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을 다 썼는데

커피를 마시려다가 놓쳐서 책상에 커피를 흘리고 그걸 닦으려다가 컴퓨터 전원버튼을 눌러버렸다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벌어졌다. 썼던 일기는 그냥 마음 속에 집어 넣기로 하고......

친구 집에서 출근하면 여유롭다. 오늘 아침에는 파리바게트에서 로스트 치킨 샐러드를 사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처럼 폭풍흡입했다. 오천오백원짜리니까 하나도 남기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더 좋은 샐러드를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침 출근길에는 오가페 아니면 이곳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포인트 없이 오가페 가는 건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니까... 이렇게 쓰고 있는데 임시 저장글이란 게 있네!? 올레!

그래서 다시 만난 나의 일기 두둥

 

 

 

어제는 월요일이었고 날씨가 몹시 좋았다.

와씨 진짜 봄이 오긴 오는 건가 싶었던 날씨.

그러다보니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계속 밖에 머물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친구가 나와 주었고 함께 명동까지 걸어가서 친구 물건을 환불 받고 정처없이 걷다가

그 유명한 맘스터치 버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싸이버거도 맛있겠지만 나는 퍽퍽 목메이는 휠렛버거가 좋당.

먹으면서 단백질 왕이 되는 기분이었당.

사실 휠렛버거를 먹고 돌아다니다가 친구집에서 뭔가 주전부리를 와구와구 씹으며 밀회를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패티 덕에 주전부리는 실패하고 후암동까지 걸어가자고 멘트를 날렸다.

호기롭게 걷기 시작했는데 길을 모르는 게 함정. 남산 케이블카 탈 뻔했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를 빙빙 돌기도 하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 날씨가 좋았으니까. 공기가 좋진 않았겠지만 공기 안 좋은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씨 좋은 건 하루 이틀이니까. 기관지 정도는 희생시키고 그냥 기분 좋을 대로 걸었다. 신세계를 드디어 탈출해서

서울역을 지나 갑작스레 작아진 것만 같은 건물들 사이로 언덕길을 언덕언덕 숨 넘어가듯 열심히 걸어가니 도대체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친구집도 나오는구나. 내 친구의 집은 꽁꽁 숨어있고 이상하지 숙대 근처인데 건물 이름이 이화야...왜징

생각해보니 그 사람많던 명동에서 돈을 쓴 거라고는 이천원짜리 클렌징티슈와 저녁으로 먹은 버거밖에 없었다. 이건 또 왜지. 돈 쓰는 거 하면 나인데. 요새 나는 뭔가 돈을 이상하게 쓰는 것 같다. 거의 쓰지 않고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몰아서 확 사버리는 듯한. 돈을 왜 몰아서 쓰는 거지. 그게 또 맛이 있긴 하지만.....뭔가 좋지 않은 소비패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시간 반은 넘게 걸어다닌 다리는 스트레칭으로 쭉쭉 펴주고 대충 씻고 바로 밀회를 보게 될 줄 알았더니 친구는 뭔가 할 일이 있다며 책상에 앉아버리고. 그래서 나는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더 이상 정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자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두둥

좋구나 좋은 문장들이 참 좋게 있구나 싶었다. 책 자체가 조용하고 침잠되어 있는데 되게 예쁘게 침잠되어 있는 듯한

예쁘다기보다는 반짝반짝 ? 아 모르겠다 우릴릴리히

그러다 같이 누워서 밀회 3, 4화를 봤다. 밀회 잼. 언제나 재밌다고 하는 드라마를 일 년 뒤에 보게 되는 게 이게 아쉽진 않다. 일 년 묵혀서 보는 맛이 있다. 일단 몰아서 볼 수 있음. 그게 최고.

왜 친구 집에서 자면 금방 잠들까? 내 방에 누워 있으면 그렇게 잠드는 게 어려운데. 심지어 내 방의 매트리스가 훨씬 좋은데! 왜 나는 내 방에서는 일찍 잠들지 못하는가.

1. 너무 익숙해서?

2. 핸드폰을 자주 만지게 돼서.

3. 1번과 비슷한 이유로 익숙하기 때문에 잠드는 것 말고도 생각할 게 많아서.

뭐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여튼 잘 잤다. 일어날 때 피곤피곤하긴 했지만 눕고 얼마 안 지나서 잠들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

 

이렇게 만족해놓고 커피 흘려서 다 잃을 뻔

계속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테라스에서 맛잇는 맥주 마시면서 바깥 구경하고 싶다. 좋은 노래 들으면서.

맥주 마시면서 책 읽고 싶다. 집에서는 잘 되지 않지만 바깥에선 왠지 잘 되는 것 같아. 혼자 앉아서 그런가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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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쳐놓은 노래

 

 

 

무얼 하니? 뭐든지 조금씩

넌 무슨 재능이 있지? 몰라,

예측, 시도,

힘과 혐오……

넌 무슨 재능이 있지? 몰라……

무얼 바라니? 아무런 것도, 그러나 전부를

 

무얼 아니? 권태를,

무얼 할 수 있지? 꿈꾸는 걸

매일 낮을 밤으로 바꾸려고 꿈꾸는 걸.

무얼 알지? 꿈꿀 줄을,

권태를 갈아치우려고.

 

무얼 바라지? 내 행복을.

무얼 할 생각이지? 앎,

예측, 능력을 얻을 작정이야,

아무짝에도 쓸모 없지만.

무얼 겁내니? 의욕을

넌 누구니? 아무 것도 아니야!

 

어디로 가니? 죽음으로

어떤 조치가 있겠는가? 그만두기,

개 같은 팔자로

더 이상 되돌아가지 않기

어디로 가니? 끝장 내러 간다

무얼 할 것인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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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고 잠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던 것 같은데 내가 잠이 들었나봐.

그리고 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나는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 500미리짜리 맥주 캔 서너개를 컴퓨터 본체로 가려놓고 한 캔씩 까먹었다.

파티션 위로 눈치를 봐가며 맥주를 홀짝홀짝거리다가 꿀꺽꿀꺽 넘기기도 하다가 그랬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이상하지. 눈치를 봐가면서까지 내가 거기서 맥주를 마셔야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마셨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옆 차장님이 너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셨고, 물어봤다기보다는 화를 내셨겠지.

나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한손에 든 맥주캔을 내려놓고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혼나는 와중에도 나는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계속 맥주캔을 바라봤던 것 같다. 진짜 겁나 먹고 싶었나보다. 꿈 속에서.

그러고 나는 쫓겨났나?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새벽에 깨서 이닦고 다시 잤다. 이게 무슨 꿈인가. 맥주 마시다 자도 맥주 마시는 꿈을 꾸다니. 그나저나 꿈 속에서도 맥주를 계속 마시고 싶은 걸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맥주귀신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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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으아앙 ㅏㅇ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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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불현듯 터무니없지만 정확한 감각을 느낀다. 은밀한 깨달음을 통해서 내가 아무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아닌 사람. 전적으로 아무도 아닌 사람. 빛이 깜박하는 동안 내가 도시라고 믿었던 그곳은 황량한 목초지였다. 내게 나 자신을 보여주었던 사악한 불빛은 그 목초지 위의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

 

*

 

모든 감정에 개성을. 모든 정신 상태에 영혼을 주기

 

*

 

지루함은 내게 속한 것이고, 그것은 늘 현재하는데 말이다. 내가 존재하는 그곳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데, 나는 왜 존재할까? 질병이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니라 나의 폐 안에 있다면 나는 어디에서 더 잘 숨을 쉴까? 나는 순수한 태양과 자유로운 들판, 눈앞에 보이는 바다와 넓은 수평선을 열렬히 꿈꾼다. 하지만 내가 여덟 계단을 내려가 잠을 자지 않고, 음식을 먹지 않고, 도로에 가지 않는 것이, 모퉁이 담배 가게에 들르지 않거나 게으른 이발사와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것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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