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쥴퓌 리바넬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이름에 눈길이 간 건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터키(이제는 튀르키예라고 해야 하지만) 작가라는 책 띠지에 적힌 한 줄의 글귀 때문이었다. 접하기 힘든 나라의 작가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노벨상에 근접하다는 표현에도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어떤 작가이기에, 어떤 작품을 썼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지 직접 읽고 싶어졌다. 

쥴퓌 리바넬리는 사상범으로 군 형무소에서 복역, 11년간 망명 생활,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활동, 파리 유네스코 명예 대사, 터키 국회와 유럽 의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했다. 간략한 이력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작품에 담긴 그의 생각도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나라의 작가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기에 결국 이야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열었다.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생각과는 다른 전개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섬에 살던 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너무 유토피아적인 배경으로 시작해 조금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이상적인 세상과는 다른,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 바로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나 평화로운 낙원 같은 곳에, 전직 대통령, 그것도 독재자로 사람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이가 들어왔을 때 보인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과 너무 달랐다. 나 같으면 그런 사람이 들어온단 것 자체를 반대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소설가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점점 변해간다. 변해가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소설가가 소설 첫머리에 던진 한 마디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잊지마, 자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제일 중요한 게 그거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글로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광고 카피를 보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제품을 설명하는 단 한 줄의 글로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에 카피라이터들은 제품 설명을 길게 쓴 후 수없이 줄여 쓰고 또 줄여 쓴다고 한다. 

단편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몇 페이지 혹은 길어야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글에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이디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리플리 시리즈로 작가의 매력에 이미 빠져있는 상태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서스펜스의 대가, 불안의 시인이라는 표현들이 알려주듯이 작가의 작품들은 그저 놀랍다는 말로 밖에는 더 이상 어떤 찬사도 덧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라 더욱 그랬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작가의 초기 심리소설 열여섯 편을 묶은 단편집으로, 청년 시절에 쓴 심리소설들만을 모아 선보이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기대감은 역시라는 말로 보답했다. 첫 작품인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에서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금남의 집에 들어온 메리라는 남자아이. 그 아이가 수녀원에 가져온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짧은 글 안에서 여러 생각이 머물게 되는 작품이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시드니 이야기>도 상당히 놀라웠다. 파리라는 어쩌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대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것도 흥미로웠고 시드니를 놀라게 한 초록색 괴물에 대한 궁금증도 책을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이처럼 16편의 이야기들로 작가는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짧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한 세상이라 결코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미지의 흥미로운 세계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대학교 다닐 때였는지 그 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번은 확실히 읽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서 그런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당시 느낌만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500년 전의 인물이 그렇게 도전적이면서 재미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었다.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우신예찬>을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그때 그 느낌이 더욱 깊어졌다. 한 마디로 에라스무스라는 인물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성직자였던 그가 풍자라는 형식으로 당시의 교회, 교황 등 성직자들을 조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에라스무스와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친분 관계가 있어 에라스무스가 토마스 모어의 별장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은 토마스 모어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한다. 

우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1장에서부터 68장의 결어에 이르는 짧으면서 강렬한 이야기들과 루뱅 대학교총장인 마르턴 판 도르프에게 보낸 편지, 박문재님의 해제가 실려있다. 본문 68장은 짧은 에세이 같은 느낌이라 각 장별로 따로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고 해제를 읽으면 에라스무스의 삶과 그 시대를 지배했던 시대적 사상, 우신예찬에 관한 개략적인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리석은 이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신이 말하듯이 어리석은 현자들이 넘처 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에게 에라스무스가 들려주는 우신예찬은 어떻게 다가갈까?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생각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한 친구 중에 소위 금수저라고 불릴만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집안은 여러 가지로 재산을 모았지만 그 중에서도 부동산에서 큰 부를 이뤘다고 한다. 그래서 졸업을 하면 당연히 부동산 관련 일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친구가 처음 입사한 회사는 증권회사였다. 너무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가족 어른들이 돈의 흐름을 먼저 배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증권회사가 적당하다고 말씀하셔서 증권회사에서 입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그 한마디가 세월이 흐른 지금에 돌아보면 부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아닌가 싶다. 

개인의 입자에서도 그렇지만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돈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돈의 흐름이 결국 부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사업을 하는 분야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부의 흐름에는 돈의 흐름을 포함해 경제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화의 문제까지 여러 이해 분야가 얽히고설켜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 

경제멘토 곽수종 박사의 <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바로 이 시대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꼭 집어서 설명해주는 부의 축적을 위한 지침서이다. 저자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부의 흐름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등 실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삶에서 겪는 현상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기본적으로 한 번은 읽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 파트는 조금 더 실제적이다.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에서부터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미래 산업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으로 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내용들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현재 주식에 투자하고 있기에 주식시장의 미래를 다룬 부분에 가장 관심이 갔다. 대략 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는데 기대했던 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있지는 않았다. 주식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정도의 내용이라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내용이기에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친구 이야기도 돌아가서 글을 맺어보겠다. 그 친구네 가족들이 여전히 금수저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결코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리해서 불리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지키는 것, 수없이 듣는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그렇기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부의 흐름을 항상 짚어보면서 자신이 쌓은 부를 무너뜨리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나와 똑같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꽤 많다. 일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아니, 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도 그럴 때가 있다. 이 때와 저 때가 전혀 다른 마음,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찬 타자임을 느낄 때가. 타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런 생각의 차이, 삶의 차이, 신념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이 있을까?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을 내세우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Markus Gabriel VS>에 그에 대한 답이 있을까?

저자는 새로운 실재론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독일의 철학자로 신실존주의, 새로운 계몽 등 새로운 사상을 주창한 인물로,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편집부에서 줌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추려 그의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타자의 의미, 타자를 이해하는 법, 가족과 사랑, 감정, 종교와 윤리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타자라는 개념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관용, 대화, 부모의 자격, 사랑, 행복 등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모두가 부딪치는 지극히 실제적인 문제들이다. 물론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지만.

분명한 건 서로 간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모두가 파멸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눈앞에서 그런 파멸의 징조를 본 적이 너무나 많기에 저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대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또한 포럼(지역이든, 나라든, 성별이든, 세대이든 간에)이라는 제안도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지고 있는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