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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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패션 부분에 많은 관심이 없는 편이기는 했지만,
나는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
랄프 로렌은 이미 사망한 줄 알았다.^^;;
소설은 분명 상상력의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종수가 랄프 로렌을 추적하는 것에 몰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생생해서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종수는 어느날 지도교수에게서 쉬라는 말을 듣는다.
이 곳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면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책을 읽다보면, 종수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무던히 공부만 해 오던 친구였다.
대학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고,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그런 그에게 이 곳을 떠나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렇게 한 동안 방황하던 그는, 잠겨있던 책상 서랍에서, 오래 전 친구가 보낸 청첩장을 발견한다.
고등학교 시절, 랄프 로렌에게 보낼 편지를 함께 썼던 수영의 청첩장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종수는, 수영에 대한 추억,
과거 수영과 랄프 로렌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편지를 쓰기 위한) 등을 생각하며
랄프 로렌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랄프 로렌과 관련된 자료,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종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직접 부딪치며 랄프 로렌을 추적한다.

소설은 담담하게 흘러간다.
종수는 자신을 지탱하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을 테고,
그런 감정이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격한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담담히 책장을 넘기며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치기에 수영에게 했던 말을, 자신의 기억 안에 봉인했다.
그리고 도망쳤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도망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어느 한 순간이 끝나는 지점에 오자, 또다시 그는 도망쳤고, 봉인했던 과거가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추억, 끈을 추적하면서
도망치기만 했던 과거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순간에도, 누군가 내 문을 두드려준다면
그것은 하나의 위안으로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괜찮아, 라고 달래는 말이 아니더라도...

<책 속 밑줄>

p. 274

난 그저 도망친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로부터,
혹은 (아마도 이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로부터.
그 날 밤 섀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섀넌 헤이스는 나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그녀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를.

​p. 313

​잭슨 여사의 젊은 시절 사진을 떠올려보면 정반대의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사진에서 나는 잭슨 여사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삶이 축제는 아닐지언정, 그게 자신을 지치게 하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잭슨 여사는 자신의 삶을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움직이게' 만들었다.

p. 313

​섀넌 헤이스가 내 등을 두드렸다.잭슨 여사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그게 노크 소리 같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봐요, 살아 있어요?'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물론 그건 순전히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지라도, 잠시라도 그런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건, 내게 주어진 큰 행운이었다.

​p. 351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p. 356 (작가의 말)

​그저 나는 바랄 뿐이다.
내가 '매우' '멀리'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기를.

p. 274

난 그저 도망친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로부터,
혹은 (아마도 이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로부터.
그 날 밤 섀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섀넌 헤이스는 나를 그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그녀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를.​


​p. 313

​잭슨 여사의 젊은 시절 사진을 떠올려보면 정반대의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사진에서 나는 잭슨 여사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삶이 축제는 아닐지언정, 그게 자신을 지치게 하더라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잭슨 여사는 자신의 삶을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움직이게‘ 만들었다.

p. 313



​섀넌 헤이스가 내 등을 두드렸다.잭슨 여사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그게 노크 소리 같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봐요, 살아 있어요?‘라고 물어봐주는 목소리.
물론 그건 순전히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지라도, 잠시라도 그런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건, 내게 주어진 큰 행운이었다.

p. 351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p. 356 (작가의 말)



​그저 나는 바랄 뿐이다.
내가 ‘매우‘ ‘멀리‘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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