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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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직업소개소에서 만나게 된 요코와 기미.

그녀들은 생년월일이 같고,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가 헷갈렸다는 직업소개소 직원의 실수로 서로를 알게 되어 가까워진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미의 소개로 무사시노에 있는 대저택의 입주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 요코와 그녀의 조카 다쓰야.

빚쟁이들에게 쫓겨 도망다니던 요코는 그 곳에서 온화한 성품을 가진 당주 난바 선생과 그의 아들 유키오와 지내며 평화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요코는 빚에 도망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기미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고, 기미 역시 무언가 깊은 비밀을 품고 있는 듯 하다.

 

그러던 어느날 요코와 다쓰야가 저택을 비운 사이 저택의 당주인 난바 선생이 급작스럽게 죽게 되고, 시간이 흐른 후 요코는 단순 사망으로 여겼던 이 죽음에 다른 무언가가 개입된 것 같다는 의혹을 품게 된다.

 

-

"이제 괜찮아. 당신을 상처 입힐 사람은 없어. 괜찮아.

끝이야. 모든 게 끝났어."

주문 같은 남편의 말이 귓가에서 들린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죄를 저질렀다.

평생 용서받지 못할 죄.

지금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공유하기 위해 부부가 되었다. _ p. 88

 

요코와 기미가 만나 가까워지는 1985년부터의 과거와 2015년 현재의 일들이 교차되어 소설이 진행된다.

2015년 예순다섯의 요코는 고급 노인 요양원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지만 무언가 삶에 대한 의지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종종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 그녀의 곁에는 유키오가 있다.

 

소설은 총 3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의 과거는 요코의 시선으로, 2장의 과거는 기미의 시선으로 진행되며 점차 기미가 숨긴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는 동시에 상처 입혀 가며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대로 평화롭게 끝나지 않는다.

죄 깊은 우리에게 합당한 삶의 끝맺음 방식이 있을 거라는 단 하나의 위안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 _ p. 132

 

소설은 급작스럽게 사건을 진행시킨다기보다는, 잔잔히 그러나 음울하게 잿빛을 가득 머금은 채 서서히 진행된다.

반전이라고 하기엔 조금 미미할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예상가능한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요코, 기미, 유키오의 모습을 통해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려진 그들의 심리와 고통이 절절히 느껴져서 쉽사리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더없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욕하고 화를 냈을 텐데...

안타깝게도 끊임없이 과거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이들은 또다시 더 큰 죄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깊은 죄로 마음이 텅 비어버린 이들의 마지막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 마치 나의 임무인 양 계속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소는 천변만화의 영약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가슴속에 독을 품으십시오.

어중간한 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그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입니다. _ p. 124

 

가볍지 않은, 깊은 농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호러든 미스터리든 오로지 '인간을 향한 관심'이 작품을 쓰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 드러난 소설들을 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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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사투리 표현에서 어색한 부분이 많이 느껴져서 조금 아쉬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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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씨의 식탁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5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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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부부 마당 씨 가족은 2009년 겨울 파주에서도 더 외곽의 시골로 이사를 간다.

마당 씨 부부와 6개월 된 첫째 이완이는 이 곳에서 행복한 생활을 꿈꾼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마당 씨 부부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읍내도 먼 시골 생활이지만 그 안에서 계절마다 바뀌게 될 마당의 풍경을 생각하며 행복해 한다.

 

이 부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마당 씨의 마음에는 곪아버린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이 연세가 드실수록 몸 여기저기에 병이 생기는 건 어쩌면 어쩔 수 없을 일일 테지만, 마당 씨에게는 조금 부담스럽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지만, 자신이 지금껏 쌓아올린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가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1편인 <마당 씨의 식탁>에서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마당 씨가 어렸을 때 술에 취한 아버지의 핍박 속에서도 자신과 동생에게 늘 맛있는 밥을 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었던 어머니.

마당 씨는 그런 어머니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된 후에는 자신의 생활에 쫓겨 어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리고 마당 씨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아버지...

젊은 시절에도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일찌감치 몸이 망가졌으면서도 술을 끊지 못하고 지금도 매일 술을 마시며 지낸다.

 

 

 

 

마당 씨가 그려낸 이야기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의 외래진료를 함께 다니며 자식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냉정을 잃지 않는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마당 씨의 그런 마음과 행동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래도 조금 너그러워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마당 씨는 일상 생활 곳곳에서 어머니를 느낀다.

자신과 동생을 위해 늘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차려주던 어머니, 늘 자식 걱정에 마음 써 주시던 어머니, 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늘 손을 흔들어 주신 어머니를 문득문득 떠올린다.

하지만 후회한들 어쩌랴... 이미 어머니는 그의 곁을 떠나신 것을...

 

마당 씨를 탓할 수는 없다. 그는 어린 시절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 어쩌면 자신은 그리 살지 않겠다라고 마음 먹었을 수도 있으니.

그래도 조금은 어머니의 마음을 더 들여다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디에 말도 하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곪아버린 어머니의 상처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그래서 조금 더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들을 건넬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마당 씨의 후회는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마당 씨는 오늘도 정성스럽게 가족을 위한 식사를 차려낸다.

자신이 어머니에게서 받은대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차리는 마당 씨...

마당 씨에게 식탁은, 어머니의 사랑이자 가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일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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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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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 수사1과 '다가와 신이치', 그는 미궁에 빠질 기색이 짙은 미해결 안건만을 다루는 계속수사반 소속이다.

그런 그에게 1과장 미야타가 새로운 사건을 가져온다.

 

사건은 2년 전 새벽에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술집 '구라타야'에서 발생했다. 복면을 쓴 강도가 침입해 카운터에서 매상 58만엔을 빼앗고, 예리한 흉기로 종업원의 왼손을 공격, 카운터 근처에 있던 손님 2명의 목을 찔러 살해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수의사와 폐기물 관리업자로 그들의 연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고, 당시 수사팀은 외국인에 의한 강도 살인으로 단정하고 수사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처음 선배에게 배운대로 수첩에 사건의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탐문수사를 하는 다가와는, 이번 사건 역시 꼼꼼히 기록을 검토하고 메모를 한 후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수사를 하면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걸 느끼며 수첩에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씩 더해간다.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역시 연관성을 찾지는 못하고 피해자들의 관련성 역시 모호했지만 그는 진득하게 탐문수사를 이어간다.

그렇게 꾸준하게 새로운 사실들을 수집하던 다가와는 드디어 피해자 2명의 연관성을 찾게 되고, 단순 강도 살인으로 보였던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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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이미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지 대략 감을 잡을지도 모르겠다. 제목 '비틀거리는 소', 띠지 '아이들이 먹는 가공식품은 안전한가?'를 보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으니 말이다.

 

소설 속에서 다가와가 찾아간 농림수산청의 담당자는 일본의 경우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병에 걸린 소고기가 유통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라는 말을 쓸 수는 없고, 단지 '성선설'을 믿고 일할 뿐이라고도 말한다.

 

싸고 질 좋은 음식이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저렴한 음식에 눈이 가는 건 또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저렴한 음식을 산다는 것이 이것을 먹고 내가 어떻게 잘못되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들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먹거리에 대한 것 외에도 대형쇼핑센터 등의 건설로 무너지는 지역사회의 골목 상권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동네 가게들의 사장님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것들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도 차를 몰고 대형 슈퍼로 가서 장을 보고 차에 실어 다시 집으로 오고, 무언가를 살 때도 동네보다는 큰 쇼핑몰에 가서 여러 가게를 한꺼번에 둘러보고 구입하는 걸 선호하니 말이다.

 

-

이 강도살인 사건은 다가와의 꾸준한 집념의 조사가 아니었다면 그냥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연관이 없을 듯한 것들에서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며 결국엔 커다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가 진실을 밝혀냈지만 소설의 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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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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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함과 통쾌함을 줬던, 그래서 숨 쉴 틈 없이 책을 읽었던 전작 <변두리 로켓>의 약 4년 후 모습을 그린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가 출간되었다.

전작만큼의 재미와 통쾌함, 공감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1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 쓰쿠다제작소와 쓰쿠다 씨의 고군분투기를 보면 그 말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1편만큼, 아니 어쩌면 1편보다 더 공감되고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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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쿠다제작소에 '니혼클라인'에서 '코어하트'의 시제품 발주를 의뢰한다.

예산이나 소재면에서 '니혼클라인'에서 의뢰한 금액은 낮았지만 시제품 후 생산까지 맡긴다는 상대방의 약속에 쓰쿠다는 시제품을 만들어 납품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니혼클라인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시제품만 의뢰하고 생산은 다른 업체에 맡길 심산이었다.

 

"쓰쿠다에서 싼값에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할 때는 좀 더 유리한 업체에 발주해서 비용을 절감한다... 그게 바로 비지니스라는 겁니다." _ p. 29

 

그리고 쓰쿠다제작소의 라이벌을 자처하는 회사 '사야마제작소'의 시나 나오유키 사장이 등장한다.

그는 나사(NASA) 출신이라는 이력을 내세워 인맥을 만들며 대기업과의 계약을 잇달아 성공시킨 인물이었다.

데이코쿠중공업은 갑작스럽게 밸브 시스템을 경쟁입찰로 돌려 업체를 선정하겠다라고 말하고, 당연히 계약이 유지된다고 여겼던 쓰쿠다제작소는 걱정에 휩싸인다.

그런 가운데 시나 사장은 쓰쿠다제작소의 개발부 직원 나카자토를 회유해 코어하트 부품의 새로운 설계도를 요구하며 그를 자신의 회사로 스카웃한다.

 

쓰쿠다제작소에서는 니혼클라인의 요구대로 시제품 만들었으나 그들은 설계를 변경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생산품 기한과 금액도 터무니없이 낮게 제시하고, 이런 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쓰쿠다 앞에 시나 사장이 나타난다.

쓰쿠다제작소와 관련된 일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시나와 사야마제작소... 쓰쿠다는 잘 해결할 수 있을까.

 

한편, 후쿠이의 의과대학으로 직장을 옮긴 예전 쓰쿠다제작소 직원이었던 마노는 쓰쿠다에게 인공판막에 쓰일 부품 제작을 의뢰하지만,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를 받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후에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어 쓰쿠다제작소 측은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인공판막 개발의 동업자 사쿠라다의 최첨단 공장을 견학하고 사쿠라다가 인공판막 개발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하는 이유를 알게 된 쓰쿠다는 인공판막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다.

 

로켓에서 인체로.

쓰쿠다제작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_ p. 101

 

 

 

-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인공판막 개발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개발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그들의 개발 성과를 가로채려는 이들이 사사건건 방해를 시작한다.

코어하트를 개발하려던 니혼클라인과 새롭게 참여하는 사야마제작소, 그리고 대형병원 의사 기후네는 PMDA(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의 인맥을 이용해 인공판막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를 방해한다.

어김없이 드러나는 대기업의 논리와 정부의 관료주의에 찌든 이들은 지방의사, 지방 중소기업, 그리고 쓰쿠다제작소를 무시하며 제대로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력과 실력은 최고인 이들 아니겠는가.

난관에 봉착할수록 더 의지를 다지는 이들 아니겠는가.

변치 않는 열정과 끈기로 다시 한번 쓰쿠다 프라이드의 기적을 만들어낸 쓰쿠다제작소 직원들과 쓰쿠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업이나 관료의 논리, 혹은 어떻게든 성공하려는 이들은 그들만의 논리와 사고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일에 대한 열정도 마찬가지겠지.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하고, 벽에 부딪칠 때 도망친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쓰쿠다의 말처럼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기는 쉽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럴 힘든 시기에야말로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변두리 로켓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본다.

긍정적인 사고로 꾸준히 열정과 성실을 유지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도 너무너무 기대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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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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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게 서양미술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방구석 미술관>에 이어, 이번엔 한국 미술의 거장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이 출간되었다.

 

한국미술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책이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처음에는 괜히 고민했다. 유명한 작품 외에는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데, 한국 미술이라고 할 때는 떠오르는 게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매력적인 한국 미술가 10인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편》에는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 등 10인의 한국 화가가 나온다.

이 10분 중에서 내가 아는 분은 이중섭, 나혜석,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 5분 뿐... 그것도 그냥 이름을 들어본 적 있다는 정도이지 잘 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서양의 화가인 고흐나 밀레, 모네, 클림트 등은 알면서 왜 한국 화가에 대해서는 이리도 무지했을까...?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림을 그렸으나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의 불운으로 그는 가난했고 사랑하는 가족과도 생이별을 했다. 그럼에도 다시 만날 가족을 위해 그림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그였지만, 혼탁한 시대는 그의 그런 꿈을 꺾어 버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원조 신여성이었던 '나혜석', 그녀 역시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며 근대교육을 받았기에 시대의 모순을 더 빨리 느꼈고, 붓과 펜으로 신여성을 외쳤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열심히 자신의 꿈과 기량을 펼치려던 그녀는 세계일주를 하며 새로운 문물을 접하지만 독이 된 만남으로 가족과도 떨어지고 사회에서도 버림받는다.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그는 일제강점기 비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서화를 시작으로 미술계에 입문한다.

그는 고정된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서양화와 동양화를 접목시키고, 회화를 그리는 방식도 변화시키며 그림을 그린다.

또 밥 먹을 돈도 없을 만큼 궁핍한 상황에서는 신문, 잡지 등을 주워와 잘게 찢어 그림을 그려 '서예적 콜라주'라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후에 간첩 화가로 낙인찍혀 조국에 의해 버려진 그, 그래서 타국에서 맞이한 그의 마지막은 안타깝고 슬펐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예술가에 대한 이미지를 단번에 깨버린 그는 사업 천재였단다. 당시 생소했던 추상미술을 발빠르게 선택했던 그,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미술을 할 수 없었던 시대 상황 때문에 어부 생활도 했지만 결국 다시 추상 미술의 세계로 돌아간다.

사실 나는 추상미술은 좀 어렵다. 보이는 대로 느끼고 싶은데, 추상미술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조금 감이 안 잡힌달까...

 

아이의 낙서처럼 심플한 그림을 그린 '장욱진', 돈에 대한 관심 없이 오로지 예술만을 추구했던 그는 평생 수표가 뭔지도 몰랐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상황에서 폭음에 빠지기도 했지만 역시나 그림을 그려야만 살 수 있었던 그. 다행히도 그의 옆에는 그를 지지하는 아내가 있었고, 그녀는 그를 지지하고 보필한다.

둘째 형구가 태어난 후 그의 그림에 아이와 가족이 자주 등장했다고 하는데, 그림들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따뜻해서 이 책 속에서 소개된 화가 중 가장 내 마음에 남았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그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기 위해 이름까지 바꾼 부인 '김향안'과 평생 애정과 신뢰가 가득한 생활을 했다.

서울 부암동에 있다는 '환기미술관'에 언젠가는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민을 친근하게 그려온 국민화가 '박수근', 그림을 그리며 미술교사로 소박하게 살던 그는 한국전쟁으로 가족들과 떨어졌지만 기적처럼 아내와 아이들이 서울로 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평범한 서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그, 그의 그림 속에서 평범한 서민들은 부처로 승화된다.

 

독립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사랑에는 실피했지만 그 시련 속에서 그녀는 뱀을 그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서른다섯 마리의 뱀이 그려진 '생태'로 유명세를 얻는다. 홍익대 교수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슬럼프를 겪게 되고 다시 뱀을 그리고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그녀의 그림 속 여성들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

그녀의 유명한 작품들은 여인의 모습이 많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접한 적이 있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그는 처음부터 미술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음악을 공부하며 서양의 전위적 음악가 '쇤베르크'에 대해 알게 되고, 쇤베르크의 전위적 음악을 뛰어넘고 싶어 유학을 간 서독일에서 다른 전위적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초의 TV 작품을 만들기 위해 13대의 TV가 필요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송금받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 주식이 짭잘한 수익을 안겨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주식이 잘못 되었으면... 에고, 이런 훌륭한 예술가를 못 만날 수도 있었겠다.

사실 지금 내가 그의 작품을 본다고 해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듯 하긴 한데, 저렇게 이른 시기에 독창적이고 새로운 걸 창조하고 노력하다니, 예술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지만 'TV첼로'는 너무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돌조각을 예술로,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 그는 철학자이자 미술가였다. 어린 시절에는 문학가를 꿈꾸었지만, 삼촌의 병문안으로 가게 된 요코하마에 남게 되고 철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는 후에 글로 당시의 화두에 대한 견해를 밝히게 되고, 그 글은 일본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고정되고 완성된 어떤 한 형태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떤 장소에서 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창조되기 때문에 작품의 제작연도도 '1969/2013'과 같이 쓰여있다고 한다.

아, 어렵다. 그런데 흥미롭기도 하다.

 

- ✍

자신의 한계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새로운 창조와 변화를 서양 관점에서 보지 않고, 우리 것을 융합시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던 분들이었다.

어렵고 힘든 고통의 상황에 놓이더라도 자신의 그림을 놓지 않고, 유학을 가고 타지에서 생활하면서도 한국적 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방구석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한국미술에 대해 좋은 공부가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책을 통해 이제 겨우 10분의 한국 현대 화가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더 많은 화가가 계실 텐데, 앞으로는 더 관심있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그 시작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새롭고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의 이 어지러운 코로나 상황이 사그라들면, 이 분들의 작품을 보러 가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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