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에서 뭘 보다가 메모하는 종이에 '화가 나서 접시라도 깨야할 것 같은데'라고 써두었다. 정말 화가 나서 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써놓은 것일 수도 있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옆자리 차장님이 누가 널 화나게 했냐고 물어보았다. 민망해서 헤실헤실 웃다 자리에 앉으니 아 진짜 접시라도 깨고 싶은 마음.

 너무나 당연하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을 열심히 노려보아야징.

 이 주 전에는 필립 가렐 전시&회고전을 보러 갔다.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월 말까지 전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관 안 영화관에서 보지는 않고 전시실 안에서 상영하는 (무려 35mm필름 영사기를 볼 수 있다능! 챠챠챠챠챠챷챹 돌아가는 소리!)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보고 비스듬히 바닥에 놓인 <처절한 고독>과 <폭로자>의 움직임도 보았다고 한다. 영화는 맥락을 쫒을 수 없었다. 그럴 것이라 생각은 했으나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불란서 영화를 보자니 뭐랄까 벤치에 앉아서 믿을 수 없는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찍는 사람도 찍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였으니 보는 나도 보고 싶은 것과 보게 된 것만 보았다.

 퇴근하고 집에 안 드러눕는 중이다. 카페에 가서 읽거나 쓰거나 하는데 음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물론 이렇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건 진작 알았지만. 매일 그저 드러눕고 싶은 마음. 맥주로 노곤해진 몸을 뜨뜻하게 지지고 싶은 마음이 이불처럼 나를 덮치네.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만 열심히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먹다가 지쳐서 드러눕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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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에는 일을 제쳐두고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고 싶어요. 이번 주가 활동하기에 편안한 시기라고 하더군요. 겨울이 아닌 것 같아요. ^^;;

이름 2015-12-09 08:24   좋아요 0 | URL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브릭전도 하더라고요?! 날리는 눈발에 젖기 전에 보고 와야겠어용 힣힣
그래도 밤만 되면 뭔가 겨울이다 겨울이야 싶으니 몸은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