한다.
고등학교 시절, 랄프 로렌에게 보낼 편지를 함께 썼던 수영의 청첩장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종수는, 수영에 대한 추억,
과거 수영과 랄프 로렌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편지를 쓰기 위한) 등을 생각하며
랄프 로렌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랄프 로렌과 관련된 자료,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종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직접 부딪치며 랄프 로렌을 추적한다.

소설은 담담하게 흘러간다.
종수는 자신을 지탱하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을 테고,
그런 감정이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격한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담담히 책장을 넘기며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치기에 수영에게 했던 말을, 자신의 기억 안에 봉인했다.
그리고 도망쳤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도망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어느 한 순간이 끝나는 지점에 오자, 또다시 그는 도망쳤고, 봉인했던 과거가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추억, 끈을 추적하면서
도망치기만 했던 과거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순간에도, 누군가 내 문을 두드려준다면
그것은 하나의 위안으로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괜찮아, 라고 달래는 말이 아니더라도...

<책 속 밑줄>

p. 274

난 그저 도망친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로부터,
혹은 (아마도 이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로부터.
그 날 밤 섀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섀넌 헤이스는 나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그녀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를.

​p. 313

​잭슨 여사의 젊은 시절 사진을 떠올려보면 정반대의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사진에서 나는 잭슨 여사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삶이 축제는 아닐지언정, 그게 자신을 지치게 하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잭슨 여사는 자신의 삶을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움직이게' 만들었다.

p. 313

​섀넌 헤이스가 내 등을 두드렸다.잭슨 여사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그게 노크 소리 같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봐요, 살아 있어요?'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물론 그건 순전히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지라도, 잠시라도 그런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건, 내게 주어진 큰 행운이었다.

​p. 351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p. 356 (작가의 말)

​그저 나는 바랄 뿐이다.
내가 '매우' '멀리'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기를.

p. 274

난 그저 도망친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로부터,
혹은 (아마도 이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로부터.
그 날 밤 섀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섀넌 헤이스는 나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그녀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를.​


​p. 313

​잭슨 여사의 젊은 시절 사진을 떠올려보면 정반대의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사진에서 나는 잭슨 여사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삶이 축제는 아닐지언정, 그게 자신을 지치게 하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잭슨 여사는 자신의 삶을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움직이게‘ 만들었다.

p. 313



​섀넌 헤이스가 내 등을 두드렸다.잭슨 여사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그게 노크 소리 같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봐요, 살아 있어요?‘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물론 그건 순전히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지라도, 잠시라도 그런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건, 내게 주어진 큰 행운이었다.

p. 351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p. 356 (작가의 말)



​그저 나는 바랄 뿐이다.
내가 ‘매우‘ ‘멀리‘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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