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바스 - 가상다큐 동아시아 2017
강희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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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도, 우리에게 던지는 중국의 우호적인 손짓도, 도대체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북한의 움직임도. 이런 국제 정세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떤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방향은 제대로 된 방향인 걸까? 아니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돌고만 있는 것일까?

 

섣불리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중국,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일본, 한 민족이지만 이제는 그 어떤 민족보다 더 멀리 있는 듯한 북한. 이들과의 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국제 정세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주변국들은 어떤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 이들 각 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각 나라의 전략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독자들이 쉽게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의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으며, 명확한 사실 관계를 알아야 할 경우에는 별도로 구별해서 설명하였다. 또한 중간 중간 각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글을 실어 각 국의 정황이나 속내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에서는 독도, 센카쿠 열도, 일본 평화헌법 개정 등을 소재로 가상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미 한두 번쯤은 들어보았거나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물론 저자의 예측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자의 예측에 동의하든지 혹은 그렇지 않든지 간에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에는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국들과 미묘한 관계로 얽힌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중시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보력과 이에 대한 분별력 혹은 판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이 취한 전략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2017, 저자가 예측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기에 정부적 차원이든지 혹은 국민적 차원이든지 간에 우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으로 설 수 있을 때, 동아시아 정세는 우리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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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벌 - 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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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용서를 구하는 대신 자신들을 정당화하기에 바쁜 이들, 여전히 남의 나라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자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망가뜨렸음에도 망발을 남발하는 후안무치의 인물들이 다스리는 나라. 그렇기에 도저히 가까워지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이런 인식의 일본은 역사상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의 시기에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일본은 이 전쟁들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전쟁을 준비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조선정벌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이다. 이 책은 시인이며 역사 저술가인 저자 이상각은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자국 영토 주장, 군사대국화 등을 외치는 일본과 소위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단체와 학자들이 과거 일제의 행적을 비호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며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다. 저자의 말 한 마디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책에는 조선의 망국과 병탄 시기에 활약했던 일본인 19명의 행적이 담겨있다. 19명의 인물 중에는 신화 속 인물을 역사적 인물로 조작하고 정한론을 구체화한 요시다 쇼인,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성전이라고 외치며 조선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몬 고이소 구니아키, 식민의 문명의 전파라고 외친 니토베 이나조, 명성황후 시해를 구상하고 배후 조종한 이노우에 가오루 등이 있다.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고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도 있지만 이들의 행태는 똑같다. 한국인으로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결코 잊을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니토베 이나조가 기억에 남는다. 지식인의 잘못된 행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특히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이들처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인 일본인들도 있다. 조선의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 사랑하는 아나키스트 박열 의사와 함께 제국주의 일본에 정면으로 맞섰던 가네코 후미코 등등.

 

오늘날의 일본은 어떤 인물들이 권력을 잡아 행세하고 있는 걸까? 눈에 보이는 아베 정권의 모습은 결코 용서 못할 자들의 행적을 뒤쫓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행보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 과연 일본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진심어린, 특히 권력 중심에 있는 이들의 진심어린 반성이 있지 않는 한 한일 양국 관계는 결코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잊지 않고 있기에, 결코 잊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저자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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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 탐사 - 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의
권석하 지음 / 안나푸르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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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제주도를 여행했다. 제주도의 빼어난 절경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고 다양한 먹을거리에 입도 마음도 즐거웠다. 이런 즐거움에 더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가 주는 매력은 말로 다하기 어렵다. 물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인간이라는 공통점, 하지만 그런 공통점을 다르게 표현하는 다양성에 새로운 시각이 열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유럽 문화 탐사>는 내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그 속에 또 다른 공통점을 지닌 유럽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너무나 유용한 책이다.

 

오늘날 다양한 여행 관련 서적들이 출판된다. 여행하는 사람마다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부분이 다르기에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들도 각각 다르다. 이 책을 쓴 권석하님은 예술문화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렇기에 저자가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닌 유럽 각 지역의 예술인, 예술 작품, 문학, 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예술가 혹은 작가의 생가를 방문하거나 그가 작품 활동을 했던 공간들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은 없다. 그냥 그렇구나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작가에 대한 관심을, 음악가에 대한 관심을,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진짜 그들이 살았던 곳의 모습을 보고 싶고, 그들이 활동했던 도시에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싶다.

 

이렇게 호기심이 생기고,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저자의 말처럼 본 만큼 느끼고 싶어서이다. 물론 언제 유럽에 가서 저자가 말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꿈은 지금부터라도 꾸어야겠다. 그 언젠가 그곳에 가서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또한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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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이덕일 지음 / 만권당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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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과연 1945년 광복되었는가?

대한민국은 독립 국가인가?

대한민국에 과연 정부는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한 사람을 미친놈처럼 취급할 것이다.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그 답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그는 왜 이런 질문들을 던진 것일까?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20여 년 동안 식민사학과 맞서 싸운 저자는 이 땅의 매국사학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제작한 <동북아역사지도>를 보면서 한탄을 금치 못한다. 저자는 소위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주류로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든 자들이 위나라의 조조가 경기도까지 점령했다고 말하면서 한강 이북을 중국에 팔아먹고, 임나일본부설의 변종으로 일본이 한반도 남부(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일부에 이르는 지역)를 경영했다는 한반도 남부 경영설을 들먹이며 남한의 고대사를 일본에 넘기고, 의도적으로 독도를 지워 독도가 한국 강역이 아니라 일본 강역이라고 은연중에 주장하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추종하고, 일본의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이 <동북아역사지도>에 그대로 담겨있다고 말한다.

 

설마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문제는 이런 매국사학자들이 벌인 심각한 역사 왜곡에 대해 정부나 교육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위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울분을 터트린다.

 

어이가 없어도 너무나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올바른 역사 확립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만든 지도가 오히려 중국과 일본의 그릇된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이라니. 그런 주장을 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담당하는 주류 사학자들이라니. 이들에게서 역사를 배우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사관을 그대로 답습하는 현실이라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후손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해 정부가, 교육계가, 학계(뼈 속 깊이 식민사관에 물든 자들을 제외한)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하고 그릇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매국노들을 이 땅에서 내쳐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식민사관에 찌든 한국사학계에 그래도 저자와 같은 이들이 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올바른 역사를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생각만으로도 정말 끔찍하다. 이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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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조원경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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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멀리 떨어져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바로 경제이다. 하지만 경제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수많은 경제학 용어로 뒤덮인 이야기들이 우리를 어지럽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프와 수식으로 제시하는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 거리에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경제이다.

 

이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분야에도 세간에 잘 알려진 경제학자들이 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역사 속 경제학자들 중 10명을 추려 이들이 주장한 경제 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이채롭다. 바로 10명의 경제학자들을 법정(학교 수업중에 이루어진)에 세워 그들의 이론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재판 중 이루어진 논쟁에서는 해당 경제학자들만이 발언뿐 아니라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과학자 등 시공을 초월한 인물들의 주장들도 논의된다.

 

인구론의 멜서스에서 결혼 경제학의 게리 베커에 이르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그 시대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오늘날의 현실에만 적용하여 판단한다면 이는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장범 교수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이들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가진 오만과 편견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사실 맬서스, 리카도,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즈 등은 이름이나 그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경제학자들은 이름조차 생소했다. 그러다보니 쉽게 설명한 이들의 이론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반 경제학 서적과는 달리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하기에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균형 잡힌 시각을 세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 말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에 깊이 동감하였다. 이는 경제학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에 적용해야 할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바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깊이 곱씹고, 곱씹어야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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