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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다 기차의 추억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준미 옮김 / 하늘연못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카프카의 소설이 왜 좋은지 설명할 방도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읽은 범위 내에선 <변신>이나 <성> 말고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서양식 선문답 같은 <짧은 우화> 등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작품을 읽는 동안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 반영된 현실, 독자로서 얻을 수 있는 효용 등 작품에 주입하거나 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기에 온전히 그 글 속에 잠입하여 그 세계에 나를 맡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카프카 소설의 마법이며, 용해이며, 소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아직 덜 읽었습니다. <사냥꾼 그라쿠스>까지 읽고 ‘야 이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음을 어디엔가 떠들고 싶어서 자판을 두들기는 것뿐입니다. 꿈 같은 이야기이라기엔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라기엔 환상의 지분이 많습니다. 근엄하게 읽기엔 뭐라 꼬집어 말하기 힘든 우스개가 있고, 그렇다고 마음 놓고 웃어가며 읽을 수도 없습니다. 문장 몇 개를 인용해볼까요. 하지만 맥락을 잃은 문장은 왕국을 잃어버려 몰락한 왕처럼 볼품이 없어집니다. 카프카. 카프카. 언젠간 저도 왜 좋은가에 대한 앞뒤 말 맞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