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좋은 휴일이어따......

 1월 1일이 되는 순간, 나는 침대에 엎드려 손창섭 <잉여인간> 실린 첫번째 단편 <비 오는 날>을 읽고 있었다. 창 밖에서 뻥뻥 소리가 났다. 야 뭐 그렇게 폭죽까지 터뜨리면서 축하를 하냐. 전쟁나는 줄 알았다. 여튼 <비 오는 날>로 시작하는 병신년은 처연하고 처연하도다. 그날 오후엔 서울로 이사 온 친구의 짐정리를 도와주었다. 작년 12월 31일에도 누군가의 이사 짐정리를 도왔던 기억. 추운 겨울마다 이사하는 우리, 우리들 엉엉. 친구의 집은 월세가 굉장하다. 굉장히 싸다. 서울에 이런 월세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 물론 오래되었고 세면대도 없지만, 친구는 별 상관 없단다. 단지 집에 혼자 있으려니 적막하다고. 아직 노트북도 인터넷도 설치하지 못한 방은 얼마나 고요할까. 책이라도 읽으라고 했더니 그건 싫단다. 흥. 싫음 말구.

 그래놓고 나도 사실 이번 휴일동안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친구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인간의 대지> 몇 페이지 읽은 것과 31일에 카페에서 온힘을 다하여 <심연으로부터>를 읽은 게 다다. 아직도 <심연으로부터>를 다 읽지 못했다니. 에라이. 토요일엔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BBC에서 방영됐다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3부작 드라마를 보았다. 영드는 영드답게 색을 끼고 광활한 자연 이미지와 불안한 눈빛과 슬로 모션이 가득. 한 6부작 정도였으면 좋았겠다 싶었지만 덕분에 이 이야기를 다시 씹어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건가 싶기도 하고. 일요일엔 <인데버> 봤다. 소설 모스 경감 시리즈의 프리퀄 격 드라마라고 한다. 60년대 옥스포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 어제 세 편 보다 잠들었다. <셜록>이 능수능란한 느낌이라면 <인데버>는 어벙하다가 팍팍! 하는 느낌이다. <인데버>의 매력은 음악인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 적재적소에 들어가고 장면에 깔리는 배경음 또한 일품인듯. 이상하게 추리 소설은 거의 안 읽으면서 드라마는 죄다 이렇다. 아 나는 정말 드라마를 좀 끊어야할 것 같은데. 올해도 실패겠지.

 

 사람들이 복 받으라고 할 때마다 그냥 당신 다 받으라고 했는데 이야기하다보니 복이라는 게 뭐 어마어마한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저 아주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복 아니겠느냐고 답이 나왔다. 그래서 복 받기로 했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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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름 2016-01-05 08:41   좋아요 1 | URL
cyrus님도 복 많이 많이, 최대치를 넘어서 받으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