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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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짧은 글에 인생의 단면을 이렇게 제대로 실을 수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빠 지금 살아가는 현실의 삶을 제대로 보는 것조차 어렵기만하기에 그런 삶을 짧은 이야기에 담는다는 건 평범한 이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등장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깊이 있게 표현한 안톤 체호프의 <자고 싶다>에는 총 9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체호프는 이 책에 실린 <관리의 죽음>을 비롯해 400여 편의 단편소설과 여섯 편의 희곡을 쓴 러시아의 작가로 톨스토이가 세계 최고의 작가로 추켜세운 단편 소설의 대가이자 오 헨리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첫 작품부터 말 그대로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이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작품은 <관리의 죽음>으로단 6페이지(책의 크기다 다른 책보다 작은 관계로 실제로는 4-5페이지 정도 분량이 아닐까 싶다)로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한 번의 재채기일 뿐인데그 재채기가 관리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다니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과 체르뱌코프로 대변되는 인간의 본성(절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람들도 적지는 않겠지만)에 대한 표현을 보면 체호프가 단편 소설의 대가인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8편의 작품들에서도 체호프의 매력이 물씬 풍겨난다바로 내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일들이기에또한 그 속에 담긴 아픔이 너무도 가슴 절절하기에 쉽게 그 여운을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다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체호프는 인생의 참 모습을사람 사이의 진정한 삶을 짧지만 묵직하게 보여준다이것이 삶이라고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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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창조의 시간 - 자유한 삶을 위한 40일 광야 영성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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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라면 광야에서의 삶을 깊이 묵상하지 않을 수 없다광야에서 40년을 보낸 이스라엘 백성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문제임을 깨닫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광야는 어떤 곳일까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광야를 지나며라는 찬양의 가사처럼 광야는 깊은 어둠의 공간이고 다른 누구와도 함께 하지 못하는 홀로 서야 하는 공간이다모래 바람이 휘날리는 광야에서는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힘에 겨워 수없이 무너져 내리는 곳이다그곳은 홀로 있는 곳이지만 결코 혼자 있을 수는 없는 곳이다.

 

저자의 말처럼 광야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은 결코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다그곳에서 우리는 광야의 신비를 만나게 된다새롭게 태어나게 된다광야는 바로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곳이다하나님을 만나면서 진정한 자유와 안식을 누리게 된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여전히 광야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는다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또한 세상의 수많은 것들에 집착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해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하염없이 걷고 있는 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여전히 광야에서 헤매고 있는 나에게 이 시간은 더욱 값지고 소중했다광야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를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지영혼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어떻게 만나야할지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영성 생활은 영적 체험과 구별된다체험은 한두 번의 특정한 사건에 관심을 갖지만 영성 생활은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이다(p.54)

 

중요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을 일깨운 한 구절이다너무나 당연한 말씀일지 모르지만 마음 한견에는 영적인 체험만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는그렇기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오롯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한두 번의 신비로운 체험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이어져야 한다는광야에서 마주쳐야 하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광야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세상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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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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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공포물이다특히 무더운 여름날에 보는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한 번에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짜릿하다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어렸을 때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장르이기도 했다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허다했다그 시절 가장 무서웠던 공포 소설 중 하나가 <드라큘라>였다.

 

지금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가 너무 흔해 다른 사람의 피로 삶을 이어간다는 게 그렇게 기묘하고 무서운 설정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 처음 접했을 때는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썼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고 무서웠다드라큘라를 읽은 날 밤에는 잠을 자기 위해 드라큘라를 처치하는 방법을 준비하기도 했던 걸 보면 정말 무서워하긴 했나 보다.

 

이번에 다시 읽은 드라큘라는 그런 두려움을 주지는 않았다피 튀기는 장면이 주는 공포보다 삶이 주는 공포가 훨씬 크다는 걸실제로 피를 흘리는 일보다 가슴으로 피를 흘리는 아픔과 고통이 훨씬 크다는 걸 이해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두려움보다는 왠지 모를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조나단미나루시수어드반 헬싱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라 단면적인 구성이 아니라 입체적인 구성으로 다가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지금이야 이런 종류의 소설이 독특한 구성은 아니겠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 나간 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뮤지컬이나 영화로 보던 드라큘라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책에 담겨 있다는 건 분명하다한 구절한 구절을 곱씹는 즐거움도 있고각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것도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무엇보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쁨이 있다는 게 소설을 읽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이 소설은 그런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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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조선의 586 -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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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니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만주벌판을 내달리며 주변 강대국들을 벌벌 떨게 만든 호방하고 진취적인 성향의 고구려중국과 일본에까지 진출하며 우수한 자국 문화를 전한 백제삼국을 통일한 신라그 뒤를 이은 고려 등 각각의 나라마다 긍정적인 평가들이 넘쳐난다하지만 단 하나조선만은 예외이다조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하다왜 그럴까아마 국민보다는 소수의 특권 계층만을 위한 나라, 조선시대에 발생한 치욕의 역사,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그들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기 때문이다물론 조선에 대한 평가가 전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세종성종정종 등의 시대는 분명 자랑스러운 역사의 순간들이다그렇지만 그런 긍정적인 순간을 완전히 묻어버릴 정도의 어두운 시대가 조선에는 더욱 강하게 이어졌다그런 어둠의 시대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바로 사림이다그렇다면 사림은 악한 세력일까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그저 역사의 한 귀퉁이에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을 위해오직 자신들의 신념만을 귀히 여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갔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옳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다만 조선에 깔렸던 어둠에 그들이 한 축을 이루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그런 그들의 모습을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발견했다고 말한 이가 있다한국사를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한 유성운으로그는 <사림조선의 586>이라는 책에서 사림과 586세대를 비교하며 그들이 어떤 공통점을 지닌 집단인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한 사림과 586세대의 공통점을 보면 다른 것들처럼 독자의 반응도 극명하게 나누어지리라 생각한다마치 모세가 일으킨 홍해의 기적처럼 말이다각자가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주장하는 것도 다르니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다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동의하는 사람대로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사람대로 논리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절대 감정적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이후의 감정은 요새 표현으로 하자면 할많하않이다역사가 또한 이 땅을 지켜온 백성들이 때가 되면 평가할 테니까그래도 딱 한 가지만 말한다면 지금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586세대를 사랑하는 이들보다는 절대 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는 이들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예전에 그 어떤 집단을 향한 국민의 마음처럼 말이다그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지금의 모습에 아파하기를 바란다진정으로 아파하기를 바란다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건 한 개인에게 한정된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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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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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방법이 생긴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물론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기에 이런 방법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그 기억이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되어 사용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벌거벗은 채 누군가의 앞에 선 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으로 네이버 추리/미스터리 BEST 5인 <놈의 기억>은 바로 그런 기억 삭제/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사건과 함께 다루고 있다아내가 살해당한 정우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온통 헤집어서라도 살인자를 찾고 싶고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면 기억 삭제라는 방법은 피할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한 부분을 떼어낸다는 건 한 존재의 일부분을 떼어낸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좋은 기억나쁜 기억의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완전체를 이루어내기에 기억을 삭제한다는 건 결국 신체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그렇기에 아프면 아픈 부위를 치료해 낫게 하듯이 아픈 기억도 치료를 통해 낫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정욱이 찾는 범인은 의외로 곳곳에 남긴 작가의 힌트로 쉽게 추리해낼 수 있었다다만 정욱이 잃어버린 기억은 놀라운 반전으로 다가와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이다아마 조만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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