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수영장 라임 청소년 문학 52
빌 그멜링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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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알프, 카팅카, 로비 삼남매는 우연히 어린 아기가 물에 빠진 걸 구조하고, 그 일로 인해 여름 내내 야외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받게 된다.

삼남매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서 자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었는데, 자유 이용권이 생기자 알프, 카팅카, 로비는 여름 내내 매일매일 수영장에 가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엄청나게 더워도,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도 수영장으로 갔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첫째 알프, 자유분방하고 자신만만하며 파리에서 일하는 모델이 될 거라 자신하는 둘째 카팅카, 남들과 조금은 다르지만 깊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셋째 로비, 삼남매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따뜻하게 펼쳐진다.

 

알프는 야외 수영장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소녀를 발견하고, 소녀를 마음 속에 품게 된다.

카팅카와 대화를 주고받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소심한 알프는 쉽사리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인다.

 

삼남매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야외 수영장에서의 가장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었고, 밤의 야외 수영장을 즐기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아주 무서운 수영장 관리인 바다코끼리 아저씨 몰래 밤에 야외 수영장에 들어오는 건 아주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알프, 카팅카, 로비는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의 야외 수영장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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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가 여름 내내 야외 수영장에서 지낸 만큼 수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곳을 방문하는 여러 인물들과의 일들이 묘사된다.

삼남매가 바닥에 떨어뜨린 감자튀김 대신 새 감자튀김을 해 준 매점 아저씨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다이빙대 위에서 머뭇거리는 알프에게 할 수 있다며 격려를 해 준 꽃 슬리퍼 할머니는 직접 뛰어보라는 알프의 말에 기꺼이 멋진 다이빙을 해 보인다.

수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병을 주워 파는 콘라트 아저씨, 미국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와 삼남매의 집 근처에 살게 된 큰아버지, 그리고 빛나는 소녀 등 삼남매 근처의 많은 인물들이 따뜻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그들이 따뜻하게 묘사될 수 있는 건, 삼남매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배려와 이해,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맑은 여름, 햇살이 한가로이 비추는 야외 수영장에서 일어난 반짝이는 추억들,

여름은 끝나고 야외 수영장의 자유 이용권의 효력도 없어졌지만, 그 가슴 따뜻한 추억들은 언제고 삼남매의 마음 속에 살아 숨쉬고 있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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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리커버 특별판)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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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22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다.
그가 날 내치지 않는 한 영원히 이렇게 있을 테다.

p. 193
이런 전쟁은 없을 걸세.
전설로 기억되고 후손들이 노래할, 우리 인간 역사상 최고의 전쟁이 될 테니까.
그걸 모른다면 자네는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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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라는 제목을 보고 당연히 주인공은 '아킬레우스'이리라 생각했다.
다만 소설의 화자는 아킬레우스가 아니라 '파트로클로스'로, 그가 아킬레우스를 만나게 된 계기, 아킬레우스와의 우정, 사랑,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인 트로이아 전쟁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트로클로스는 왕자로 태어났으나 유약한 신체와 심성으로 아버지인 메노이티오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는 어느날 의도치 않게 사고로 귀족의 아들을 죽이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프티아로 추방당한다.
그리고 프티아에서 그곳의 왕자였던 아킬레우스를 만나게 된다.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님프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위대한 영웅이 될 것이라는 운명을 타고났다.
또한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알았지만, 전장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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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도 <그리스 신화>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이름들이 있다.
아마 아킬레우스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파트로클로스는 처음 들어봤다.
혹시나 하고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 "트로이"도 찾아봤다.
아킬레우스가 동생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사로잡혀 헥토르에게 칼날을 겨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저 동생이라고 표현될 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이 남자를 화자로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아름답고 순진하고 온유했던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날카로워지고 명예에 집착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파트로클로스는 안타깝다.
그는 아킬레우스의 강인한 전사의 모습 속 진짜를 아는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이기 때문이었다.

끝나지 않고 계속 길어지는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은 지쳐가지만,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여전히 무자비하고 이기적이다.
아가멤논은 자신에게 대적하며 그리스군의 신망을 받고 있는 아킬레우스가 눈에 가시같았고, 모욕적인 행동을 해서 아킬레우스의 화를 돋운다.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여긴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이 사과하기 전까지는 화를 풀지 않고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아킬레우스가 빠진 전쟁은 그리스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아킬레우스를 원망하기 시작하고,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명성이 나빠질까봐 걱정한다.
아킬레우스에 대한 원성이 극에 달할 즈음, 여전히 화를 풀지 않은 아킬레우스를 대신해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출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 속으로 한걸음씩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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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랄까. 얼마전 그리스 비극과 명화를 다룬 책을 읽은 터라 소설 속 인물들이 크게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낯설었던 주인공 파트로클로스...
그는 소설 속 어떤 남자와도 달랐다.
싸움과 명예와 여자를 탐하던 보통의 남자들과 다르게 그는 유악했지만 부드럽고 고운 심성을 지녔다.
아킬레우스 역시 파트로클로스의 그런 면을 보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다른 많은 아이들이 아닌 파트로클로스를 자신의 친구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행동을 유리하게 둘러댈 줄도 모르고 자신의 저지른 과오에 괴로워하고 절망스러워하는 파트로클로스의 모습에 끌린 것이 아닐까.​


그의 얼굴은 천진난만하다.
잠에 취해서 매끈하고 귀여운 어린애 같다.
나는 그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진지하고 정직하며 장난기 가득하지만 악의는 없는 이 얼굴이 그의 참모습이다.
그는 아가멤논과 오디세우스의 교활한 말장난과 그들의 거짓말과 권력 게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들이 그를 농락하고 말뚝에 묶어놓고 미끼로 유인하고 있다.
나는 그의 보드라운 이마를 어루만진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그를 풀어줄 것이다.
그가 허락만 한다면. _ 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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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견된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향해가는 인간의 삶.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예정된 운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운명의 이끌림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죽어서도 여전히 함께이다.
그들에게 아무리 운명이란 게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그들의 사랑마저 운명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그들이 운명이란 걸 알았기에 파트로클로스를 그리도 미워했던 걸까.
그것이 운명이었든 운명이 아니었든, 그들은 사랑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고 그렇게 죽어서도 함께 있게 되었다.
그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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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시선의 책이라 더 좋았다.
나의 입장에서 세상의 주인공은 나인데, 나의 삶을 더 크게 확대해 본다면 나 역시 주변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주변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도 이름이 있고 삶이 있고 나의 위치와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
단지 아킬레우스의 시종 정도로만 여겨졌던 파트로클로스의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된 아킬레우스의 삶과 트로이아 전쟁은 또다른 모습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소설 속 다른 남자와는 분명히 달랐던 파트로클로스,
요즘같이 모두가 잘났다고 하며 자기PR하는 혼란의 시기에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파트로클로스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작가의 다음 책은 <키르케>이다.
키르케 역시 주목받지 못하던 인물이었는데,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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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레플리카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7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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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의 T대학교 대학원생인 미노사와 도모에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2년 만에 고향 자택을 방문했지만, 부모님과 언니는 늦은 시간임에도 외출중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부모님과 언니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아 의아해하던 도모에는, 느닷없이 집에 침입한 가면을 쓴 유괴범에게 붙잡힌다.

부모님과 언니 역시 유괴범 일당에게 납치된 상황이었고, 도모에는 가족들이 납치된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가족들이 납치되어 있던 별장에 도착한 후 자신을 데려온 유괴범은 도망가 버리고, 부모님을 감시하던 두 명의 유괴범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다행히 부모님과 언니 사나에, 그리고 도모에는 무사히 위기를 넘겼지만, 집에 혼자 남겨져 있던 오빠 모토키가 사라진다.

사실 모토키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도모에와 있었던 과거의 일 때문에 저택 3층 방에 갇혀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모토키가 사라진 것이다.

 

가족이 유괴된 사건과 모토키가 사라진 것은 관련이 있는 걸까?

모토키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현상을 객관적으로 봤다는 이야기일 뿐이야.

그러니 그게 올바르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

난 그걸 확인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비로소 보이는 이치가 있는 법이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불안정한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겠지.

다시 말해 언젠가 누군가가 반드시 알아차린다는 소리야.

지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건 모두가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이지.

_ 399쪽

 

 

 

사실 사건은 조금 평이해 보였다.

납치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모토키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납치범들이 왜 살해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살해되었는가...

의문점들은 많지만, 더 이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고 다들 일상의 평온을 찾아가는 듯 해 보여 재미나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단지 미노사와 집안 사람들은 모토키에 관해 숨기는 무언가가 있는 듯 했고, 도모에 역시 과거의 사건 때문인지 불안정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솔직히 놀라웠다.

처음에 읽었던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 보여준 그야말로 이공계 트릭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었지만, "아, 이런 거였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괜시리 마음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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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이카와&모에 시리즈' 두번째 책을 읽고 있는 것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편에 등장한 '니시하타 경부'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사소한 것에도 의문을 품고 의심을 가지는 니시하타 경부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통의 다른 형사들은 그냥 넘어가는 것도 니시하타 경부는 의문을 품고 파헤쳤고, 모에와의 만남에서도 둘 사이에 교감이 흐른다.

지켜보는 평범한 형사들은 의아할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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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 <여름의 레플리카>는 독특하다.

소설에 홀수 장이 없이, 짝수 장만 존재한다.

 

참고로 친절한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다른 사건들로 인해 혼란에 빠질까봐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읽기 전인 <환혹의 죽음과 용도>와 같은 시기에 벌이진 사건을 다루었다고 하는데, <환혹의 죽음과 용도>에서는 홀수장만 나온다.

 

그래서 다음으로 읽을 책은, '환혹'으로 정했다.

모에의 입으로 여러 번 나오지만,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던 사건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감과 궁금함이 생겨난다.

 

 

 

* 리딩투데이로부터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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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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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제고 불편한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는 계속해서 명상을 하면서

바로 이 순간만 살아가기로 했다.

먼 미래에 대해선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나가는 거다.

○○의 죽음은 명상으로 새로워진 시각을 업무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이제는 스스로를 아끼며 주의 깊게 한 걸음씩 내딛을 것이다.

바로 다음 단계는 물론 트렁크에서 소변에 절여진 침낭 속 비곗덩어리를 꺼내는 일이었다.

_133쪽

 

머리를 한대 맞은 것만 같다.

이 사람 뭐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명상 살인>이라는 제목에서 '명상'과 '살인'이 어떻게 연결되나 의아해 했는데, 그 둘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다니 놀랍고 재밌고 기발하다.

 

나는 평생 동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없다.

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

현재 업무 환경에 비추어보면 도리어 늦은 감이 있다.

내 이야기가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한 모든 일은 최선의 행위였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추려 집중을 택한 자의 논리적 결과였다. _ 10쪽

 

형법 전문 변호사 '비요른 디멜'은 일에 집중하느라 가정에 소홀해졌고 아내 카타리나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카타리나의 요구로 명상 센터를 찾게 된 비요른은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만나게 되고,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이 점차 변화한다.

 

명상 센터에서 배운 대로 일과 철저하게 분리된 자신만의 공간인 '시간의 섬'을 마련한 비요른은, 점차 일을 줄여가며 시간의 섬에서 딸 에밀리와 함께 지내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비요른이 에밀리와 호숫가 별장에 가기로 약속한 날, 갑작스레 의뢰인인 드라간에게서 긴급한 연락이 온다.

 

비요른은 마약, 무기, 매춘업, 탈세 등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있는 드라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

위법적인 회사들을 정당한 회사로 위장하고, 서류를 조작하고, 정부보조금을 착복했다.

드라간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격을 알기에 비요른은 그의 연락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그를 트렁크에 태우고 옆자리에는 딸 에밀리를 태운 채 호숫가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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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무 재미있다.

문체는 너무 유머러스하고, 명상의 내용과 방법을 살인에 적용시키는 것도 너무 찰떡같다.

아니, 저 내용을 저런 방식으로 적용시키다니, 비요른 이 사람 굉장하다.

 

미필적 고의(?)로 인한 첫번째 살인 이후, 비요른은 더더욱 명상에 집중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그에게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명상책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위기가 닥치면 숨을 가다듬으며 명상책의 해당 부분을 떠올린다.

여유가 된다면 화장실로 달려가 상시 가지고 다니는 책을 펼쳐 책에 적힌 조언을 확인한다.

의식적으로 명상 훈련을 하고 학습한 단계를 마음속으로 밟아나간다.

그리고 항상 명상은 비요른에게 큰 도움이 되어 해결로 이어진다.

 

아, 진짜 재미있다.

 

작가는 변호사이고, 수년간 방송 작가로도 일했다고 한다.

'독일 코미디 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고 하는데, 첫 소설인 이 <명상 살인>이 출간되자마자 인기를 끌었고, 이후 발표된 <명상 살인 2>와 <명상 살인 3> 역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명상 살인 2>도 어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비요른의 다음 활약(?)도 궁금해졌다.

물론 살인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비요른이 다시 자신의 삶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이를 만났을 때 명상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하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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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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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르네.

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 하는지 말이야.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

 

 

_ 47쪽

 

여기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두 명의 공통점은 둘 다 흑인의 피가 섞였다는 점, 다른 점은 한 명은 백인 행세를 하며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흑인임을 인정하며 중산층으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겠다.

클레어는 자신이 흑인임을 속이고 백인 사업가와 결혼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린은 의사인 남편과 결혼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린은 2년 전 시카고에서 클레어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클레어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른 지역의 먼 친적집으로 가게 되었고, 십이 년만에 이렇게 우연히 재회하게 된 것이었다.

 

반가워하고 벅차하는 클레어와는 반대로 아이린은 클레어가 불편하다.

그런데도 그녀의 초대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려웠고, 그녀의 집에서 흑인에 대한 혐오와 경멸이 가득한 인종차별주의자인 클레어의 남편 잭을 만나게 된다.

 

클레어는 소위 '패싱'이라 일컬어지는 백인 행세를 하며 잭과 결혼했고, 잭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흑인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남자였다.

 

클레어는 아이린의 삶에 자꾸 끼어든다.

클레어를 멀리 하려는 아이린의 의지와는 반대로, 클레어는 아이린의 집에 찾아오고 그녀의 주변 흑인들의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하며 할렘 안의 활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

이번 소설을 통해서 '패싱'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가끔씩 선택적 패싱을 하는 아이린의 모습과 잭이 하는 말들을 통해서 그 당시 얼마나 인종차별적 요소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백인 행세'를 하는, 소위 '패싱'을 하는 여성들의 태도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가난했던 클레어는 적극적으로 패싱을 해서 부유한 남자를 만나 돈 걱정없이 살 수 있었고, 아이린은 적극적인 패싱은 하지 않았지만 필요할 경우에는 굳이 자신이 흑인임을 드러내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시카고의 드레이튼 호텔 루프탑에서 아이린은 자신이 흑인임이 밝혀져서 호텔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워한다.

더구나 아이린은 남편 브라이언이 의사여서 중산층에 속했고 어느 정도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었음에도, 가끔은 저런 차별적 대우를 받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흑인들의 삶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금도 흑인에 대한 차별은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극심한 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아무 잘못없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도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의 어느 곳에서는 흑인들에게 '검둥이'라고 혐오 섞인 발언을 하며 그들을 공격하거나,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무턱대고 총을 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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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레어의 행동의 의미를 잘은 모르겠다.

그토록 원하는 삶을 가졌는데도 그녀는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고 자신이 부정하고 떠났던 흑인들의 삶에 다시 발을 넣는다.

만약 그 사실이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인 남편에게 알려진다면,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텐데 말이다.

 

백인 행세를 하면서도 흑인에 대한 갈망을 품었던 클레어,

그녀가 가진 그 위태로움은 그녀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두껍지 않은 소설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내가 클레어였다면, 아이린이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클레어는 누가 반대하든,

다른 사람들의 욕망과 편의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단호하고 집요한 면이 있었는데,

바위 같은 힘과 인내심으로 밀어붙이면서 결코 남에게 무시당하거나 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린이 보기에 클레어가 완벽하게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녀 무의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 어두운 비밀이 있는 한.

그럼에도 그녀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움츠러들지 않았다.

고통, 두려움 그리고 슬픔은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감정, 심지어는 사랑조차도 우리 얼굴에 은밀한 표식을 남기는 법이었다.

 

_ 146쪽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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