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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6년 6월
평점 :
책을 읽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던 소설이었다. 작가의 전작 <A씨에 관하여>를 읽고 이미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작품에서는 무슨 얘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졌다.
책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과 고대 악마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한 얼굴을 가진 인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존재가 끈으로 엮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 보면 울고 있는 소녀가 악마 형상의 존재에게 묶여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는데 과연 두 존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표지 그림뿐이 아니다. 제목도 상당히 기묘하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민모션증후군이 도대체 뭐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병명에 호기심이 커져만 간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그런 증후군이 있다.
민모션 증후군 (Minmotion Syndrome)
- 울고 싶은데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증후군.
마음이 많이 슬퍼 울고 싶을 때 소리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행동으로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비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의 현상.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덧붙이자면 슬픔을 슬픔으로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병이란다. 설명을 읽고 보니 희귀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가는 현대인이 가진 이 아픔을 그려내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생각보다 더 깊은 아픔이 툭 튀어나온다. 그것도 아주 특이한 환생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서윤, 유안, 지한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에는 사랑이라는, 자살이라는, 이혼이라는 무겁디무거운 이 세상의 단면들이 담겨있다.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었지만 18세 소녀가 어른들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이렇게 펼쳐놓을 수 있다니, 거기에 더해 아픔을 다듬는 나름의 해법까지 제시하다니 이제는 타고난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