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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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실패하고 친구라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무엇을 할 힘도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런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기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친구에게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서일까?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목표가 내 목을 계속해서 조이기 때문일까?

 

<소유냐 존재냐>를 쓴 에리히 프롬의 글을 모아 엮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이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200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만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그런 내용이다.

 

이 책은 첫 페이지의 차례만 읽어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01 인간은 타인과 같아지고 싶어 한다.

03 자유는 진짜 인격의 실현이다.

04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내 생각을 완전히 뒤흔든 문구를 ‘7장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에서 만났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그래, 어쩌면 이런 용기가 없기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우리는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 타인처럼 살아가야만 한다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야 한다면 아무리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러워 보일지라도 어느 순간 그런 내 모습에 다시 실망하며 또 다시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내 자신의 자아를 강하게 키우고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모든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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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인간이해 - 세 가지 키워드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홍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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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유독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은 읽은 적이 없었다. 프로이트, 칼 융과 함께 세계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은 어떤 것일까?

 

아들러 심리학의 토대는 바로 아들러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명민한 형과는 달리 학교 성적이 부진했던 그는 신체적으로도 약해 상당한 열등감을 가졌는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아들러는 유년기에 형성되는 열등감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 개념은 열등감과 보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갖게 된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삶의 목표를 세우게 되면서 발달하는 것이 바로 인정 욕구이다.

 

개인적으로 열등감에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 돌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그렇게 많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열등감 중 하나는 같은 반에 살던 친구가 워낙에 부자였기에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던 집안에 대한 열등감을 가졌던 기억이다.

 

아들러의 주장처럼 그런 열등감이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들었는지를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다.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보상 혹은 인정 욕구는 상당히 강하게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러의 말처럼 열등감은 우리의 편견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내 삶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할지, 내 삶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할지는.

 

아들러는 열등감을 표출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로 공동체에의 헌신을 꼽는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 무언가를 기여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모습은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일처럼 공동체의 일에 열심을 내는 사람들 말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러가 첫 머리에서 말했듯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만과 자만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알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착각에서 깨어나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해의 올바른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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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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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저자 미코 림미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핀란드 작가로 2004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빨간 코의 날>2010핀란디아상최고 작품상을 받았고 그 후 유럽 6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사실 북유럽 소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북유럽 스릴러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작품들이 출판되었다. 몇몇 작가들은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장르 소설과는 달리 일반 문학 소설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작품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오호.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고 슬프다. 가벼운 톤으로 그려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직장도, 친구도 없는 50대 여성. 하나 있는 아들과도 소원하게 지낸다.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시장 연구소 직원으로 가장한 채 타인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슴 깊이 다가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은 외로움에 젖어든 걸까?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말(물론 부정적인 의미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지만)이 이 시대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다. 식사 때가 되면 반찬을 나르느라 바쁜 아이들, 평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던 어른들의 모습.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족이 아픈 것처럼 옆에서 보살피던 그런 이웃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장면들이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런 삶에서 외로움이란 떠올릴 수조차 없는 낯선 단어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만, 내 가족만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삶은 나 몰라라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외로움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함께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잊어버린 그 순간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학교에서 수없이 들었던 이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그 속에 담겨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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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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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처럼 보이는 곳에 묻힌 8개의 발바닥. 이를 비장한 모습으로 쳐다보는 두 명의 여성. 만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써늘한 느낌도 감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걸까?

 

영화,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박연선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의 이미지는 앞에서 설명한 표지처럼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체라는 말에 섬뜩하지만 막상 소설 전반에 펼쳐진 분위기는 무서움이나 공포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분위기가 줄곧 이어진다.

 

이게 뭐지? 미스터리라고 하면 왠지 음산한 분위기나 두려움에 책장을 넘긴 힘든 분위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의 장르를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라고 한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떠오른다. 코지 미스터리? 찾아보니 편안한, 친밀한 미스터리를 말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여타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 사건을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소설은 첫 문장부터 독자의 웃음보를 빵 터트리며 시작한다.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졌구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정겨운 소리로 시작해서인지 코지라는 말처럼 정말 편안해진다. 얼마나 재미있으려고 처음부터 이러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계속해서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소소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역시 영화, 드라마로 유명한 작가라서 그런지 독자들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완전히 다르다.

 

삼수생 강무순과 걸걸한 입담의 홍간난 여사. 여차저차 해서 함께 지내게 된 두 명의 여자가 바로 표지에 나온 그녀들이다. 초반부터 티격태격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독자를 사로잡는 그 순간 딱히 할 일이 없던 강무순의 호기심이 묻혀 있던 옛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바로 네 소녀 실종 사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홍간난 여사와 강무순, 그리고 영원한 꽃돌이 유창의가 모였다. 네 소녀 실종 사건은 왜,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이들 탐정 트리오가 해결할 수 있을까?

 

무더운 여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마지막 순간 책을 덮으며 끝없는 사색에 빠져들 이야기들이 그 속 깊은 곳에 담겨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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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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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던 소설이었다. 작가의 전작 <A씨에 관하여>를 읽고 이미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작품에서는 무슨 얘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졌다.

 

책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과 고대 악마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한 얼굴을 가진 인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존재가 끈으로 엮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 보면 울고 있는 소녀가 악마 형상의 존재에게 묶여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는데 과연 두 존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표지 그림뿐이 아니다. 제목도 상당히 기묘하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민모션증후군이 도대체 뭐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병명에 호기심이 커져만 간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그런 증후군이 있다.

 

민모션 증후군 (Minmotion Syndrome)

- 울고 싶은데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증후군.

 

마음이 많이 슬퍼 울고 싶을 때 소리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행동으로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비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의 현상.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덧붙이자면 슬픔을 슬픔으로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병이란다. 설명을 읽고 보니 희귀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가는 현대인이 가진 이 아픔을 그려내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생각보다 더 깊은 아픔이 툭 튀어나온다. 그것도 아주 특이한 환생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서윤, 유안, 지한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에는 사랑이라는, 자살이라는, 이혼이라는 무겁디무거운 이 세상의 단면들이 담겨있다.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었지만 18세 소녀가 어른들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이렇게 펼쳐놓을 수 있다니, 거기에 더해 아픔을 다듬는 나름의 해법까지 제시하다니 이제는 타고난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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