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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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언뜻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문구에 담긴 생각한다라는 의미로 여겨지기도 하고, 세상이나 삶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정의로는 의식이라는 용어를 너무 제한적으로 설명하여 뭔가 중요한 부분이 빠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의식에 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프 코흐는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의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면 왠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할 때 저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이 책은 의식에 대한 과학적 고찰 뿐 아니라 저자의 삶과 연구 과정을 돌아본 일종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특히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다 이를 버리게 된 과정은 2장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뿐 아니라 책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의식에 대한 정의는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의식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의식에 대한 4가지 정의(‘상식적 정의’ ‘행태론적 정의’ ‘신경 단위적 정의’ ‘철학적 정의’)를 제시하면서 이 4가지 정의가 각각 의식의 단면들을 설명해 주지만 실용적인 차원에서는 행태론적, 신경 단위적 정의가 가장 유용하다고 말한다.

 

의식은 분명히 뇌와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의식에 대한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물리주의의 질적 결핍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마음의 기원을 설명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해 저자는 유일하게 확실한 답은 과학에서 나온다고 말하면서 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의 생각은 진화론적 관점을 가진 과학자의 견해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관점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에는 솔직히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과학은 종교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증명하는 한 방편이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적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지 않았듯이, 종교에서 말하는 내용들도 과학적으로 모두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육식에 대해 말하며 십계명을 인용한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과 다른 지각 체계지만 동물들도 자각 능력이 있기에 이를 먹지 말아야 한다면 동물 간의 먹이사슬 관계는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자각 있는 동물들이니 서로를 잡아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동물적 본능이라고 친다면 인간도 동물적 본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물론 저자가 말하는 열악하고 잔인한 사육방식에는 당연히 반대한다).

 

어렵지만 새롭고 다양한 생각들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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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에서 온 소녀 - 잃어버린 왕국
이미희 지음 / 하루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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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와 같은 젊은이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일제 치하 36년이라는 세월을 감안한다면 지금도 한시적이나마 나라를 빼앗겼던 망국의 한을 되새기며 아파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제 36년이 망국의 시절이라고는 하더라도 그 당시를 견뎌낸 분들이 살아 우리의 역사를 면면이 이어나갔기에 역사 속에서 사라진 적은 결코 없었다. 이와는 달리 역사에 그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나라의 백성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야의 역사가 600여 년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국사 시간에 가야에 대해서 배우기는 했지만 비중이 거의 없는 나라였기에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이나 인물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0개의 소국으로 이루어졌던 가야에도 당연히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았음은 분명할 텐데 사라진 패자의 역사여서인가 가야에 대한 이야기는 별달리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2007년 경남 창녕군 송현동 고분에서 순장된 열여섯 살 소녀의 인골이 발견되었다. 소녀의 인골은 송현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작가는 이 이름에서 착안하여 가야라는 나라를 향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야인의 삶과 망국의 설움을 보여준다.

 

비사벌국의 태자는 신라에 병합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고국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고자 자신의 정혼녀인 아라등과 함께 죽간에 가야의 역사를 새긴 후 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긴다. 어느 날 소벌에 숨어살며 죽간을 지키던 송이와 그루의 부모는 쏟아지는 폭우 속에 죽간을 지키려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송이에게 자신이 이모라면 찾아온 여인과 함께 소벌을 떠나는데..

 

소설은 신녀가 된 태자의 정혼녀 아라, 신라의 장수가 된 금관가야의 왕자 무력지(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 너무나 아픈 운명에 휘둘리는 송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야인의 삶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특히 송이를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무력지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비록 소설이기는 했지만 우리 역사 속에 분명히 존재했던 가야라는 나라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들의 삶과 한을 상상해보는 시간이었다. 태자, 신녀가 된 아라, 제사장의 삼각관계, 어린 아이인 송이의 눈으로 본 인간 군상의 모습, 무력지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궁금증 등 아기자기한 이야깃거리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죽간에 가야의 역사를 심어 후세에 알리고 싶었던 태자의 마음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상상이나마 가야인의 삶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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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사관 -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만권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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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국정 교과서 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이들이 부딪치다 보니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주장만 내세우며 한쪽은 국정 교과서로 통일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그저 끝없는 평행선만 이어나간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음은 우리가 직접 목도한 일이 아니기에, 또한 삶을 바라보는 주된 시각이 다르기에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이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문헌을 통해, 또한 고고학적 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야 하는 건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후세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사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식민사관이다. 일제에 의해 강요된 식민사관은 당연히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식민사관의 잔재를 철저하게 뿌리 뽑고 온전한 역사관으로 반드시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가? 과연 우리의 역사 교육이나 인식에서 일제가 남긴 식민사관이 모두 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조선총독부 조선편수사 출신들과 그 후학들이 학계를 꽉 움켜진 채 여전히 식민사관을 암암리에 전파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민족주의 사관은 비뚤어지고 왜곡된 사관으로 여겨지고 일본 학자들에 의한 식민사관이 은연중에 당연한 역사관으로 인정받는다.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식민사관으로 대변되는 두 가지 사안은 한사군의 위치와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이다. 그 중 한사군의 위치와 관련해서 식민사관은 한사군의 위치가 평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료는 전혀 없다. 이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식민사관은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한 이론이 아니라 조선총독부에서 만들어낸 정치 이론이자 정치 선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역사관을 가진 자들이 대한민국의 주류 사학계를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기까지 한 사실은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맞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올바르게 주장해야 할 동북아역사재단이 오히려 중국과 일본의 대변인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더 웃긴 사실은 올바른 역사를 후세에 알리기 위한 중고교 선생님들의 <동북아 평화를 꿈꾸다>라는 수업보조 자료를 학연과 언론을 등에 업은 채 잘못된 내용이라고 정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적 진실이 한사군의 위치와 삼국사기의 오류를 말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런 사료나 증거 없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데 급급해 일본 제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을 지지하면서 올바른 민족사관을 가진 학자들을 암암리에 학계에서 배척하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또한 저자의 제안대로 공개적인 논쟁에 참여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이곳은 일제 조선총독부 치하의 대한제국이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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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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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영문학이었던 관계로 햄릿은 학교 다닐 때 당연히 읽어야 하는 책 중의 하나였다. 또한 수많은 영어 연극반에서 한 번쯤은 도전해보는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햄릿이 과연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걸작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작품인가를 놓고 수없이 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햄릿이 대중적 인지도만큼 그렇게 탁월한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세월이 흘러 꿈결 클래식에서 출판한 햄릿을 읽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학창 시절에 보던 번역본과 비교해 외관상으로 너무나 깨끗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는 때때로 우리의 상상력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번역 자체도 자연스러워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옮긴이가 필요한 부분에 주석을 달아 조금 어색한 문장을 쓰게 된 이유나 셰익스피어가 극 중에서 살리고자 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210개의 각주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쓴 당시에 각각의 표현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책 뒤편에 담긴 백정국 교수님의 설명은 셰익스피어와 햄릿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특히 햄릿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시각에서 햄릿을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될 만한 내용으로 이 부분을 먼저 읽고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햄릿을 읽으면서는 햄릿보다 클로디어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햄릿의 아버지를 죽이고 형수와 결혼한 자인 클로디어스는 자신의 잘못을 떠보는 햄릿의 연극을 보고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며 참회의 기도를 하지만 결국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 죽이려고 한다. 이런 클로디어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잘못을 덮기 위해 수많은 잘못을 끝없이 반복하는 인간의 악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햄릿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이 작품은 여러 이유로 우리를 자극한다. , 죽음, 가족, , 용서 등등.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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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짓말 - 그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금융의 진실
장화차오 지음, 홍승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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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알기 힘든 나라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양극단으로 갈린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이 희망찬 미래를 열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다음 금융 위기의 진원지로 중국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읽은 <중국의 미스터리>에서도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현실들을 제시하며 중국이 넘어야할 산이 수없이 많다고 하면서도 중국의 미래는 여전히 미스터리하다고 말한다.

  

<중국의 미스터리>에서는 증시, 부동산, 고리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바라본 중국의 모습을 그려낸 반면에 이 책에서는 증시, 부동산, 금융 등 여러 부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액대출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중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인 장화차오는 UBS에서 근무하다 완수이소액대출공사의 회장으로 영입되어 소액대출 업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소액대출 분야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여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면서 알게 된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가 소액대출 분야에서 마주친 중국의 모습은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로 무장한 정부라는 이미지였다. 소액대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자기자본의 0.5배 이상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소액대출 회사에 대한 대출 규정, 대출증권화 금지 규정, 업체 수와 영업 지역 제한 규정 등은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소액대출 업체들을 옭아매는 족쇄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외국과의 합작호사 설립 규제나 IPO 조건 등에 내재된 불합리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규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정부 부처의 강압적이고 비합리적인 통제(일설에 의하면 정부 부처 간 알력 때문이기도 한)도 영업을 방해하는 커다란 난관이었다

   

저자는 S&P 견해를 제시하면서 중국 금융의 실제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아니라 금융 억압과 그에 연계된 숨은 비용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의 금융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대출로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서서히 위험이 누적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신중한 통화정책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래의 중국은 세계 금융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타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저자의 현장 경험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현실을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중국의 성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과연 저자의 예측이 어떻게 판명될지 중국의 미래는 여전히 세계인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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