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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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로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광고 카피를 보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제품을 설명하는 단 한 줄의 글로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에 카피라이터들은 제품 설명을 길게 쓴 후 수없이 줄여 쓰고 또 줄여 쓴다고 한다. 

단편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몇 페이지 혹은 길어야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글에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이디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리플리 시리즈로 작가의 매력에 이미 빠져있는 상태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서스펜스의 대가, 불안의 시인이라는 표현들이 알려주듯이 작가의 작품들은 그저 놀랍다는 말로 밖에는 더 이상 어떤 찬사도 덧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라 더욱 그랬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작가의 초기 심리소설 열여섯 편을 묶은 단편집으로, 청년 시절에 쓴 심리소설들만을 모아 선보이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기대감은 역시라는 말로 보답했다. 첫 작품인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에서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금남의 집에 들어온 메리라는 남자아이. 그 아이가 수녀원에 가져온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짧은 글 안에서 여러 생각이 머물게 되는 작품이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시드니 이야기>도 상당히 놀라웠다. 파리라는 어쩌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대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것도 흥미로웠고 시드니를 놀라게 한 초록색 괴물에 대한 궁금증도 책을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이처럼 16편의 이야기들로 작가는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짧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한 세상이라 결코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미지의 흥미로운 세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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