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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소개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저자 미코 림미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핀란드 작가로 2004년 ‘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빨간 코의 날>은 2010년 ‘핀란디아상’ 최고 작품상을 받았고 그 후 유럽 6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사실 북유럽 소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북유럽 스릴러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작품들이 출판되었다. 몇몇 작가들은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장르 소설과는 달리 일반 문학 소설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작품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오호.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고 슬프다. 가벼운 톤으로 그려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직장도, 친구도 없는 50대 여성. 하나 있는 아들과도 소원하게 지낸다.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시장 연구소 직원으로 가장한 채 타인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슴 깊이 다가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은 외로움에 젖어든 걸까?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말(물론 부정적인 의미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지만)이 이 시대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다. 식사 때가 되면 반찬을 나르느라 바쁜 아이들, 평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던 어른들의 모습.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족이 아픈 것처럼 옆에서 보살피던 그런 이웃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장면들이 결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런 삶에서 외로움이란 떠올릴 수조차 없는 낯선 단어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만, 내 가족만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삶은 나 몰라라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외로움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함께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잊어버린 그 순간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학교에서 수없이 들었던 이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그 속에 담겨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